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네거티브 '정면돌파'…對 박근혜 '전면전' 신호탄

[분석] '검증 공세'로 밀리던 분위기 대대적 반격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에 대한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의 '불출마 종용' 사실을 폭로하면서, 본격적인 안철수-박근혜 대립 구도가 짜여졌다. 안 원장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선 후보 개입 여부를 집중 추궁할 의지를 밝혔다.

작심한 금태섭-송호창, 박근혜 정조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태섭 변호사는 작심한 듯한 모습으로 나섰다. 금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정준길 위원이 폭로하겠다는) 내용을 새누리당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공모했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새누리당에 책임을 물었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자행하고 있는 이같은 일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도 화제를 모았다. 송 의원은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조사특위 민주당 의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송호창 의원도 박 후보를 '정조준'했다. "(박 후보가) 최근 이 대통령과의 2시간 독대에서 이런 내용이 오갔는지, 알고 있는지 분명히 직접 해명하지 않으면 박 후보가 국민의 통합,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전혀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어 "박 후보 역시 이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의 피해자라고 말했다"며 "박 캠프에서 가지고 있는 정보가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떻게 전달됐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규명해야 박 후보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정조사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또 사정기관과 새누리당 그리고 언론 사이의 조직적인 '뒷거래' 의혹도 제기했다. 금 변호사는 "일부 언론에서 적법한 방법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개인정보를 보도하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 동시에 취재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며 "역사를 되돌리려는 어떤 사실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대응'의 뜻을 밝혔다.

이어 금 변호사는 "안 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한 치의 의혹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새누리당 정 위원이 폭로하겠다는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누차 강조했다. 정 위원이 폭로하겠다는 내용은, 안 원장이 연구소 설립 초창기 산업은행에서 투자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 투자 팀장 강모 씨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며, 안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다는 것이다.

금 변호사에 따르면, 안 원장은 '불출마 협박 전화'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인가요"라고 물은 뒤 그 외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4일에 전화를 받고 이날 기자회견 한 이유에 대해선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또 기자회견은 이날 오전 하기로 결정했으며, 수사기관에 의뢰 여부는 추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

안철수 측 기자회견 갖고 충격적 폭로

이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에 대한 새누리당 대선기획단의 '불출마 종용' 폭로 기자회견을 접한 기자들은 현장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최근 안 원장 주변서 불거진 의혹에 대한 입장 표명이라고 안 원장 측에서 1시간 전에 예고는 했지만, 이같은 구체적인 협박 사실을 털어놓으리라고 예측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안 원장 측에서 적극적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안 원장 측이 공개된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과 접촉한 것은 지난 2월 안철수 재단 출범 이래 처음이다.

그동안 안 원장 측은 짧은 보도자료나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서만 안 원장의 근황을 전달했었다. 또 페이스북에서 '진실의 친구들'이라는 페이지를 개설해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해명글을 올리는 등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안 원장 측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검증 공세'에 시달리던 안철수 측, 공세로 전환

안 원장 측의 이같은 폭로에 정준길 위원은 금태섭 변호사와 전화 통화 사실과 금 변호사가 '협박'으로 규정한 뇌물, 여자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친구 간의 사적 통화"라면서 "대선 불출마를 종용한 적도 없고, 그럴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해명했다.

4일 아침 출근 시간에 이뤄진 통화로 '녹취록'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두 사람 간 통화 분위기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두 사람이 대학 동기라는 점에서 실제 '협박'이었을 수도, 친구들간 감정 섞인 '사적 대화'이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날 폭로로 최근 시작된 언론 등의 '검증 공세'에 수세적, 내지는 소극적 대응을 하던 안 원장 측이 공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안 원장은 최근 '딱지 아파트 매입' 의혹, 포스코 사외 이사 시절 행보 논란 등 잇딴 검증 공세로 지지율이 다소 하락세에 접어들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