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정부 농민단체로부터 받은 MB 농정평가 31.4점
객관적인 경제지표를 보더라도 이 정부 들어 계속 정체되어 오던 농가소득이 2011년도엔 그 앞의 해보다 6.1%나 감소한 3000만 원대로 뚝 떨어졌다. 7년 전(2005년)의 소득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에 대비해 보아도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의 59%에 불과한 사상 최저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MB 정권 들어 눈코 뜰 새 없이 동시 다발로 속전속결로 추진되고 있는 FTA들마다 필수적으로 농업부문의 희생과 피해손실을 동반하고 있다. 그래서 이 같은 농가경제의 추락현상은 어찌 보면 콩 심은 데 콩 나는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앞날은 더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농산물 값이 조금만 오를 기미를 보이면 이명박 대통령의 품목별 농산물가격책임제에 따라 담당 정부조직은 잽싸게 해당 농축산물을 해외에서 무관세로 마구 수입하고 그 대신 값이 곤두박질칠 때는 마지못해 무슨 시늉을 하는 체 하기 때문에 농민경제가 힘 펼 날이 많지 않다. 거기에 현재 추진 중인 한·중 FTA와 한·뉴질랜드 FTA 등 농축산업 대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될 경우, 지난해의 한·미, 한·EU FTA 효과마저 덧씌워 겹쳐 우리나라 축산 및 경종부문과 과체류 특용작물, 심지어 도라지, 고사리나물까지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전망이다. 어느 품목 제대로 하나, 세계 수십 국가들과의 무관세 시장개방 그물코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찍부터 젊은이들은 농촌을 떠난 지 오래다. 지금 고령층들이 대부분인 깡촌마을에서는 50대 농민이면 '청년(靑年)' 대접을 받는다. 동네 애경사와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하고 덩치 큰 농기계 일도 그의 몫이다. 이럴 때 어린애가 딸린 도시의 젊은 가족이 무슨 사연이든 귀촌 귀농이라도 할라치면 그 동네는 십중팔구 크게 반긴다. 예전 같으면 외지인의 귀농행위에 대해 은근히 경계하고 따돌리던 풍습이 차츰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부족에 선거인 수 미달, 교부금 하달액 감소 등으로 고민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로서는 앞 다투어 귀촌 귀농 인구 유치에 발을 벗고 나서고 있다. 정착금과 빈집 등을 마련해주는 등 농촌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쓴다. IMF 환란 위기사태 때 보았듯이 나라 경제가 불안해지면 농촌으로의 도시인구 환류 현상이 도도해진다. 최근의 귀농 귀촌 행렬은 그와 같은 요인에 더하여 자연과 환경생태계에 대한 귀의(歸依) 풍조가 크게 한 몫을 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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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같은 지자체들의 서글픈 자구책에 대하여 찬물을 끼얹는 중앙정부의 정책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KDI 출신이 장을 맡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무슨 억하심정인지 일정 수의 학생을 채우지 못한 농촌 소재 초중고교에 대하여 경제성이 없다고 폐쇄하겠단다. 이미 그전부터 행해오던 초등학교와 그 분교에 대한 폐쇄정책을 확대 조치함에 따라 학령기 아동을 가진 가족들더러 어서 농산어촌을 떠나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셈이다. '의무교육'이라는 말을 헌법에서 삭제하든지, 농어촌 군소학교 폐쇄조치를 거둬들이든지 양단간에 분명히 할 일이다.
예부터 나라 정책의 근간이었던 농지정책 역시 지극히 반농업적이다. 마치 되도록 비농업용으로의 전용을 권장이나 하듯 중앙, 지방정부의 토지관련 정책이 지난 5년간 농지전용을 용이하게 완화하여 그 성과가 심상치 않다. 2007-2011년 사이 9만7622 헥터의 농경지가 다시는 농업용으로 돌아오지 못할 타 용도로 사라졌다. 매년 1만9524헥터(여의도 약 67배)의 농경지가 없어져 이제 우리나라의 가용 농경지 총면적은 전 국토의 17%인 170만 헥터에 조금 못 미친다. 그나마 부재지주들에 의한 휴경면적도 꽤 늘어나 전체 농지의 3.2%에 달한다. 헌법에서 금하고 있는 소작제도와의 모순이 우려되어서인지 정부는 전국 농지의 소유 및 소작 그리고 임대차 현황에 대한 통계를 최근에는 공식 주요통계조사 보고서에 수록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누가 어디에 얼마만큼이나 불법 또는 탈법으로 농경지를 소유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행정안전부의 컴퓨터 파일이나 읍면의 지적부를 일일이 뒤져 보아야 한다. 전국 통계는 잡혀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대충 농촌지역의 농지는 약 60% 이상, 도시 인근의 농지는 거의 90%까지가 부재지주 또는 비(非)농민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예부터 사회가 혼란하고 나라가 망하는 세 가지 요인, 이른바 삼정문란(三政紊亂)의 첫 번째 항목이 농지소유제도의 문란이다. 1950년 농지개혁 이후 누적되어 오던 병폐가 오늘날 토건(土建)세력의 득세에 따라 아주 노골화되고 있다. 이제 중앙 지방 정부가 농지의 투기적 소유와 전용을 조장 방조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정권 말기 때만 되면 토지투기와 그린벨트 훼손 그리고 농지의 불법 소유 전용이 극성을 보인다.
