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더불어 막판 뒤집기를 꾀해 볼 수 있는 지역이 대전이기에 박 대표와 한나라당의 관심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박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곱씹어보자면, 대전 선거에 대한 박 대표의 관심은 보다 각별해 보인다.
대전 승리는 '박근혜의 승리'?
23일로 선거는 여드레 남았지만 한나라당의 승리는 이미 기정사실이다. 이날 발표된 일간지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대전과 제주를 제외한 11곳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차점자와의 격차도 두 자리 수를 넘겼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승리'가 곧 '박 대표의 승리'는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찍는 표심은 '한나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싫어서'에 기울어 있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반사이익에 편승한 한나라당의 승리는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던 만큼, '탄핵풍' 와중에 121석을 건져낸 2004년 총선처럼 박 대표의 영향력을 극적으로 나타낼 만한 승부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만약 대전이 뒤집어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에겐 '현역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다. 염 후보 지지의사를 밝힌 유권자들의 50% 이상이 "후보가 마음에 들어서"라고 답했다. '정권 심판론'이 '인물론'에 잠식당한 것이다.
이를 뒤집는 것은 박 대표의 '개인기'에 달렸다. 이에 박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8일부터 대전을 찾으며 역전을 위해 공을 들였다. 이날 박 대표가 대전 유세에서 이례적으로 염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신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시장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자, 한 당직자는 "대전 선거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결이 아니라 박근혜와 염홍철의 대결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 대표 피습 사건'의 여파로 대전 선거가 한나라당의 승리로 귀결된다면 이는 고스란히 박 대표 '개인의 전리품'이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박 대표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끔찍한 폭력을 당했음에도 정치적으로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충청 표심은 대권 가도의 '풍향계'
대전 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그 효과는 지방선거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권도전의 길목에 선 박 대표에게 대전이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으로만 보자면 역대 대선의 풍향은 결국 충청권에서 갈렸다. 이에 따라 '정권교체'를 지상과제로 삼은 한나라당에게 중부권에서 박 대표의 위력이 각인될 경우의 효과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당장 행정복합도시 건설을 강하게 반대한 탓에 중부권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비교 우위를 내세울 무기를 갖게 된다. 이런 이유로 박 대표는 그동안 대전을 핵으로 한 중부권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보수 이미지 고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자민련과의 합당을 강행한 것에서도 중부권을 개척하려는 박 대표의 의지를 살필 수 있다. 자민련 김학원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직을 받아 지도부에 편입됐으며, 이번 박 대표 피습 사건 진상 조사단의 단장도 맡았다.
선거 막판 박 대표 대전 방문? "정치적 활용 안 해"
이 같은 한나라당의 '각별한 관심'에 대전 표심도 변화를 보이는 모양새다. <한국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표의 피습사건이 일어난 20일을 기점으로 염 후보의 지지율은 6.1% 포인트 떨어진 반면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의 지지율은 별다른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한나라당 후보의 '추격세'를 확신하기는 힘들다. 염 후보에게서 이탈한 표심이 박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귀착되지 않고 부동층으로 흡수된 것은 유권자들의 '고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금주 중으로 퇴원할 것으로 알려진 박 대표가 무리를 해서라도 대전을 찾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병상 유세'의 효과 극대화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정현 부대변인은 "의료진들이 이번 주 내로 퇴원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지 박 대표가 바로 퇴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박 대표의 원칙인 만큼 선거전에 나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단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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