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칸에서는 국내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였습니다. 오늘로 시위 105일째를 맞고 있는 국내영화인들... 이들은 한미FTA 협상이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스크린쿼터일이 절반으로 축소됨으로써, 한미FTA의 피해를 가장 먼저 입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문화산업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한미FTA 찬반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어제부터 한미FTA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한미FTA를 반대하는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초대했습니다. 미국과의 FTA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최근 멕시코까지 다녀온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그는 왜 한미FTA를 반대하는데 앞장서고 있는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입니다.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은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미국 버클리대학교,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2년간 연구를 했습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연구원,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국장, 한국학술진흥재단 전문위원으로 지내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기조실장을 지냈고, 작년 5월까지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을 역임했습니다. 최근에는 '한미FTA 추진의 졸속성'을 고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쓰고, 멕시코까지 건너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초래한 문제점을 연구하는 등 한미FTA저지를 위해 힘을 쓰고 있습니다.
정태인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 나와계십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최근에 멕시코 다녀오셨죠?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네. 5월 4일에 가서 16일에 돌아왔습니다.
박인규 : 네. 약 12일 갔다 오셨군요. 멕시코에 가신 이유가 뭐죠?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일단은 미국과의 FTA를 체결한 나라고, 94년에 맺었으니까 12년이 지났죠. 그렇다면 미국과의 FTA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충분히 드러난 나라라고 볼 수가 있구요. 또하나는 멕시코의 GDP규모가 우리와 비슷한 나라기도 하고. 그래서 멕시코에 들렀고 돌아오는 길에 캐나다에도 들러서 좀 보고 왔습니다.
박인규 : 그러니까 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맺는 나라에는 다 갔다오신 셈이네요. 지금 정부에서는 한미FTA를 하면 미국의 직접투자도 있고 경제성장률이 올라갈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고 있는데, 갔다오셨더니 어떻던가요?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수출이 는다는 건 확실하구요, 직접투자가 는다는 건 확실합니다. 이것은 멕시코의 경우가 확실하게..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였는데, 기본적으로는 멕시코에 마킬라도라라고 있습니다. 직역하면 기계산업단지 정도인데, 우리로 치면 옛날 마산의 수출자유지역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과 멕시코는 국경선을 맞대고 있죠. 그래서 마킬라도라라는 게, 지금은 내륙지방에서 생겼지만 처음에는 미국국경지대.. 뉴멕시코 바로 밑에, 샌디에고 밑에, 마이애미 밑에.. 이렇게 국경을 따라 형성됐습니다. 마킬라도라의 부품기계를 보면 90% 정도가 미국에서 수입됩니다. 미국에서 기계를 들여와서 멕시코의 싼 임금을 이용해서 조립해서 다시 85% 이상을 미국으로 수츨하는 그런 경젭니다. 당연히 미국에서 조립해서 미국에서 판매했으면 그만인 것을 멕시코를 거쳤으니까 수입수출이 늘고 멕시코의 수촐이 굉장히 늘겠죠. 그것이 멕시코의 경제성장에도 일정하게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물론 경제성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들어왔다 도로 나가고, 실제 많은 이윤몫은 초국적기업에....세계6대 자동차산업 메이커중에 현대를 제외하고는 전부 다 들어가 있습니다. 크라이슬러, GM,혼다,닛산, 도요타,
박인규 : 일단 외국인직접투자나 경제성장이 어쨌든 수치상으로 늘어난 건 사실이다.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네 그렇습니다.
