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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사로잡은 '만성적 불안'을 어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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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사로잡은 '만성적 불안'을 어찌 할까

[저출산고령화의 덫·끝] 사냥꾼과 전사가 연대정신 갖게 될까

우리 사회의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저출산·고령화의 덫> 시리즈를 이번 회로 마감하면서, 그동안 이 시리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과 취재과정에서 기자가 새로이 느낀 점을 되돌아본다.

지난번까지 9회에 걸친 기사들 가운데 클릭 수 기준으로 독자들이 가장 크게 호응했던 기사는 2회분으로 게재된 '이런 나라에서 아이 낳기 싫다, 왜?'였다. 그 다음으로 7회 '노년, 돈 있다고 행복할 줄 아세요?'와 1회 사냥꾼과 전사로 살아야 하는 한국사회'가 많은 호응을 받았다. 특히 '이런 나라에서 아이 낳기 싫다'는 '사회서비스가 없는 성장모델'의 파산을 다룬 기사로 그래프가 많고 내용이 다소 딱딱한 데도 독자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을 반영한 기사들에 독자들이 가장 크게 호응해줬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들의 일상적인 삶이 그만큼 고단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독자들이 기사에 붙인 댓글이나 기자에게 보내준 이메일 중에는 "100만 원 버는데 자식까지 낳으라면 다 죽자는 얘기", "둥지 없는 새는 알을 낳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불신이 문제", "결혼은 아무나 하나", "출산은 비정규직에게 사치다", "근본적으로 내 자식이 노력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는 등 우리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 많았다.

***한국인을 사로잡은 만성적 정서, '불안'**

기자가 이번 시리즈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안'이다. 그리고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린, 늘 돈에 쫓기는 우리 사회의 풍경이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도 "사실 저출산은 고용불안 시대에 기혼부부의 '자기보호 기제'임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에게 돌아가는 '일-육아 이중부담'의 문제도 크지만, 기본적으로 여자나 남자나 극단적인 고용불안을 겪으면서 "내 한 몸의 앞날도 불투명한데 어떻게 자식까지 낳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 것이다. 김유선 소장은 "이 시대에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지도 모른다"고까지 말했다.

"제가 7남매인데, 그럴만한 게 저희 부모님 세대 때는 여럿 낳은 자식 중에 한두 놈만 출세해도 집안이 폈거든요(웃음). 그리고 낳은 자식들이 다 노후 보장이었구요. 그런데 요즘은 한 놈 교육비 대기에도 바쁘죠. 그리고 요즘 어디 노후를 자식들에게 기대합니까?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예전엔 자식을 많이 낳는 게, 요즘은 안 낳거나 최대한 미뤘다가 형편 피면 고려하는 게 각각 합리적일 수 있죠."

부유한 계층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시리즈의 하나로 '노년과 돈'을 주제로 기고한 포도에셋의 이광구 홍보팀장은 "상담하다 보면 100억 원대의 재산가인 노신사도, 월소득 1000만 원 이상인 40대 치과의사도 모두 더 벌고, 더 투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자신이 들은 백화점 문화센터 관계자의 말도 함께 전했다.

재테크 강의를 들은 주부들의 반응은 보통 뭔가에 쫓기는 듯한 심정이 되는데, 이는 남들이 다 앞서 나가는데 자신만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서란다. 그 불안과 욕심이 실수를 낳고 가정에 화를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돈 있다고 행복한 거 아니라고? 돈 없어봐! 확실히 불행해!"**

'노(老)테크 만능주의'에 쐐기를 박는 "노년, 돈 있다고 행복할 줄 아세요?" 기사에 독자들은 큰 호응을 보였지만, 뇌리에 남는 조금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 "기자가 아직 젊어서 그래. 돈 있다고 행복한 거 아니라고? 돈 없어봐! 확실히 불행해!"

양극화 사회에선 다수가 궁핍할 뿐 아니라 궁핍하지 않은 사람들도 대부분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추락의 공포'는 당연하다. 소설가 공선옥 씨의 말처럼 "예전엔 가난해도 함께 체온을 맞대며 더불어 가난했지만, 지금은 차가운 '빈곤'이다. 철저히 혼자만의 빈곤"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유연성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김유선 소장의 분석 결과를 굳이 재인용하지 않아도 취재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저마다 "한국에서 노동시장에서 퇴출되기는 너무 쉽지만 재진입하기는, 그것도 좋은 일자리로 재진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비정규직도 '출구없는 길'이라지만, 정규직도 안심할 수 없다. 보수가 높은 대기업일수록 승진에서 밀려난 이들을 위한 '조기퇴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냥꾼과 전사에게 정신적 성장은 가능한가**

홀로 방치돼 생활하다 도사견에 물려 숨진 9살 소년의 이야기에 뒤늦게 아픈 맘을 쓸어내리는 한국인들의 '부자 되기 신드롬'은 거창한 탐욕으로 인한 욕망이 아니다. 보호받고 싶은 것이다. 아무도 자신을 지켜주지 않고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없는 사회에서 부에 대한 욕망은 대개 안전에 대한 욕망이다. 특히 서민들이 집 한 칸 마련하기도 어려운 사회에서는.

한국인은 자의든 타의든 기꺼이 전사와 사냥꾼이 된다. 특별한 야심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자기 한 몸 살기도 고단해 자식도 못 낳을 정도의 사회라면 누구나 타인과 공동체를 염려하는 사회의식이 없는 불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아닐까.

일자리와 자립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국가의 구성원에게 어떻게 '자기책임'을 요구하고, '사회의식'을 요구할 수 있나. 그렇게 아등바등 자기 한 몸, 자기 가족 지키기 위해 살다가 어느덧 맞이한 노년에 "즐기는 것도 배워야 한다는데, 이제는 취미와 여가도 숨막히게 배워야 하나?" 하는 어르신들의 넋두리에 한국에서 살아갈 날이 아직도 '구만리 같은' 젊은 기자는 숨이 탁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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