기본(基本)이 이렇게 뒤틀려 있으니 그 옥상의 정사(政事)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그 피해는 당사자인 농업인에 그치지 않고 식량과 농업(생태계)에 의식주 생활과 생산 활동을 의존하는 모든 국민과 국가의 존망에 영향을 미친다. 그 단적인 사례로서 올해 전국의 벼 재배면적이 타용도로의 전용과 논의 형질변경 등으로 해방(광복) 이후 최저치인 85만 헥터에 불과했다. 정부 통계조사 사상 가장 적은 벼 재배면적이다. 논에 딴 작물을 재배하라고 권장했다가 지난해 30년 만에 쌀 수확량이 사상 최저치(422만 톤)를 기록함에 따라 그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을 창피를 무릅쓰고 시행 1년 만에 취소했다. 그러나 결과는 사상 최저 생산량을 기록하여 정부의 공공비축미 계획량마저 다 사들이지 못했다. 올해는 국내 상황도 최악이려니와 세계 곡물 작황마저 심상치 않고 해외 식량시장 조건이 아주 불안하다. 가격도 옛날의 가격이 아니려니와, 필요한 곡물을 제때에 돈을 주고도 자유로이 사오지 못했던 전두환 정권 초기의 상황과 비슷하다. 그동안 농업·식량·농촌·농민 문제는 나 몰라라 시장경제에만 맡겨 온 이명박 대통령께서 오죽했으면 친히 수출국 대통령들에게 수입·수출 협조 요청 친서까지 보내고, APEC 정상회의에 가서 곡물수출 제한행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통사정까지 했을까.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이래 봐도 곡물 순수입 세계 제5위 대국이다. 연간 1410만 톤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OECD 선진국가 중에서 식량자급률이 당당히 최하위권에 랭킹되어 있다. 그런데 지구촌은 바야흐로 최악의 가뭄과 폭염으로 밀, 콩, 옥수수 등 3대 곡물작황이 곤두박질하여 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세계의 곡창지대인 미국 중남부의 가뭄피해에 이어, 엘니뇨 현상으로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등의 농산물 작황도 타격을 받고 있다. 예측한 대로 이상기후 탓이다. 국제 곡물가격이 벌써 품목에 따라 20∼52%까지 급등하였다. 일반물가보다도 훨씬 뛰어넘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그래서 10년 주기였던 '애그플레이션 (Agflation) 현상'이 1∼3년 주기로 당겨져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 식량 파동은 이제 '상시적(常時的)' 현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브라질 같은 농산물 수출국들이 옥수수 생산량의 40% 가까이를 이윤을 좇아 바이오 에탄올 제조에 전용하고 있다. 세계 곡물시장에서 국제투기자본, 이른바 곡물 메이저들이 활개를 친지도 오래되었다. 이제 그들끼리의 리그가 돼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식량을 바이오 연료로 쓰지 말자고도 제안했지만 돈(탐욕)밖에 모르는 다국적 초국경 기업들(MNCs/TNCs)이 세계 제5위의 식량·석유 수입대국의 대통령 말씀에 콧방귀나 뀔지 모를 일이다. 그동안 "총성 없는 식량·자원 전쟁"을 알고들 이나 있었는지, 우리 사회 토건족 지도자들은 땅 투기, 돈놀이에 정신이 없었다. 비싼 국내산 식량을 사 먹는 대신에 수입해다 먹으면 더 이익이라고 토지제도를 풀어 논밭을 갈아엎고 골프장, 카지노, 리조트, 반도체, TV 공장이나 다투어 짓던 주제들이 아니었던가. 그리하여 장사나 무역해서 돈을 버는 척하면서 뒷전에서는 땅 투기로 떼돈을 벌어 사업을 확장해 온 그들이 아니었던가.
아, 신농씨(神農氏) 염제(炎帝)의 저주이런가, 후직(后稷)의 징벌인가. 그중 지난해 쌀 자급율이 1970년 이래 최저치인 83%로 뚝 떨어졌다. 우리나라 식량자주권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리하여 지난해(2011년)의 전체 식량자급률은 22.6%라는 단군 이래 최저 기록을 갱신하였다. 보리쌀은 22.5%, 밀은 1.1%. 옥수수는 0.8%, 콩류는 6.4%, 심지어 감자와 고구마마저 97%에 불과하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곡물자급률은 어떻고 주식자급률은 어떠하며 칼로리자급률은 어떠하다고 옹색한 변명과 위장술을 펴기에 급급하다. 식량자급률이 22.6%라는 엄정한 국내외 최저기록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대응책 제시에 골몰하기보다 누가 MB병(멘붕, Mental Breakdown)에나 걸렸나 말장난이 지나치다.
이제 우리 모두 좀 냉정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대선을 앞두고 소위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지도자들부터 겸허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 주변의 신자유주의 재벌 장학생님들의 말씀을 디스카운트하고 볼 일이다. 그리고 현실을 겸허히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자주권을 걸고 식량과 농업 정책을 전면적으로, 아니 혁명적으로 재검토하여야 한다. 이대로의 토지정책(농지제도)과 가격·유통구조의 문란을 방치할 것인가 되물어 보아야 한다. 어느 정도의 식량자급도를 유지해야 자주국가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상기후가 장차 농업환경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분명히 따져 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앞으로의 세세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필요하면 식량농업·농지문제에 대한 혁신 책을 국민 투표에라도 부치겠다는 자세로 혁명에 준하는 범국가적 개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세계대전 중 전쟁에서는 이겼으나 식량수입·수송문제로 국민들을 극심한 고통에 빠뜨렸던 악몽을 잊지 않고 전후 농업재건에 성공했던 영국의 사례라든지,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과 프랑스, 독일, 스위스, 대만 등의 엄격한 농지관리제도 등이 우리에겐 큰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역시 4헥터 이하의 농지전용만 지방정부에 위임하고 나머지 전체 농지는 중앙정부가 확고하게 통제하는 모범국가 중의 하나이다. 눈을 돌려 다시 세계를 보고 우리 자신을 보고 기초부터 바로 세워나가야 할 때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자들이여, 부디 바라건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갈지어다. Back to the Basic! 그것이 진리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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