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身病), 뇌물수수 의혹, 아들 구속 위기, 미국의 비협조….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달 가벼운 뇌졸중으로 병원 신세를 졌던 샤론 총리는 오는 5일 심장 수술을 받는다. 정치 일선에서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는 있지만 78세라는 그의 나이는 언제든지 이스라엘 정국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3월 28일 치러지는 이스라엘 총선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식 입장 변경 미룬 채 팔레스타인 선거운동 방해**
최고의 배후 세력인 미국과 '자잘한' 사안들에서 이견이 생겨나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은 오는 25일 치러질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동예루살렘에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투표 참여를 막겠다는 이스라엘의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양측 모두의 성지(聖地)인 동예루살렘은 원래 요르단 땅이었지만 1967년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에 합병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진〉
이스라엘 일간 〈알 하레츠〉에 따르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총선이 예정대로 치러져야 하고,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인들의 투표 불허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백악관 관리들이 3일(현지시간) 밝혔다.
백악관 관리들은 "선거 일정은 오래 전부터 정해진 것이고 팔레스타인인들은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은 부시 대통령의 속내를 전했다.
이에 앞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일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들이 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거를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샤론 총리는 지난달 팔레스타인인들의 투표를 허용하겠는 뜻을 밝힌 적이 있지만, 그같은 방침이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미국이 '투표 허용'을 압박하는 것에 적잖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경찰은 3일 동예루살렘 구 시가지의 다마섹 문(Damascus Gate) 앞에서 유세를 하려던 후보들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을 연행했다가 풀어줬다고 〈알 자지라〉가 보도했다. 동예루살렘에서 선거와 관련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정치활동을 막겠다는 것이다.
***아들도 의원직 사퇴 후 실형 위기**
이스라엘 경찰이 총리 가족들의 뇌물 수수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것도 샤론의 목을 조이고 있다.
〈알 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은 지난달 22일 오스트리아 출신 금융인인 마틴 시라프의 이스라엘 자택을 압수 수색해 서류와 전화기, 컴퓨터 등을 확보했다고 3일 밝혔다.
마틴 시라프는 1999년 선거 당시 샤론 가족들에게 300만 달러 상당의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경찰 대변인은 "시라프의 컴퓨터 자료를 분석한다면 300만 달러가 샤론 총리의 가족들에게 보내졌다는 증거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스라엘 법원이 시라프의 변호인의 컴퓨터 수색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조사가 당장 이뤄지지 않겠지만, 가처분 기간이 종료하면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샤론 총리 측에서는 이에 관한 논평을 거부했다.
한편 이에 앞서 샤론의 아들인 옴리 샤론은 99년 선거자금 불법모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했다. 옴리는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7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이스라엘 언론들은 단기 형량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디마 당의 '전진'이 유일한 위안**
이렇게 악재로 둘러싸인 상황이지만 위안은 있다. 지난해 말 리쿠드당 탈당이라는 강수를 두며 창당한 카디마(전진)당이 여론조사 1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 하레츠〉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카디마당은 2주전 여론조사보다 3석이 많은 42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샤론 총리가 박차고 나온 리쿠드당은 1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2위인 노동당을 좀처럼 누르지 못하고 있다. 노동당 역시 2주전보다 2석이 적은 19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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