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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기 방송위 구성 지연…'물밑 정실인사'에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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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3기 방송위 구성 지연…'물밑 정실인사'에 눈총

방송계 인사, 줄줄이 지연될 듯

5.31 지방선거의 후폭풍 속에 제3기 방송위원회의 구성이 한없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3기 방송위원의 인선 기한은 지난 5월 9일이었지만, 당시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간 극단 대립으로 인해 추천 논의가 중단됐고 그 후로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이나 5.31 지방선거 등이 이어지면서 더이상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방송법 23조에 따라 2기 방송위원들이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후임 방송위원을 선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두 개가 아니다.
  
  방송법 21조에 따르면 방송위원장을 포함한 방송위원 9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되 이 중 3명은 국회의장이 원내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추천하고, 3인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추천 의뢰를 받아 국회의장이 추천하도록 돼 있다.
  
  국회에서 총 6명을 추천하는 셈인데, 현재는 6월로 예정되어 있는 임시국회 개회부터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 선출 및 상임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내부 혼란을 잠재우고 전열을 가다듬는 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광위 소속의 한 여당의원은 "지금 방송위원 선임 문제 등을 고민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 염두…정당간 줄다리기 치열
  
  이렇게 방송위원의 선임이 늦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 구성된 2기 방송위원회도 위원 추천을 둘러싼 정당간 갈등 때문에 출범이 3개월 가량 늦어진 바 있다. 2기 방송위원은 당시 의석 비율에 따라 한나라당이 3명, 민주당이 2명, 자민련이 1명을 추천했다.
  
  현재 정치권은 각 정당의 추천 비율에서부터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번과 같이 3명을 추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은 열린우리당이 3명, 한나라당이 2명을 추천하고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등 비교섭단체에서 나머지 1명을 추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당간 줄다리기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는 KBS, MBC, EBS의 이사 구성과 사장 선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각 당마다 보다 가까운 인사들로 방송위를 채우려는 게 정당들의 속내다. 물론 이는 방송위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번 방송위 선정 과정을 눈여겨보며 비판을 아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송계 인사 교체·정책 수립 등 잇달아 지연될 듯
  
  방송위원회는 방송 심의는 물론 주요 방송 정책을 총괄한다. 또 방송사 재허가 추천권을 가지고 있어 방송사의 존립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이기도 하다. 또 방송과 관련된 막강한 인사권한을 가지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MBS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선임하고, KBS 이사를 추천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EBS 사장과 이사를 임명한다. 이 KBS 이사회는 KBS 사장의 임명 제청권을 가지고 있고, 마찬가지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MBC 사장을 선임하기 때문에 방송위는 이들 방송사의 사장 선임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올해 방송계에는 굵직굵직한 방송계 인사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KBS 이사의 임기 만료일은 6월 22일이며 EBS 이사들의 임기는 6월 15일과 9월 3일까지다. 또 KBS 이사회는 KBS 사장의 임명제청권을 가지고 있는데, KBS 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6월 30일이다. 또 EBS 사장의 임기는 7월 22일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3기 방송위원회 구성이 이토록 늦어지는 것은 방송계 인사 일정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 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 계획 재조정 등 3기 방송위가 처리해야 할 시급한 정책현안도 산적해 있다. 미디어 업계 전반에 걸쳐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여야 방송위원 후보군은 확정
  
  선임 일정 자체가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 여야는 학계와 방송계, 시민단체 대표 등을 대상으로 각 10명 안팎의 후보군을 확정한 상태다. 또 청와대도 방송위원으로 임명할 후보를 내정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여권 몫인 위원장에는 이상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효성 방송위 부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추천하는 방송위원 후보군은 이춘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 최민희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김동기 변호사, 성영소 전 한국통신문화재단 이사장 등이다.
  
  한나라당 추천인사로는 강동순 KBS 감사, 김우룡 한국외대 교수, 송석형 한국방송기자협회장 등이 꼽힌다.
  
  "방송위원 후보, 방송 관련 전문성과 시청자 대표성은?"
  
  그러나 이들이 방송 관련 전문성과 시청자 대표성을 고려해 선정된 후보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나라당이 추천하는 KBS 강동순 감사에 대해서는 지난 4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KBS 노조 등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었었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21일 낸 기자회견문에서 "방송사에 현직으로 있는 인사가 자리를 바꾸듯 곧잘 방송정책과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위원이 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특히 "강동순 씨는 KBS 감사로 있으면서 알게 된 내부정보를 한나라당에 통째로 내주었다는 의혹의 당사자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여권에서 추천하는 인사에 대해서도 비판이 높다. 언론노조는 지난 29일 청와대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최근 청와대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미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이 추천, 임명할 6명의 명단이 확정되었으며 구체적인 인물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이중에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가 두 명이나 포함되고 있고 청와대 핵심 참모와 지연, 학연 등 친분 관계를 맺고 있는 인사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방송위원 선임을 대선 승리를 위한 방송 장악의 수단쯤으로 여기고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 수호와 충성도 등을 기준으로 방송위원을 추천하려는 전형적인 정실인사"라며 "부적격 인사들에 대한 방송위원 선임을 강행한다면 언론노조는 물론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지켜 온 현업 방송인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엄청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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