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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위기의 한국을 개혁할 수 있을까?

[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23>

민의를 외면해 온 여의도 정치

한국은 87년에 군사독재에서 벗어나며 본격적인 민주화의 길로 들어섰고 그 후 민주주의 질서를 비교적 잘 정착시켰다. 그래서 지금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하나로 손꼽힌다. 게다가 70년대 이후의 산업화에도 성공했으므로 식민지에서 벗어나 민주화와 산업화에 함께 성공한 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제도라는 것은 무엇일까? 민의가 정치에 잘 반영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렴하고 조정하고 법제화하는 의회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그 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형식적인 면에서 비교적 잘 정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정치는 왜 이렇게 혼란스럽고도 불안정한가? 기본적으로 정당제도와 선거제도가 민의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향식 공천제도, 신인에게 불리한 불공정한 선거법, 과다한 조직비용이나 선거비용 등 모든 면에서 돈이 있거나 연줄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국회의원을 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래서 유능하고 깨끗한 한 인재들이 발을 디딜 수 없다. 또 각 직능대표를 뽑는 비례대표제라도 잘 운영되면 그나마 민생을 좀 돌볼 수 있겠으나 그 선정도 제멋대로이다. 공천헌금 파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것을 돈줄로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정당제도나 선거제도에 큰 결함이 있으나 지금처럼 각 정당이 불신을 받고 정치인들이 매도되는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니다. 김대중 정권 이후 역대 정권이 민생문제 해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1998년의 신자유주의 도입과 함께 큰 변화를 겪었다. 고용 사정이 매우 나빠지고 양극화도 심해졌다. 그에 따라 사회 전반이 정상적인 궤도에서 이탈했다. 그럼에도 여의도 정치는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보수정당이기는 해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신자유주의를 도입하고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한다고 입버릇처럼 선전해 온 김대중 정권이 신자유주의를 도입했고 노무현 정권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니 서민 대중이 달리 기댈 곳이 없게 된 것이다.

▲ 2011년 11월 22일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여, 야당의 충돌. 열린우리당이 체결한 한미 FTA의 비준을 민주당이 반대하니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 ⓒ연합뉴스

진보정당이라도 제구실을 해서 상당한 정치적 공간을 확보했으면 나았을 것이나 민노당은 대중성을 얻는 데 실패함으로써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 2008년 총선에서도 고작 5석을 차지하는 소수정당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모든 정권이 낮은 지지율과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리고 임기 중반기를 넘으면 레임덕이거나 그에 가까운 현상에 빠졌다. 그래서 다음 대선 철이 돌아오면 대통령이 자기 정당에서 쫓겨나는 등 수모를 당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었다.

2007년 대선에서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 하나만을 믿고 기업가 출신의 이명박 씨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재벌과 대기업 편중 정책을 편 이명박 정권을 거치며 상황은 더 나빠졌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기존 정당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그러자 여당은 4월 총선에서 당의 명칭과 로고, 정책을 바꾸고 20대 젊은이들까지 후보로 영입하며 총력을 다했다. 그리하여 다시 과반수 정당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만 목을 맨 민주당은 자기혁신 노력에 소홀했다. 민주통합당을 만들었으나 오히려 연합정치론에 기대어 계파 간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구태를 재연했다. 2008년에 비해서는 40석 정도 늘었으나 의회를 장악하는 데에 실패했고 정치를 주도할 수 있는 동력도 만들지 못했다.

통합진보당은 13석을 얻기는 했으나 선거부정 시비에 휘말리며 이제 재기불능상태에 빠졌다. 수습과정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가장 큰 힘이었던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씨는 한국을 개혁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타난 것이 안철수 현상이다. 기존 정치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대중이 새로운 대안 정치를 위해 그를 내세운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지지율이 근 1년이나 계속 30∼40%대를 오감으로써 이제 안철수 씨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가 되었다.

그럼에도 안철수 씨가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정치분석가들에 따르면 호남 표와 그에게 우호적인 청장년층의 지지표를 다 얻는다 해도 40% 득표는 쉽지 않다. 1997년 선거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 씨와의 제휴를 통해 충청 표를 얻었는데도 40.3%, 이회창 씨는 38.7%를 얻어, 고작 1.5% 차이로 승리했다.

2002년의 노무현 대통령은 큰바람이 불었는데도 48.9%, 이회창 씨가 46.6%로 겨우 2.3% 차이로 신승했다. 언제나 한나라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세력이 약 38%로 강력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새누리당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지금 상태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가장 유력시되는 이유이다.

따라서 2012년에 야권이 승리하려면 노무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강한 바람이 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것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안철수 씨의 인기는 지금까지 그의 신비주의 전략에 많은 부분 의존했다. 모습을 꽁꽁 감춘 채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렸을 때도 그가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나아가 폭발적 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가 지금까지 정치에 대해 보여준 수동적이며 소극적 태도를 보면 한국을 바꾸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하지도 않다. 또 학생들에 대한 강연과 정치는 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지지율이 더 오를 수도 있으나 빠질 가능성도 있다.

그가 '안철수의 생각'에서 대안정책으로 내놓은 것들도 잘 다듬어진 것은 아니다. 많은 현안들에 대해 나름의 모범답안을 열거하고 있을 뿐 국민의 절실한 요구에 대한 해결방안을 체계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또 그 정책들을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한 방안도 막연하다.

