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의해 테러 용의자로 오인돼 구금됐던 이라크인 2명이 수감 기간 동안 사자 우리 앞에서 위협을 당하는 등 수차례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와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미국의 인권 유린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같은 사실은 2003년 미군에 구금됐던 이라크인 셰자르 칼리드(34) 및 타헤 모하메드 사바르(37)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제시됐다고 미국 <ABC> 뉴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설탕·바나나 흥정하는데 잡아가"**
식료품 거래상이던 셰자르 칼리드와 설탕과 바나나를 파는 타헤 사바르가 체포된 것은 지난 2003년 7월 17일. 미군은 사업상 만나고 있던 이들에게 들이닥쳐 아무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잡아갔다.
칼리드는 "그들은 체포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으며 물었지만 대답 없이 심하게 때리기만 했다"며 미군이 손을 뒤로 묶고 얼굴에 두건을 씌운 후 이가 부러지고 코피가 날 때까지 구타를 했다고 밝혔다. 사바르도 비슷한 상황에서 어깨가 탈구됐다고 말했다.
칼리드는 잡혀간 뒤 미군이 사담 후세인의 집무실이던 공화국궁 안 사자 우리 앞에서 우리 문을 열며 자백을 강요했다고 전했다.
사바르는 당시 으르렁대는 사자우리 앞으로 끌려간 뒤 "두 병사가 나를 우리 안으로 밀어 넣었다. 사자는 나를 향해 달려왔고 그 순간 그들은 나를 우리에서 빼내고 문을 닫았다. 나는 거의 의식을 잃을 지경이었다"고 끔찍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사담 후세인의 맏아들인 우다이는 두 이라크인 수감자가 구금됐던 바그다드 공화국 궁전의 사저에서 사자를 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바르는 또 미군이 공화국궁 안에서 수감자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총살하는 흉내를 내며 울부짖거나 의식을 잃는 수감자들 앞에서 웃고 있었던 적도 있다고 전했다.
칼리드는 공화국궁 내 수감시설에서 하루 밤을 보낸 뒤 바그다드 공항에 있는 시설로 옮겨져 독방에 수감될 때 미군이 각각 양쪽에 10~15명씩 늘어선 후 줄지어 걸어가는 수감자들을 나무막대로 심하게 때렸다고 밝혔다. 그는 물과 식사, 수면을 박탈당했으며 위궤양이 생겼어도 진찰을 거부당했다.
***성적 학대, 모의 처형, 음식 안 주기, 전기 쇼크 등 고문 방법도 다양**
미국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휴먼라이츠퍼스트는 이들 두 사람을 포함, 미군에 구금됐던 이라크인 8명을 대신해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과 군 장교들을 상대로 지난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증언을 위해 현재 미국에 와 있는 두 사람은 당시의 충격으로 아직도 통증, 궤양, 악몽, 불면증 등 육체적, 심리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무 죄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사바르는 2004년 1월 6개월만에 출감했고 칼리드는 2003년 9월 2개월만에 석방됐다.
워싱턴 지방법원에 이송된 소장에서 칼리드는 미군들이 매일 밤 강간 위협을 가하고 성교 흉내를 내는 등 성적인 공격을 가하고 모욕을 줬다며 사례들을 상세하게 밝혔다. 그러나 인터뷰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사바르는 미군들이 수감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레이저 전기충격총과 고무탄환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사바르는 마지막으로 미군에 의한 성고문 사건으로 악명높은 아부 그라이스 수용소로 옮겨지기도 했다. 그는 이 곳에서 내부 감방이 아닌 마당 쪽에 수감돼 성고문 대신 굶주림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미군들은 또 코란을 가져와 이슬람교도인 수감자들에게 밟고 지나가라고 명령했고 이에 거부하고 항의하면 자신들이 가져가 던져버리면서 정신적인 학대도 가했다고 밝혔다.
***미군 당국, 두 사람 수감 사실은 확인**
이같은 '사자 고문'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자 미군 당국은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도 일단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간) 사자 고문 주장에 대해 "완전히 날조된 이야기"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모든 사람이 주장하는 모든 사태를 조사하지만 테러범들이 자신들의 처우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드러난 서류들을 많이 갖고 있다"며 "그들은 이런 거짓말을 계속하고, 이 거짓말이 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폴 보이스 미 육군 대변인은 이에 대한 조사 착수 사실을 알리면서도 이것이 공식적인 차원의 조사는 아니라며 수감자와 관련해 사자가 동원됐다는 이야기는 지금껏 들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보이스 대변인은 또 지난 3년 동안 수감자 학대와 관련돼 400건이 넘는 조사작업을 실시했지만, 사자에 대한 말은 한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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