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리, 의회해산 선언…4월2일 총선

부패와 권력남용으로 사임압박…'정치꼼수' 비판받아

야당과 국민들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아오던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가 24일 의회를 해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태국은 오는 4월 2일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탁신 총리는 이날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알현하고 선거일정에 대해 동의를 얻어낸 뒤 기자들에게 "의회를 해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AP〉 〈로이터〉 등이 방콕발로 보도했다.

이로써 부패와 권력남용 의혹으로 사임 압력을 받아오던 탁신 총리는 지난해 2월 총선 압승 후 1년만에, 예정됐던 다음 총선 연도인 2009년보다는 3년 앞당겨 총선을 실시하게 됐다.

탁신이 의회해산을 선언한 뒤 국왕은 포고령을 통해 오는 4월 2일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입헌군주제인 태국은 상하 양원제를 택하고 있는 의회제 국가로, 조기 실시될 총선에서는 500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저소득층과 농촌 지지기반으로 부활 기도**

국왕은 포고령에서 "긴장된 정치상황이 폭력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거가 필요하다"며 "의견차이가 심각한 정치적 분열을 야기할 때 태국을 포함한 민주사회의 일반적인 해결방식은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치권력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탁신 총리는 의회해산 선언 후 TV 연설을 통해 자신이 조기총선을 지휘할 것이라며 "선거에서 국민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탁신 총리는 "나는 현 정부가 국가에 봉사하기를 바라고 있는지를 국민이 결정해주도록 요청하고 싶다"며 현 정부 때문에 혜택을 상실한 일부 사람들은 정부를 무너뜨리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현 정부의 계속집권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는 4월 2일은 국가에 중대한 날이 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일반적인 선거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결단력을 보여주는 선거일 것이며 나는 그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6일 반정부 시위 예정**

의회해산이 결정되자 반체제 운동단체와 야당 등은 탁신 총리가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신 정치적 꼼수를 두고 있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오는 26일 방콕에서 반정부 집회를 주도하기로 한 시민단체 연대모임인 '국민민주주의연대'는 의회 해산은 탁신 총리의 이기적 행동이라며 이는 정치현안을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제2 야당인 찻타이의 솜삭 프리사나타쿤 부총재는 "탁신은 오늘 나라의 문제가 아닌 자기 문제를 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하나의 야당인 신생 마하촌당의 아넥 라오탐탑 전 총재는 탁신 총리가 당초의 약속과 달리 야당들에 사전통보도 하지 않고 의회를 해산했다고 공격했다.

탁신 총리는 자신의 가족과 처남의 가족이 최대재벌 친(Shin)그룹의 지주회사인 '친코퍼레이션'의 주식을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 홀딩스'에 매각한 것을 두고 총리로서의 권력을 남용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현지 소식통들은 조기총선이 이뤄지면 탁신 총리 측이 저소득층과 농촌 지역의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다시 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500석인 하원에서 현재 124석을 보유하고 있는 야당이 총리 불신임안을 상정할 수 있는 20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