그럼에도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해 보자. 독자노선을 고수하여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일곽을 무너뜨리면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면 사정은 다를 것이다. 이 경우 양대 정당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일부 의원들이 이탈하여 새 정당으로 옮겨갈 것이다. 그래도 소수파 정당으로서 강력한 야당들과 대적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선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 어떤 형태로든 타협을 해야 한다. 호남 표를 얻으려면 도리 없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에 입당하든가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독자정당으로 집권하든, 민주당 대표로 집권하든, 민주당과 공동정부를 구성하여 집권하든 그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안철수 씨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정책 준비가 썩 잘 된 것도 아니고 지지세력을 제대로 결집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정권을 잡아 봤자 결국 5년을 민주당 세력에 끌려다니고 새누리당에 견제되다가 쓸쓸히 퇴장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안철수 씨가 대통령이 되어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의회만으로 개혁정치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현 상태에서 한국사회의 구조적 개혁은 불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정치적 상상력만 동원한다면 지금의 상황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다. 현재 한국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실제적인 정치적 대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급의 절반으로 약 900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또 대기업 노동자의 절반 이하의 임금밖에 못 받는 대부분의 정규직, 약 600만 명의 자영업자, 350만 명의 농어민, 약 30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는 오늘의 신자유주의 상황에서 아무런 발언권도 행사할 수 없다.

이들의 직접적 요구사항이 의회제라는 간접민주주의 제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모두 휘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절박한 고통을 호소해도 재벌과 보수세력이 지배하는 의회를 통해서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최근에 SNS 같은 디지털 혁명을 겪으며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수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형식적인 대의제도를 통해서는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질서를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정당제도의 발전을 민주주의의 기초로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장집 선생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느 세월에 정당제도를 제대로 발전시켜 민주주의를 궤도에 올릴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맞는 말이기는 하나 너무 한가한 생각이다. 그동안에 국민들은 다 굶어 죽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우리의 정치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의회와는 별도로 사회경제문제의 해결을 당사자 사이의 직접적 논의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노동과 자본 사이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지나친 계급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통 코포라티즘(조합주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노동과 자본 외에 국가가 참여하여 지속적인 협의체를 구성하여 계급 사이의 타협을 추구하는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채용하나 그 강도와 수준에서는 차이가 많아서 단순히 노동문제만을 다루는 나라도 있고 다른 문제들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나라들도 있다. 우리도 시도했고 지금도 존재하기는 하나 유명무실한 노사정위원회는 그것을 본뜬 것이나 강도는 낮은 것이다.

전형적인 것은 2차대전 이후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오스트리아 같은 유럽 국가들에서 시행한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 사회경제평의회나 경제사회협의회 등의 이름을 가지는 이 협의기구는 사회, 경제문제에 관한 한 그야말로 국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노동, 자본, 국가의 대표가 참석하여 고용, 임금과 각종 노동문제뿐 아니라 조세, 사회보장, 주택문제 등 제반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총괄적으로 협의하여 결정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결정된 사항은 거의 그대로 입법화된다. 그것은 이 기구에서의 결정이 민주적으로, 쌍방 간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고 의회가 그것을 존중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 2010년 3월 17일 서울 여의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본회의 ⓒ연합뉴스

한국의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에 처음 구성되었는데 노동·자본·국가의 대표가 국가의 긴급한 사회, 경제 현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정책 방향을 합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개혁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고 이에 불만을 느낀 민주노총 등이 탈퇴와 복귀를 되풀이하여 원활한 운영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자문기구에 불과하여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

따라서 이제 노사정위원회를 가칭 '경제사회국가최고위원회' 같은 기구로 개편하여 국민들의 직접적인 요구사항을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든다면 의회제라는 간접 민주주의제도의 결함을 보완할 수 있다. 따라서 간접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결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여기서의 문제는 '경제사회국가최고위원회'의 구성과 의결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적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서 자본과 국가 외에 노동 대표에는 조직노동 외에 비정규직이나 저임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실업자, 노인 등의 대표들이 참석하여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할 것이다.

과거 우리 노사정위원회에서 자본 측은 노동 측의 대표성을 문제 삼았었다. 노조 조직률이 10여%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노동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비조직 노동의 대표나 다른 집단의 대표까지 참여하면 이런 소리는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각 이해집단의 대표들은 단위기구에서의 투표를 통해 민주적으로 뽑을 수 있다. 비정규직에 한해 말한다면 각 사업장 단위의 대표들이 각 지역단위 대표들을 선출하고 이들이 '최고위원회' 대표를 선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이 자본 대표들과 현안을 논의하고 정부 대표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중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결정된 사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의회에서 법제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구성된 '경제사회국가최고위원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게 된다면 이는 한국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정당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의회 안에서 수년간 논의되지도 못하고 처박혀 있는 수많은 민생법안들을 즉각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또 이것은 의회정치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각 단위기구의 조직과 그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의식화된 대중이 지역보다 계급이나 직업, 인구집단 등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됨으로써 점차 지역정치의 고질적인 폐해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반적인 선거혁명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 민족미래연구소에서는 한국혁명넷을 개설하고 '한국혁명'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프레시안>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나아가 참여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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