박인규 : 또하나, 국내에서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제조업보다는 오히려 법률, 교육, 의료같은 서비스 산업이... 정부에서는 외국의 수준높은 서비스업체가 들어오면 경쟁이 돼서 우리나라도 같이 발전할 것이다. 반대하는 쪽에선 그 반대다. 오히려 그런 거대기업들이 들어오면 국내 토착기업들은 다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이런 양론이 있는데 멕시코의 사정은 어떻던가요?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정부의 주장이 일리가 있는 것이 멕시코에는 서비스산업이 그다지 진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유와 개방화의 결과, 과거 공공기관이 갖고 있던 것이 민영화는 됐지만 미국기업이 크게 진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서비스시장이란 게 교육, 법률, 의료 이런 거라면..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멕시코는 미국과 워낙 가까우니까,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까 그런 고가의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은 직접 미국가서 서비스를 누리면 그만이죠. 아프면 2시간 비행기 타고 병원에 가면 되니까. 그리고 동시에 멕시코의 일인당 GDP수준이 낮기 때문에 시장형성이 안되는 겁니다. 미국의 고가의 법률회사나 병원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가난해서 오지 못하면 돈을 벌 수 없으니까 멕시코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GDP가 높고 미국에 가려면 비용이 많이 들죠. 그러니까 외국기업이 들어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아직 교육이나 의료는 여러가지 걸림돌이 많아서 미국기업들이 시장조사를 하고 있지 않지만 법률이나 회계쪽은 금방 들어올거고. 그렇게 되면.. 캐나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새로 들어와서 기업을 세우지 않고 기존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그게 훨씬 손쉽고 비용이 덜 드니까 캐나다의 경우 97%의 직접투자가 인수합병형태로 들어왔습니다. 법률이 굉장히 세다고 알려져 있는 독일의 경우도 9개의 대형법률회사 중 7개회사가 영미계 회사에 인수합병 됩니다. 당연히 미국법률회사가 진출할 때도 한국의 대형회사들을 인수합병하는 형태로 들어올 것이다...
박인규 : 말씀 들어보니까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반드시 바로 일대일로 멕시코와 비교를 해서 결론내리는 게 쉽진 않겠군요.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예. 첫째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와 아닌 나라의 차이. 그 다음 일인당 GDP의 차이. 이런 것들 때문에 우리나라의 제조업FDI는.. 직접투자는 그렇게 늘지 않을 겁니다. 멕시코로 갈 수 있는데 한국에 올 이유가 전혀 없고. 만일에 한국과 중국이 FTA를 맺고 있으면 중국에 수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중국과 제조업의 FDI 가 들어올 순 있는데 그게 아닌 상태에서는 들어올 이유가 별로 업습니다. 의료서비스는 멕시코에는 갈 가능성이 없지만 캐나다에는 갔던 것처럼 한국에는 들어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박인규 : 오히려 서비스부문은 캐나다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문제.. 양극화 문제인데, 정부에서는 FTA를 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일으켜서 말하자면 가난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으니까 그런 걸 통해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멕시코같은 경우는 NAFTA를 맺은지 12년이 됐는데 가난한 사람과 부자들간의 차이.. 양극화가 더 벌어졌습니까?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예. NAFTA를 맺은 세 나라. 미국, 캐나다, 멕시코 전부 불평등도가 높아졌습니다. 지니계수가 악화됐습니다. 특히 멕시코가 심하게 됐는데 그 이유는 마킬라도라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수출부문이 되는데, 거기서 생산된 것이 멕시코 시장에 나오면 원래 멕시코에서 생산하던 제품보다 훨씬 질이 높거든요. 초국적기업에서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국내산업이 무너집니다. 두 번째는 부품이나 기계산업도 전부 미국제나 일본제가 (멕시코는 일본하고도 FTA를 맺었습니다) 수입이 되기 때문에 기계부품산업도 역시 무너집니다. 멕시코의 내수기업들이 몰락하게 되고, 또 하나는, 멕시코의 주곡산업이 옥수수산업인데 그마저도 미국이 농업보조금을 많이 주는 걸 막지 못해서 미국의 옥수수들이 들어와서 옥수수산업이 무너집니다. 멕시코는 또띠아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만두피 같은 것인데 그것으로 모든걸 싸먹습니다. 고기, 야채.. 다 싸먹는데 또띠아마저도 미국옥수수로 만들게 되니까 멕시코의 농업자체가 무너집니다. 물론 멕시코에서 야채나 과일을 생산해서 미국에 공급하는 북부지방의 농업은 조금 활성화가 됩니다만 전반적인 농업체계는 무너지게 됩니다. 