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는 알카에다와 다르다'
팔레스타인의 강경 이슬람 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끝까지 무력투쟁을 벌이라는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충고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러시아 정부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중인 하마스 대표단의 칼레드 메살은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평화 협상을 거부하라는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메시지에 대해 "우리 운동은 우리 나름대로의 비전을 갖고 있다"며 알카에다의 충고는 필요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독립국가 건설을 방해한다면 '이스라엘 제거'라는 하마스 헌장을 바꾸지 않겠다고 버티며 총선 압승 후에도 강경 기조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칼레드 마살의 이같은 말은 대(對)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겉모습은 같아 보이지만 하마스는 비이성적인 테러를 일삼는 알카에다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의지와 자존심의 표현이다.
마살은 이어 "우리 운동은 언제나 팔레스타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정책을 바꾸더라도 깊은 고민 끝에 바꾼다"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멈춘다면 자신들의 입장도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무조건적인 무장 투쟁이 아니라 조건에 따라 정책을 바꾸는 합리적인 조직임을 강조한 것이다.
모스크바를 방문중인 또 다른 하마스 대표단인 모하메드 나잘도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권리와 팔레스타인 독립국의 건설을 인정한다면 우리의 입장을 바꿀 수 있다"며 "하마스의 정책이 바뀌길 바란다면 먼저 이스라엘에게 그들의 입장을 바꿀 건지 물어보라"고 강조했다.
알카에다와 철저히 거리를 두는 하마스의 이같은 태도는 알카에다 요원들이 팔레스타인에 침투해 자살폭탄테러를 부추기고 있다는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최근 발언이 '하마스-알카에다 연계설'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키 위한 대응으로도 풀이된다.
***이스라엘 총리 "러시아의 하마스 초청은 잘못"**
이에 앞서 알카에다의 알 자와히리는 4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를 통해 방영된 비디오 테이프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의 근거가 된 지난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간 오슬로 평화협정을 "항복협정"이라고 비난하면서 "하마스는 무력투쟁을 계속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 누구도 영토에서 난 곡식을 넘겨줄 권리는 없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세속주의자들이 빵 부스러기를 얻으려고 팔레스타인을 팔아치웠다. 그들에게 합법적 지위를 주는 것은 이슬람에 반한다"며 팔레스타인의 현 정권을 성토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권한대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가 하마스 대표단을 모스크바로 불러들여 접촉한 것은 "잘못"이라고 대놓고 말했다.
정부 구성과 경제 원조에서 러시아의 협조를 얻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하마스 지도부는 하마스 헌장을 바꾸라는 러시아와 국제사회의 압력을 거절하며 이스라엘 먼저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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