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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월드] 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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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월드] 송환

감독 김동원 | 출연 조창손, 김선명, 김영식, 류한욱 | 시간 148분 | 화면비율 풀스크린 1.33:1 | 오디오 돌비디지털 2.0 | 출시 푸른영상

12년간 비전향 장기수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댄 집요한 남자가 있다. 1988년 철거민들의 아픔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으로 알려진 다큐멘터리스트 김동원 감독이 바로 그다. 봉천동 달동네에 살던 김동원 감독은 아는 신부로부터 비전향 장기수 두 사람을 봉천동으로 모셔다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1992년 3월 어느 날의 일이었다. 김동원 감독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카메라를 챙겨들고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전향 장기수 조창순, 김석현 씨가 임시로 머물고 있던 한 요양원을 찾아갔다. 그때부터 김동원 감독의 카메라와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동고동락이 시작됐다. 1992년 시작된 비전향 장기수들에 대한 김동원 감독의 취재는 12년 후 비전향 장기수 중 일부가 북으로 송환된 이후까지 이어진 것이다. 〈송환〉은 그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지난 2003년 개봉된 지 2년 여 만에 드디어 DVD가 출시됐다.

〈송환〉은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단지 이념적으로 북한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평균 3-40년 동안 옥살이를 감내해야 했던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검버섯 핀 얼굴과 주름진 손마디가 영화 내내 가슴을 내리누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전향 장기수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의 사연과 거의 평생을 옥살이한 후에도 자신이 선택한 이념을 버리지 않는 고집을 지켜보기가 결코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환〉은 감동적이다. 김동원 감독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인간에 대한 신뢰가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깊은 속내까지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고도 없이 죽음을 맞이한 동료 비전향 장기수의 장례를 치루는 모습과 송환을 앞두고 결혼을 선택한 동지와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 남과 북에 모두 가족을 둔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의 송환 포기 결정, 고문에 못 이겨 전향서에 사인하고 출소해 죄책감을 평생 가슴에 짊어진 채 살아가는 모습 등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삶을 과장없이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상계동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송환〉에서도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인간에 대한 김동원 감독의 애정과 믿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송환〉은 거의 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굽힐 줄 모르는 신념과 지독한 한국살이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표정과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만으로도 우리에게 감동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사회의 그늘진 부분에 대해서는 외면했던 우리에게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 김동원 감독의 〈송환〉은 2004년 선댄스영화제 '표현의 자유상', 2003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관객상, 2003년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진출 등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개봉된 지 2년 여 만에 출시된 DVD는 여러 면에서 알차다. 디스크 2장으 로 출시된 〈송환〉의 DVD에는 148분에 달하는 본편 외에도 김동원 감독, 김태일 촬영감독, 정창영 조감독의 음성해설이 '촬영 뒷담화'라는 타이틀로 디스크 1에 담겨있다. 〈송환〉 촬영 시작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상세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디스크 2에는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 13명 각각의 사연을 담은 104분짜리 영상물 '자유를 넘은 사람들'을 비롯, 관객의 질문에 답하는 김동원 감독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 '송환 이후… 관객과의 대화', '송환을 바라보는 시선', '다큐멘터리스트 김동원' 등 〈송환〉과 김동원 감독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송환 이후… 관객과의 대화'에 수록된 "오랜 세월 비전향 장기수를 버티게 만든 힘은 함께 감옥에 갇혀 있는 동지들이 보여주는 동지애"라고 설명하는 김동원 감독의 대답은 김동원 감독과 비전향 장기수 사이의 우정이야말로 장장 12년에 걸친 다큐멘터리 촬영을 가능케해준 원동력이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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