당연히 이런 국내의 중요한 산업들이 무너지게 되니까 이 사람들이 멕시코시티 부근에 와서 노점상을 하거나 아니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이게 바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이민 문제입니다. 현재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민간 사람이 1600만 명. 그러니까 멕시코 인구의 10%에 달합니다. 그 중 350만 명이 불법인 것이죠. 이것이 NAFTA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볼 순 없지만 적어도 80년대 이래로 개방화 자유화한 결과, 또 NAFTA에 가서 정점에 이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이 완전히 분리됨으로 해서 양극화는 체계적으로 심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하지만 우리 정부나.. 최근에 어떤 경제신문을 봤더니 FTA를 해서 멕시코의 경제가 날개를 달았다 그러던데, 그건 서로가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데 어떻습니까? 멕시코에 가셔서.. 정부관계자들도 만나셨겠지만 언론인이라든가 노동단체라든가.. 두루두루 만나보셨습니까?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예. 관료도 만났고, 언론인도 만났고 노동단체도 만났고.. 일반시민도.. 저녁에서는 일부러 가서 술집 같은 곳에서 영어가 되는 사람들 골라서 얘길 했는데 일반시민들의 삶은 나빠졌다고 하는게.. '우남'이라고 하는 우리로 치면 멕시코의 서울대학교라고 하는 학교의 대학생 수가 40만명, 교수가 25000명이에요. 어마어마한 학굔데, 그 학생들과는 이틀에 걸쳐서 얘길 해봤는데 분명히 지표상으로 수출과 투자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 분야의 사람들, 특정부문에 집중이 됐지 나머지 대다수 멕시코인들의 삶에는 영향을 못 미쳤거나 나쁘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일반적인 중론입니다. 겉으로 내세우는 지표는 좋은 것 같지만 실제로 내실을 들여다보면 80만개 일자리가 생기고 130만개 일자리가 없어졌어요. 순수로는 50만개가 줄었고, 늘어난 80만개도 비정규직. 파트타임이 확 늘어난 건데 이건 세 나라의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따라서 FTA가 다른 정책들이 보완되지 않는 한 FTA 자체만으로는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외국인 기업이 국내에 투자했을 경우에 국내 보건이나 환경, 복지를 위해서 정부가 규제를 하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들을, 말하자면 외국인기업이 국내 정부에 대해서 규제를 못하도록, 규제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도록. 말하자면 정부를 제소하는 권한. 그런 것들이 멕시코에 미친 영향이 있었다면서요...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네. 가장 문제가 되는 NAFTA11조입니다. 제가 이번에 돌아와서 조사를 해보니까 미국의 유수한 법과대학에서 그걸 연구하는데 제목들이 어떤 거냐면, 'NAFTA11조가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는가, 민주주의를 침해하는가.' 이런 내용입니다. 결론을 얘기하면 대다수는 침해한다는 겁니다. 몇 가지 예를 드는 게 이해하기가 좋은 텐데요, 메탈클래드라고 하는 미국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는 유독물질을 처리하는 회삽니다. 처리를 잘 못해서 유독물질이 상수원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동시에 멕시코 주변농지에까지 영향을 미치니까 당연히 농산물 수확이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골프장 주위에 농산물수확이 떨어지고. 오염물질이 오면 떨어지니까, 농민들이 먼저 조사를 했어요. 그게 메탈클래드에서 나온다는 걸 알고 정부에 항의를 해서 정부가 규제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메탈클래드는 그 규제 때문에 자기들의 이익이 침해를 받았다고 제소를 하게 됩니다. 이것이 NAFTA11조라고 하는, 기업이 해당정부를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처음으로 들어간 조항입니다. 지금도 EU형 FTA에서는 정부와 정부가 협상하게 돼있습니다. 사실 상식적인 건데 지금은 기업이 제소를 해서 그것을 유엔산하기관, 그리고 월드뱅크 산하의 국제분쟁처리기관에서 처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위원회 구성이나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굉장히 비밀주의에 부쳐져 있기 때문에 결과에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하나 NAFTA11조에 집어넣은 것은 벌금형으로 해결하게 했습니다. 이게 만약에 정부와 정부간의 문제면 끝없는 외교싸움이 되는데 벌금형을 줘서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조금 전에 말씀드린 메탈클래드건은 멕시코 시정부가 1560만 달러를 물게 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근처 농민들이 시위를 하다가 아직도 감옥에 갇혀있는 상태구요. 이외에도 환경관련, 노동관련 제소, 여러가지 제소가 일어났고 그게 해결되는 방식이 충분히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불만이 많은 상탭니다. 