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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저항에 무릎꿇은 프랑스의 '고용유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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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저항에 무릎꿇은 프랑스의 '고용유연화'

시라크, CPE 조항 폐기 발표…빌팽 총리 '위기'

고용시장의 유연화를 도모하겠다는 프랑스의 새 고용법이 2개월여에 걸친 노동계와 학생들의 극렬한 저항에 결국 무릎 꿇고 말았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수백만 명의 시위를 촉발한 새 노동법 내 최초고용계약(CPE) 조항을 폐기하고 실업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른 조항들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법을 밀어붙였던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와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지도부와의 고위급 당정협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기회균등법에 포함된 8조(CPE 조항)를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학생시위는 계획대로 진행**

CPE는 고용주가 26세 미만 청년을 고용한 뒤 첫 2년 간은 사유설명 없이 해고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노동시장 유연화를 보장하겠다는 조치였다.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 1월 16일 발표된 이같은 법안에 대해 국민적 저항이 들끓자 지난달 31일 시범 고용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해고사유에 대한 설명을 의무화하도록 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학생들과 노동계는 CPE의 완전철폐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달 17일까지 법안을 철폐하라고 '최후통첩'을 내놓은 상태였다. 시라크 대통령의 CPE 조항 폐기 발표는 이같은 '피플 파워'에 대한 항복선언에 다름아니다.

엘리제궁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학생들과 노동계는 시위대의 승리라며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프랑수아 셰레크 프랑스노동자민주동맹(CFDT) 위원장은 시라크 대통령의 발표 즉시 "CPE가 사라진 곳에 새로운 문구가 들어간다면 그것은 CPE 조항의 철회를 의미하며 그렇게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FO(노동자의 힘) 노조의 장-클로드 마이이 위원장도 "CPE는 사장됐다. 우리의 목표가 달성됐다"고 선언했다.

최대 학생조직인 UNEF 위원장인 브뤼노 쥘리아르도 승리를 주장했지만 "깨끗하고 완전한 사형선고"만에 만족할 수 있다며 의회에서 CPE가 폐기될 때까지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UNEF(프랑스대학생연합)와 다른 학생조직인 FIDL(독립민주고교생연합)은 예정대로 11일 시위를 벌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사례, 세계각국 고용유연화 정책에 영향 미칠 듯…

그동안 끊이지 않는 시위로 시라크 대통령과 빌팽 내각의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이같은 발표는 예견됐었다.

다만 시라크 대통령은 '철폐'라는 용어가 명시적으로 드러날 경우 빌팽 총리의 퇴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새 조치로의 대체'라는 표현을 사용해 총리의 정치적 상처를 최소화하려고 했다.

이날 성명은 특히 대통령의 결정이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지도부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뒤에 빌팽 총리의 제안을 기초로 해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년도 대선에서 시라크 대통령의 강력한 후계자로 지목됐던 빌팽 총리가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책역량 검증알 받겠다는 차원에서 CPE를 의욕적으로 밀어붙였었다.

시라크 대통령의 성명 뒤 빌팽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새 고용조치에 대한 대중의 이해부족에 유감을 나타내며 CPE 철회를 확인했다.

빌팽 프랑스 총리는 그러나 이날 가진 TV 회견에서 자신에겐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망이 없다면서도 총리직 사퇴설을 부인했다.

빌팽 총리는 TF1 TV에 출연해 "계속 싸우고, 답을 내놓고, 교훈을 도출할 수 있는 미래가 있어 기쁘다"면서 "이번 사태로 얻은 제1 교훈은 여러분이 스스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로 자신이 시라크 대통령의 신임을 잃었다거나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이 분열됐다는 평가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 사태로 빌팽 총리의 정국 장악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그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인 니콜라스 사르코지 내부장관은 반사이득을 톡톡히 챙긴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드러나고 있다.

한편 UMP는 이날 CPE 대체 법조항들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그 조항들은 새로운 조치라기보다는 기존의 고용제도들을 보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년들을 고용하는 업체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 레스토랑·호텔 등 일자리가 많은 분야의 인턴제 확대 등이 그것이다.

고용시장 유연화를 이유로 고용불안을 가속시킬 수 있는 프랑스 정부의 입법안이 이처럼 좌절되자 프랑스의 사례가 고용유연화를 둘러싸고 세계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과 대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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