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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김재철 체제'를 지키려는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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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C '김재철 체제'를 지키려는 자, 누구인가?

[김주언의 '언터처블'] 공영방송이 정파의 홍보 도구인가?

김재철 MBC 사장은 '공영방송'을 지킬 자격이 있는가. 공영방송 사장은 명실공히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도덕성과 투명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가져야 한다. 김재철 사장은 세 가지 자격조건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부합하지 않는다. 그동안 제기된 각종 비리나 도덕성 의혹을 보더라도 그렇다. 법인카드 유용 등 개인비리 의혹은 경찰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고화질 CCTV 설치나 컴퓨터 '사찰 프로그램' 논란 등은 일반 사기업의 CEO 자격에도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보복성 인사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치적 독립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내세워야 할 공영방송에서 편파·왜곡보도를 내보내고, 비판적 언론인들을 제작에서 소외시킨 것은 다시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김 사장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끝까지 버티고 있다. 배후에 엄청난 권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인권 문외한'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연임시킨 것을 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 김재철 MBC 사장 ⓒ연합뉴스
급기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야당추천 이사들이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파업 초기 무대응과 불통으로 위기관리 능력의 한계를 보여줬던 김 사장은 파업종료 이후엔 오로지 분풀이 식 보복에만 골몰함으로써 최고경영자로서 협량함은 물론 자신의 리더십의 바닥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며 해임안 제출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여당추천 이사들에 대해서도 "170일이라는 최장기 파업사태를 애써 오불관언 했던 일부 이사들은 여전히 수적 우위를 앞세워 본질과 핵심을 외면한 채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보다는 시간끌기 식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해임안은 방송문화진흥원의 김재철 사장 청문회(9월 27일) 이후에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해임안 의결여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전기(前期)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 사장 해임안이 야당추천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적이 있다. 새로 이사회가 구성됐지만, 부결 당시 김 사장을 옹호했던 김재우 이사장이 연임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수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여당추천 이사들은 사장 감싸기와 물타기를 시도하고 시간 끌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게 야당추천 이사들의 시각이다.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 해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힘을 얻었다.

MBC노조는 "방문진 이사들은 김재철이 공영방송의 CEO로서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고 결과를 신속히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12월 대선 이전에 사장교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심적 언론인을 축출하고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등 현 상태로는 공정한 선거방송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인식이 깔려 있다. 게다가 보복성 인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MBC 노조는 사상 최장인 170일의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50여 일이 지나도록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복성 인사는 전방위에서 벌어졌다. MBC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에 대해 해고나 정직 등 중징계 조치를 내리거나 자택 대기발령 했다. 현장에서 뛰어야 할 기자와 PD들은 전문분야와 관계없는 부서로 발령받았다.

업무복귀 첫날 엉뚱한 곳으로 발령을 받은 48명은 법원에 '부당전보 취소'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중 기자가 26명에 이른다. 게다가 정치부 기자 23명 중 13명을 파업 불참자와 시용기자로 채우고 주요 데스크와 1진 반장은 파업불참자들이 맡아 편파방송 체제를 완성했다. 파업에 참여한 기자 120여 명 중 42% 정도가 취재현장에서 밀려났다.

아나운서들 역시 마찬가지다.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의 모습은 TV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아나운서국 조합원 38명 중 10명에게만 TV 프로그램이 주어졌다. 영상취재부 역시 조직개편으로 보도국 내로 뿔뿔이 흩어졌다.

최근에는 김재철 사장 법인카드 사용내역 유출자로 지목된 회계부 직원 3명이 1년간의 명령휴직을 받았다. 게다가 노동탄압 실태를 다룬 꼭지를 다룬 <생방송 금요와이드> 제작진과 이에 항의하는 글을 올린 PD 등 3명이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 <시사매거진 2580> 기자 2명에게는 교육명령이 내려졌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관련 아이템을 반대하는 담당 부장에게 항의해 일종의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방송이 중단된 시사 프로그램도 언제 방영이 재개될지 미지수이다. 대표적 시사 고발프로그램인 <PD수첩>은 구성작가들을 전원 해고한 뒤 아직도 제작에 착수하지 못했다. '눈엣가시' 같은 PD수첩을 아예 없애버리기로 작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는 이유이다. <불만제로>도 방송재개가 불투명하다.

최근 불거진 보도국 및 시사제작국에 증설된 고해상도 HD급 CCTV 증설과 회사망에 접속한 누구에게나 자동으로 설치되는 보안 프로그램도 도마 위에 올랐다. MBC노조는 이에 대해 "내부 구성원에 대한 감시용"이라며 사찰의혹을 제기했다.

보도국과 시사제작국에는 수십 대의 CCTV가 새로 설치됐다. 녹화된 피사체를 줌으로 확대할 수 있는 고성능이다. 책상에 놓인 서류는 물론, 읽는 신문, 인터넷 검색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침묵시위에 나섰던 보도부문 구성원들을 확인한 뒤 3차례에 걸쳐 150여 명을 징계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MBC는 "도난방지용 CCTV를 보강 설치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노조는 "기자와 PD들의 일상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더 나아가 회사가 직원들이 내부 PC를 통해 쓴 이메일과 이동저장장치(USB)를 이용한 자료, 메신저로 남긴 사적 대화까지 수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로이 컷'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 PC에서 자료가 유출돼 회사 서버에 수집됐다는 것이다. 트로이 컷은 해킹으로 인한 자료유출을 막아주는 프로그램이지만 옵션 기능을 설정하면 PC에서 유출된 정보가 회사 서버에 전송된다. 회사가 불법사찰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을 감시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MBC 사측이 직원들의 일상사를 들여다보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조는 지난 2월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공개된 이후 사측이 유출자를 찾는 데 실패하자 직원 감시를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만큼 신경이 예민해진 것이 분명하다.

이제 공은 방문진 이사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김 사장의 퇴출 여부는 오로지 방문진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치권의 합의도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인다. 19대 개원 당시 여야가 합의한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문광위) 언론청문회는 열릴 기미조차 없다. 결국엔 청와대와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의 의중이 좌우할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박근혜 캠프는 공개적으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재의 MBC 논조가 자신에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김재철 체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눈엣가시' 같은 신문사들를 통폐합하고 비판적 언론인들을 쫓아냈다. 방송은 아예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었다. 박 후보는 언론을 마음대로 주물렀던 유신독재시절이 그리운 것일까. 최근 5.16쿠데타와 인혁당 사법살인에 대한 그의 발언을 보면 '아부지의 유산'을 확고하게 지키려는 지극정성이 엿보인다. 박 후보는 공영방송은 일개 정파의 홍보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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