따라서 이것은 기업의 투자안전을 보장해 주는 게 아니라 이윤안전을 보장해 주는 게 아니냐. 기업이 경영에 실패할 때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것 모두가 제소의 대상이 된다면 이것은 국가의 주권문제 또는 사회권이 침해되기 쉽다는 점에서는 민주주의의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정태인 전 비서관은 이미 오래전부터 FTA를 반대하는 선봉처럼 돼있기 때문에 다시 여쭤보긴 그렇지만, 어떻습니까? 멕시코와 캐나다를 둘러보시고 난 후에 생각이 좀 달라지거나 그런 건 없습니까?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물론 생각했던 것이 실증적으로도 그렇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만. 분명히 멕시코와 캐나다와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그 다른 점들도 눈여겨 봐서 협상에 반영을 하고, 또 실제로 우리가 지켜야 될 마지노선이 뭔가.. 이걸 국민들이 합의하면 정부가 그것을 지키고. 지키려고 하다가 안되면 좋을 수도 있는 겁니다. 협상이란 건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금년 들어서도 미국과 FTA협상을 하다가 그만둔 나라가 네 나라나 됩니다. 카타르, 에콰도르, 에미리트연합, 스위스. 그렇기 때문에, 그게 무슨.. 하다가 그만두면 국제신임도에 대단한 추락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사실은 과장입니다. 그 나라들 국제신임도가 떨어졌단 얘긴 못 들었고, 실제로 우리도 작년 말에 한일FTA를 하다가 중단한 상태거든요. 그래서 문제되는 거 없지 않습니까.
박인규 : 다시 한 번 질문 드리지만. 어차피 국내에서 일자리 창출이 상당히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돼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뭔자 직접투자가 되고 수출이 늘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니냐.. 이렇게 반론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제조업 부분에 그린필드 투자가 일어나면 분명히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현재상태로 봐서는 한미FTA를 한다고 제조업의 그린필드투자.. 인수합병이라도, 그런 것들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미 IMF로 헐값이 된 기업들의 판매는 거의 다 끝났고, 또 다른 이유로 들어올 이유는 별로 없고. 다만 서비스업에서는 좀 들어올텐데, 서비스업에서 아까 얘기한대로 인수합병을 할 경우에는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정리해고 때문에.. 변호사도 회계사도 정리해고 되기 때문에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고. 그 사람들이 다른 일자리를 만든다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중소법률회사를 만든다고 한다면 고급일자리에서 중질일자리로 바뀌는 거죠. 서비스에서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다고 하는 건 숙박이나 음식 이런 데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거지 고급서비스업은 워낙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일자리창출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제조업에 대한 직접투자효과는 별로 없고 오히려 서비스업도 위험할 수 있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어제에 이어 한미FTA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 중에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과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이제 범위를 약간 넓혀갑니다. 어제 저희가 FTA를 찬성하는 '바른FTA실현국민운동본부'의 구해운 사무총장을 모셨는데, 그분말씀은 한미FTA를 단순히 경제적 이해득실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외교안보적 측면이 있고 한반도의 앞으로 나아갈 길에 관해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면서, 지금 북한이 중국경제에 종속될 수 있는데 그걸 견제할 수 있는 게 남북경협이다. 남북경협을 잘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한미FTA가 그런 걸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방안이다. 이런 의견을 내던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남북경협이 중요하다는 것에 찬성합니다. 남북경협을 하는 데 미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다..까지도 찬성을 하는데, 그것이 한미FTA라는것은 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에 정부의 한미FTA 추진을 비판할 때 외교안보적 고려가 없다는 점을 굉장히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NSC가 별로 개입한 흔적이 없습니다. 외교통상교섭본부가 그대로 결정한 건데 정말로 안보에 대한 고려가 없었습니다. 미국의 전략은.. 로버트졸릭이라고 하는 미국무부부장관.. 