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미 중앙정보국(CIA)이 운영하고 있다는 비밀수용소의 존재를 사실상 시인했다.
***의혹 제기 한 달만의 첫 반응**
라이스 장관은 5일(현지시간) 유럽 순방에 앞서 비밀수용소의 운영 의혹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도 "테러용의자들을 필요에 따라 다른 나라로 이송(rendition)해 조사하는 것이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해 수용소의 존재 및 운영을 사실상 인정했다.
라이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CIA가 옛 동구 국가들에서 비밀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첫 보도가 나온지 한 달여만에 나온 첫 공식 반응이다. 그러나 그는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고문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라이스 장관은 "어떤 나라든 자국이나 타국에 대한 테러 공격을 막기 위해 우리와 협력할지 여부와 민감한 정보를 얼마나 공개할지 여부는 주권국가인 그 나라 정부와 국민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미국은 "첩보, 사법, 군사작전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 논의할 수 없다"며 "다른 나라들도 우리와 같은 입장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정보, 사법, 군사협력은 "쌍방향 길"이라고 못박고 "우리가 유럽국가들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유럽 국가들이 테러 공격을 막고, 유럽인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최근 서유럽 국가들에서 제기되는 비판론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또 테러용의자를 다른 나라로 이송해 심문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오래된 관행이라고 강조하고 "이는 국제법에서도 허용하고 있고 자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미국만 그렇게 했거나 미국의 현 행정부만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독일, 독일인 구금 및 CIA 비행기 이착륙 논란에 휩싸여**
한편 라이스 장관의 첫 기착지인 독일에서는 CIA가 무고한 독일인을 테러용의자로 구금했던 사실을 독일 정부가 알면서도 은폐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 내무부가 5일 이 문제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테러용의자로 구금했던 레바논계 독일인 칼레드 엘 마스리를 풀어주기 전 당시 주독 미국 대사를 통해 독일 내무장관에게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면서 이에 관해 함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4일자로 보도했다.
또 독일 공영 〈ARD〉 방송은 4일 CIA가 테러용의자를 동유럽 등의 비밀수용소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독일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CIA 비행기가 최소 437차례(2002년 137회, 2003년 146회)에 걸쳐 독일 공항에 착륙했거나 영공을 지났다는 독일 정부의 기록이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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