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이 지난해 팔루자 대공세 때 화학물질 '백린(白燐, 흰색 인 물질)'을 사용했다고 시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5일(현지시간)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인 배리 베너블 중령이 "무장 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백린이 인화 물질로 사용됐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백린은 유엔이 금지하고 있는 화학물질로 살을 태우는 맹독성 인화물질이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지난 8일 이탈리아 국영 방송인 <RAI>가 제작한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전하면서 팔루자 전투에 참가한 전직 미군병사를 인용해 "미군이 팔루자에 대해 흰색 인을 사용하려 했기 때문에 주의를 집중하라는 명령을 들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은 당시 이를 부인했으나 베너블 중령이 이같이 시인함에 따라 '후세인의 생화학 무기를 없애겠다'며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오히려 국제사회가 금지한 화학물질을 무기로 사용했다는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 발표는 '빈약한 정보'에서 온 것"**
백린은 1980년 제네바협정 의정서에서 전투에서의 사용이 금지된 소이성 물질 중 하나로 미국은 이 의정서에 대한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배너블 중령은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미 국무부의 부인 성명이 "빈약한 정보"에 의한 것이라고 털어놓으면서도 "금지된 화학무기를 만드는 데에 백린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특수한 상황에서 인화물질로 백린을 사용했을 뿐 네이팜탄이나 소이탄 형태로 썼던 것은 아니라면서 "화학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만 썼다. 그것은 불법도 비법(非法)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백린은 산소와 만나 높은 가연성을 갖는 물질로 인간의 몸에 닿았을 경우 산소가 다 없어질 때까지 타는 특성을 갖고 있다.
군사 전문 웹사이트인 글로벌시큐리티(www.globalsecurity.org)는 "인이 피부에서 연소되면 상처가 깊고 고통스럽다. 이 무기들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계속 타기 때문에 특히 치명적이고 뼈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국 브래드포드 대학의 평화학부 교수인 폴 로저스는 백린이 민간인들을 겨냥해 사용됐을 경우 화학무기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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