우리로 치면 국무부차관인데 이사람의 두개 이론이 결정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이해상관자론. 중국이 미국의 세계전략을 따르는 한 중국은 강대국으로 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기면 중국에 대해서 미국이 견제할 것이다. 중국포위론 같은 것이구요. 또하나는 미국이.. USTR 본부장으로 있을 때 FTAA가 좌절이 됩니다. NAFTA를 중남미까지 확장시키는 것이 좌절이 됐을 때 졸릭이 내놓는 안이 공격적 자유주의입니다. 두 나라의 FTA를 공격적으로 해나가서 결국 그쪽으로 끌어들인다라고 하는 겁니다. 첫 번째의 이해상관자론은 전략유연성의 한국에서의 관철로 나타났고, 두 번째 공격적 자유주의는 한미FTA로 관철이 됐다고 보여집니다. 졸릭의 구도. 미국의 전략구도 내에서는 이게 중국포위론으로 맥이 닿아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동북아위원회 기조실장이었는데, 처음에 동북아론을 만들 때도 대통령과 얘길 했습니다만, 그때 결론이 뭐냐면.. 중국과 미일간의 대립이 앞으로 나타나는 건 필연적이다. 그러나 내추럴이코노미라고 하는 자연적인 국제분업상에서는 한중일의 경제분업은 훨씬 더 강화될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미일의 대립 속에서 엄격하게 중립적 위치를 취해야 한다. 양자가 팽팽히 맞설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것이 이익도 극대화 하고 경제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씀을 드렸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상황은 외교안보면에서도 미국에 너무 기울었고 경제협력 측면에서도 미국에 너무 기우는. 한쪽으로 가면서 우리가 캐스팅보트.. 마지막 한표를 갖고 있는 걸 버리는 결과를 낳아서 잘못하면 한중일 남방삼각형 북중러 북방삼각형이 대립되면.. 과거에는 냉전의 첨병으로 남북이 대립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아시아패권을 둘러싼 두 세력의 대립의 첨병이 돼버리면 남북이 또 대립을 할 수가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국내정부시대 이래 우리 남북관계 개선에 많은 투자를 해왔는데 그게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외교안보가 중요하지만 오히려 한미FTA로 인해서 남북경협이 촉진되고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될 수 있다. 이 가능성을 충분히 봐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지금 미국에서는 개성공단 제품에 대해서.. 개성공단운영 자체에 대해서 인권침해라는 시비를 걸고 있는데, 예를 들어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을 해줘서 대미수출 이런 게 뚫리면 그것도 남북경협에 좋은 게 아니냐 이런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요.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맞습니다. 제가 2004년 말에는 이른바 'S프로젝트'. 전남해안을 개발하는 걸 하는 바람에 싱가포르 정부와 빈번히 왕래를 했고 그때 한싱FTA를 교섭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제가 강력히 주장한 게 개성원산지규정이었고,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이게 될지 안될지 잘 모르니까 인정을 해줬어요. 이게 아셈과의 FTA에도 또 인정이 됐습니다. 저희의 구도는 뭐였냐면, 미국은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죠. 왜냐면 북한을 깡패국가, 테러지원국가로 지정해서 압력을 가해야 되는데 개성공단이 한국산으로 인정되면 적어도 국제가격으로 두배 내지 열배 가격을 받게 되니까 남한에도 이익이 되지만 북한에도 이익이 되고 경제적인 문제가 풀릴 수가 있기 때문에 압박의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있어서 아마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받아들이고 EU가 받아들이면 마지막에 미국은, 세계가 다 받아들이니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그런 거였는데 갑자기 일본이 뒤로 미뤄지면서 미국이 전면에 나서서 이걸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앞으로 개성공단 상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느냐 안 받느냐가 결정되게 됐거든요. 너무 빨리 미국이 결정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에 우리가 그걸 인정받으려면 많은 것을 미국에 줘야 될 겁니다.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드는 게임이 돼버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정받는 게 좋겠습니다만, 제 추측으로는 아마 미국이 한미FTA의 적용대상으로 개성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했을 때 과연 북한이 받아들일 것이냐.. 만일 북한이 안 받는 경우 다른 걸 줘야 되는데 그 코스트는 굉장히 커질 겁니다. 그래서 원래 로드맵대로 다른 나라들과 먼저 하고 미국을 마지막에 했으면 미국입장에서는 다른 나라가 다 하는 거기 때문에 자기네만 빠지면 손해일 수도 있으니까 우리 코스트가 줄어드는데. 너무 빨리 왔기 때문에 개성공단산을 한국산으로 인정받는 전략도 굉장히 차질을 빚었죠.
