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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불법도청' 논란 가열… '부시 탄핵'까지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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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불법도청' 논란 가열… '부시 탄핵'까지 거론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여론 확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들에 대한 정부 당국의 전화·이메일 도청은 합법적이며 앞으로도 이를 계속 승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것을 두고 미국 안에서 논란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의회에서는 공화당 의원들까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고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대통령과 부통령에 대한 탄핵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이라크 전쟁 관련 광범위한 조사 거론**

하원 법사위의 존 코니어스 민주당 의원(미시간)은 지난 18일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의 비밀도청 승인을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결의안을 포함해 3가지 법안을 제출했다.

과거 워터게이트 사건과 이란-콘트라 게이트 조사에서 명성을 떨쳤던 코니어스 의원은 특히 이들 법안에서 청문회 개최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부통령의 탄핵에 관한 법적 근거를 검토한다는 조항까지 넣어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경우도 상정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코니어스 의원은 특별위원회를 통해 정부가 의회의 승인 없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절차에 들어갔는지의 여부, 전쟁 전 정보조작 여부, 이라크에서의 고문 승인 여부, 행정부가 권한을 이용해 전쟁 반대자들에 대한 보복적 조치를 취했는지의 여부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원 법사위원장인 아렌 스펙터 의원(펜실베이니아)을 포함한 공화당 의원들조차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권한남용 사례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로버트 버드 민주당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19일 "미국인들은 대통령의 권력남용에 놀라고 있다. 이 정부가 법을 지키는 시민들과 헌법에 반하는 잘못된 행위에 관여해 왔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이 의회 의석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부통령에 대한 탄핵이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시사주간지 〈네이션〉은 21일 "부시는 대통령이지 왕이 아니다"라는 러스 파인골드 민주당 상원의원(위스콘신)의 말처럼,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이 권한을 넘어선 행동을 했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곳곳에서 반발 움직임**

이와 관련해 미국 연방지방법원 판사 1명이 부시 대통령의 비밀도청 허용 합법성 발언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제임스 로버트슨 해외정보감시법원(FISC) 판사가 부시 대통령이 지난 17일 미국 시민들을 상대로 한 비밀도청 계획을 허용했음을 시인한 것에 항의해 지난 19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테러리스트 또는 간첩 혐의를 받는 미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비밀도청, 수색 등에 대해 정부 당국이 발부하는 영장 신청 등의 적법성 여부를 감독하는 FISC에서 11년 간 근무한 로버트슨 판사는 부시 대통령의 비밀도청 계획 허용으로 FISC의 업무가 훼손될지 모른다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로버트슨 판사는 19일 존 로버츠 신임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하면서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동료 판사와의 사석 토론에서 미 국가안보국(NSA)의 비밀도청에서 취득한 정보를 FISC로부터 영장을 발부받는 데 이용할 것을 우려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연방판사로 임명된 로버트슨 판사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의 포로 불법처우 등과 관련해 부시 행정부에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진보적인 성향의 판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령 아니어도 도청 충분히 가능해"**

부시 행정부의 비밀도청 승인에 대한 비판의 근거는 첫째 영장 없는 도청을 승인한 '대통령령'이 근거없는 압수·수색·도청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4조를 위반했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전시에 있다는 것을 이유로 국내사찰을 합리화했는데 이는 의회와 법원의 권한을 교묘히 회피한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FISC는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의거해 국내 사찰에 대한 영장 청구 요청을 검토한다. 시간이 촉박하거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이 있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영장이 청구되기 전에 사찰을 실시한 후 사후 심사를 받게 된다. 이 비밀법원은 민감한 사찰을 가능케 하고 조사의 보안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용의자들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사법적 장치로, 대테러전에 있어 정부의 역할과 수정헌법 4조가 충돌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부시의 대통령령은 비밀을 누설시키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도청을 가능케 한 이 절차마저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버드 상원의원은 19일 의회 연설에서 "대통령은 '나를 믿으라'란 말밖에 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사람이 아닌 법에 의해 지배되는 나라다. 그가 주장하는 권한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FISA나 헌법 어디에 그런 권한이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FISA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맞지 않는 낡은 법이기 때문에 도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비판자들은 미국 애국법(US Patriot Act)이 테러와의 전쟁에 필요한 많은 수단을 보강해주면서 FISA의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 2002년 제정된 정보허가법과 국토안보법도 FISA를 수정·보완했다는 점을 들어 라이스 장관의 발언을 반박하고 있다.

버드 의원은 "9.11 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보면 '정보기관과 법집행기관 사이에 있던 벽이 9.11테러 이후 없어져 양측의 협력에 새 지평이 열렸다'고 돼 있다"며 라이스 장관의 말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고 사령관으로서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령관에게 부여된 권한은 군 통수권에만 한정된 것이다. 그러나 도청 문제는 외국 군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고한 미국인들에 대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9.11테러를 저지른 자들을 공격하기 위한 전쟁 결의안이 그같은 무한한 권한을 줬다고 주장하지만 견제받지 않는 권한을 준 것을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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