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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던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FTAA),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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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던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FTAA), 부활하나?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117〉

***'분열 기미 보이는 남미공동시장'**

미주대륙을 하나로 묶어 세계최대 시장을 탄생시키겠다는 야무진 꿈을 안고 부시 행정부가 자신만만하게 추진했던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FTAA) 창설을 무산시킨 남미공동시장(MERCOSUR)이 최근 베네수엘라의 가세와 볼리비아 정회원 가입을 추진하며 세 불리기에 나선 가운데, 이번엔 파라과이와 우루과이 정부가 남미공동시장이 자국의 경제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미국과 자유무역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조짐을 보여 파문이 일고 있다.

우루과이 따바레 바스케스 정부의 우익계 내각이 팔을 벗고 나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상(FTAA)은 미국이 우루과이산 육류와 양모 등 300여 종류의 상품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를 철폐한다면 남미공동시장에서 탈퇴해 남미보다는 미국, 나아가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자유무역을 이끌어내는 게 훨씬 실속이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스케스 내각의 관리들은 칠레를 예로 들면서 허울뿐인 남미공동시장에서 벗어나 아시아와 미국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게 자국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남미공동시장 탈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현행 남미공동시장의 정회원 규정은 타 지역국가들과의 자유무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정부의 이런 분위기와 함께 지난 2001년 부시 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기도 했던 쿠바출신의 미 상원의원인 멜 마르띠네스는 최근 "미국과 우루과이 양국은 상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며 "양국 정부의 비준 절차만을 남겨 놓고 있다"고 아르헨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마르띠네스 의원의 이 발언이 남미 현지언론에 공개되자 브라질과 아르헨 정부는 우루과이 정부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실확인에 나섰다. 마르띠네스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남미공동시장 회원국들 간에 일파만파로 파문이 확대되자 "양국간 투자보호협정을 자유무역협정으로 잘못 이해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아르헨 주재 미대사관 역시 성명을 통해 "마르띠네스 의원이 한 문제의 발언은 투자에 관한 협정이지 무역협정은 아니다"라고 해명, 즉각적인 진화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함께 우루과이 외무부도 미국과는 투자안정보장 등의 협정을 맺은 사실은 인정을 하면서도 미국이 농업보조금을 철폐하지 않는 한 자유무역협정은 맺지 않을 것이라는 메르코수르의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루과이 정부 내 축산장관을 비롯한 우익계 관료들은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정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미국 정부가 파라과이와 우루과이 정부를 부추겨 남미 공동시장의 결속력을 와해시키고 미주자유무역지대를 성사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라과이에 이어 우루과이도 친미 선회 조짐'**

우루과이 정부에 앞서 파라과이는 남미공동시장과의 협력보다는 미국과의 군사. 경제분야의 협력을 강화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정부를 자극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미국은 마약밀매 근절과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삼아 파라과이에 미군 병력과 수사기관요원들을 상주시킨 것도 메르코수르 국가들에겐 불만 요소다.

현지 언론들은 "만일 우루과이가 남미공동시장을 탈퇴하고 미주자유무역지대로 합류한다면 파라과이 역시 그 뒤를 이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루과이와 파라과이의 남미공동시장 내에서 역할은 그다지 주목할 게 없지만 만일 이들 국가들의 정회원 탈퇴가 기정사실화되면 '하나의 남미'를 명분으로 내세운 메르코수르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FTAA 는 남미 중심부에 거점확보라는 명분을 축적하고 남미공동시장을 압도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남미공동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국 외무장관들은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정부의 미국을 향한 곁눈질이 그동안 남미공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국이 미국을 대신해서 파라과이와 우루과이를 경제적으로 달랠 만한 마땅한 '당근'이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차베스와 룰라, 키르츠네르 대통령을 중심축으로 하는 남미공동시장을 무력화하고 미주 자유무역 지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메르코수르 정회원 국인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를 향한 미국의 끈질긴 회유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관심사다.

남미 현지의 일부 언론들은 이제 미주대륙 35개 국에서 쿠바와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친미 성향을 보이고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FTAA)에 손을 들어줄 채비를 취하고 있어 "죽었다던 FTAA가 다시 부활한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주도 FTAA의 남진 정책과 중남미 좌파정부가 주도하는 메르코수르의 북진 정책이 팽팽하게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파라과이와 우루과이의 탈 남미정책 움직임이 아르헨과 브라질을 향한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엄포용인지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4일 필자가 접촉해 본 우루과이 현지 언론인들과 경제인들은 "우루과이 정ㆍ재계의 현재 분위기는 메르코수르와의 협력보다는 미국으로 그 축이 기울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우루과이가 남미공동시장에서 벗어나 딴살림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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