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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시의 희생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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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시의 희생양이었다"

폴 브레머 전 이라크 최고행정관 자서전에서 주장

2003년 5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종전 선언' 후 이라크 현지 최고 책임자로 임명됐던 폴 브레머 전 이라크 최고행정관. 그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집행하며 사실상 '총독' 노릇을 했다는 사실을 무색케 하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회고록 출간에 앞서 "미국은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던 브레머 전 최고행정관은 회고록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거의 모든 최고위급 정책 결정자들을 거론하며 비난을 퍼부어 부시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회고록 〈이라크에서 보낸 한 해〉에서 브레머 행정관이 비판의 초점으로 삼은 것은 전쟁 종료 선언 후 이라크를 안정화하기 위해 미군을 증파해 달라는 거듭된 요청을 부시 행정부가 거절해 저항세력의 공격을 확산시켰다는 점이다.

***"미 국방부는 제도적 무기력증 환자"**

브레머는 최고행정관에 취임한 2003년 5월부터 다국적군의 규모가 작다는 우려를 표했고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관리들에게 그 문제를 수 차례 제기했지만 자신의 충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브레머는 2004년 5월 이라크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미군 50만 명이 필요하다는 저명한 연구소의 보고서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에게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럼스펠드는 2004년 5월 최소한 3만 병력을 더 보내야 한다는 제안도 거부했다.

그는 최근 자서전 홍보차 〈NBC〉 방송에 출연해서도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부시 행정부는 처음부터 대량살상무기에만 관심이 있었고 전후 저항세력이 기승을 부릴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며 "이라크인은 미군을 무능한 점령자일 뿐 아니라 기본적인 법과 질서도 지키지 않는 집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2003년 11월 딕 체니 부통령에게 "(저항세력과의)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전략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부통령이 "나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NBC〉 방송은 "그 말은 체니가 당시 국민에게 하던 말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레머는 과거에도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군 고위 관리들이 자신을 실패에 대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항세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군 병력을 감축하기로 한 것은 미 국방부가 "제도적 무기력증"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도운 다국적군도 비난해**

행정관 취임 후 이라크 정규군 해산을 결정했던 브레머는 군사훈련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결국 저항세력의 성장을 도왔다는 비난을 종종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자서전에서 대부분이 이라크군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이미 흩어졌고, 다시 소집한다면 수니파 군대만 더 키우는 셈이 됐을 것이라며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브레머는 또 미국을 도와 이라크전에 참가했던 다른 나라 군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영국을 비롯한 다국적군들이 시아파 성직자이자 저항세력의 거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체포하는 계획에 대해 "우유부단했고 겁을 냈다"는 것이다.

또 나자프 공습 당시 스페인군에 대해서도 "그들은 탱크 안에 앉아있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너무 화가 난다. 저건 '의지의 동맹'(coalition of willing)이 아니라 '무의지의 동맹'(coalition of th not-at-all-willing)이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브레머는 이어 사담 후세인 정권의 악행과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를 과장했던 이라크 망명자 집단에 대해서도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라크 망명자들이 2003년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를 만들 당시의 행태들을 소개하며 "그들은 낙원을 건설할 수 없다. 이라크를 내버려둬라"고 비난했다.

부시 행정부의 고위직 관료를 지낸 후 사임하고 나서 부시 대통령의 '뒷통수를 친' 사례는 브레머 행정관 외에도 몇차례 있었다.

폴 오닐 전 재무장관은 퇴임 후 〈충성의 대가〉라는 자서전에서 부시 대통령은 '언어장애인들에 둘러싸인 시각장애인'이라고 조롱했다.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테러담당 조정관은 〈모든 적들에 맞서〉라는 회고록에서 "부시는 알카에다가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기관의 경고를 무시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폴 브레머의 경우 '보다 많은 미군들을 보내 이라크를 완벽히 장악하지 못한 점'을 비난했을 뿐, 이라크 침공 자체에 대한 비판은 없다는 건 결정적인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결국 모든 책임을 부시 대통령에 미루고 회고록 판매고만 늘리려는 '상술'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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