박인규 :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시는 겁니까?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지금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아예 시작도 말아야 된다는 것으로 반대를 하고 있고, 또 시작했는데 이걸 하지도 않고 없던 일로 할 순 없으니까 질질 끌면서 시간을 벌자 모든 걸 하나하나 점검해 보자는 게 신중론이구요 최근에 세 번째 나온 것은 질질 끌다보면 양국이 환물비용.. 너무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그게 안됐을 때 문제가 생기니까 아예 우리의 마지노선을 확실히 얘기해서...
박인규 : 미국이 포기하도록..?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미국이 받으면 계속 진행을 하고, 우리의 최소한의 요구사항도 못 받으면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깨끗하게.. 우아한 퇴각이라고 제가 이름붙인 전략이 있는데, 어느 쪽이라도 지금 속도는 너무 빠릅니다. 좀 점검할 시간을 가지고, 국민들이 내용을 알아야 돼요. 국민들은 FTA라고 하면 먼 사람 얘기 같지만, 제가 멕시코에서 본 결과로는 바로 직접.. 삶에 영향을 직접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확실히 국민들이 한미FTA가 무엇을 의미하고 우리들이 어떻게 결정할 것이냐에 대해서 인식하고 행동하고 자기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이런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좀 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신데, 정부에서는 미국의 TPA가 6월말에 완료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 하는 게 유리하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신속협상권인데 사실 별로 큰 의미는 없습니다. 다만 마지막에 의회가 비준할 때 찬성 또는 반대라는 두 개만 하게 돼있는 것이 그 신속협상권의 의미기 때문에. 특히 우리나라는 신경쓸 필요가 없죠. 급한 건 미국이지 우리가 급한 건 아닌데,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은 세계강대국이고 NAFTA를 통해서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았지만 우리는 그런 거대국가와의 경험이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서 우리와 훨씬 비슷한 일본과의 협상도 작년 12월 말에 작은 문제들이 쌓이면서 중단됐거든요. 그런데 잘 모르는 미국하고 그렇게 빨리 하는 건 불가능하구요. 좀 더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지킬 것이 뭔지를 확정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전략을 채택하든 간에 그건 필수적인 전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마지막으로 혹시 한미FTA문제가 원만하게 풀리기 위해서 정부에 주문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해주시죠.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안티고네의 경구중에 '천천히 가는 것이 빨리 가는 것이다.'라는 게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왜 그동안의 전략을 갑자기 수정해서 한미FTA로 가는지 아직은 모릅니다만, 일단 천천히 두고보면서 실제로 우리가 요구해야 될 것. 정말 미국에 이것까지 내주면 우리경제 자체가 위험해 지고 우리 외교안보 상황이 위험해질 것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국민들한테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아마 정권자체도 나중에 역사적으로 좋은 기록을 남길 수가 있을 것이고. 졸속으로 가면.. 잘못하면 큰 역사적인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인규 : 요즘 양극화가 굉장히 사회적 화두인데, 제가 보기엔 한미FTA에 대한 의견도 굉장히 양극화가 된 것 같습니다. 뭔가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원만한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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