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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표는 처음부터 '후세인 제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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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표는 처음부터 '후세인 제거'였다"

<해외 시각> 세이무어 허시와 스콧 리터의 대담

다음은 미군의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내 수감자 학대 사실을 파헤친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무어 허시와 유엔 이라크무기사찰팀이었다가 반전활동가로 돌아선 스콧 리터의 대담 전문이다.

리터의 새 저서 <이라크 기밀(Iraq confidential)> 발간에 즈음해 이루어진 이 대담에서 리터는 미국은 91년 걸프전 때부터 후세인 제거를 노려왔으며,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나 무기사찰은 모두 후세인 제거를 위한 빌미였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그러나 대안 없는 후세인 제거는 혼란과 무정부 상태를 불러올 뿐이라며, 지금 미국이 바로 그러한 악몽의 시나리오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가능한 한 조속한 철군을 하는 것만이 실패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며, 이라크 사태의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 재연장안의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이라크 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 대담을 소개한다. 두 사람의 대담은 미국은 진보적 시사잡지 <네이션>의 주선으로 지난 10월 19일 뉴욕에서 이뤄졌으며 원문('Scott Ritter and Seymour Hersh: Iraq Confidential')은 wwww.thenation.com/doc/20051114/ritter에 실려 있다. <역자>

***서서히 침몰하는 타이태닉 호**

허시: 이제부터 제가 스콧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려 합니다. 저는 스콧이 이번에 낸 책을 두 번 읽어봤고, 스콧과 함께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음미할까 합니다. 스콧과 저, 그리고 여러분은 지금 서서히 침몰하는 타이태닉 호의 갑판 위에서 작은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는 겁니다. 그만큼 우리 모두는 중대한 곤경에 처해 있다는 얘기죠.

자 스콧, 어쩌다가 우리가 이 지경이 됐는지에 대해 말하기 전에 내 개인적인 의견을 하나 말해도 될까요? 이라크에 관해 우리는 2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하나는 오늘밤 자정을 기해 이라크 주둔 미군을 모두 철수시키는 겁니다. 또 하나는 내일 밤 자정에 모두 철수시키는 겁니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

리터: 글쎄요, 저는 이라크가 불바다 위에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이라크 국민들뿐만 아니라 미국, 나아가 전 세계가 무시무시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라크 주둔 미군과 영국군은 그 불바다에 위에 뿌려지는 기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라크 현지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는 우리의 장군들 자신이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불을 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불길 위에 더 이상 기름이 뿌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겠지요. 저는 이라크 주둔 미군이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고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철수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죠. 내일이면 사정이 조금 더 나빠질 것이고, 모레가 되면 훨씬 더 나빠질 겁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난 1991년, 왜 우리는 바그다드까지 진격해서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합니다. 후세인을 제거할 경우 그 뒤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라크가 혼란과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바그다드까지 진격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그 일을 바로 부시 행정부가 저질렀습니다. 후세인을 제거한 거죠. 그리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군은 문제의 절반만 해결할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라크 침공으로 생겨난 3가지 중요한 문제들에 대처해야만 합니다.

첫째는 시아파 문제입니다. 이라크의 주류 시아파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친이란적이며 일종의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은 시아파 정치엘리트들을 말하는 겁니다. 이들이 지금의 이라크 정부를 움직이고 있지요.

둘째, 수니파 문제입니다. 우리는 과격하고 반미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와 수니파를 갈라놓았던 세속의 방벽을 없애버렸고, 그리하여 수니파들을 과격화시켰습니다. 우리가 그저 군대만을 빼낸 채 상황을 방치한다면, 수니파의 중심지역은 반미감정의 소굴이 될 것입니다. 그곳은 제2의 아프가니스탄, 알카에다 전사의 새로운 양성소가 될 것입니다.

셋째, 쿠르드족 문제입니다. 쿠르드족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지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쿠르드족에게 그들이 독립국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한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나토 동맹국인 터키는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쿠르드족의 독립 움직임을 허용한다면, 터키는 과격한 군사행동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터키는 이제 막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위한 15년간의 협상에 초청된 상태입니다. 만일 터키가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유럽연합 가입이 거부될 것은 뻔한 일이고, 그렇게 되면 터키는 과격한 반미 이슬람권의 품에 안길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미군 철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는 얘깁니다. 지금 이라크에는 미국의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3가지 중대한 현안이 있다는 것, 이런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해야만 합니다. 물론 이라크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는 것이 적절한 정책이 될 수는 없겠죠.

허시: 이라크 주둔 미군을 어떻게 빼내 오죠? 또 얼마나 빨리?

리터: 빠를수록 좋겠죠.

***경제제재도, 무장해제도 목표는 오직 하나 '후세인 제거'**

허시: 당신이 책에서 지적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현 부시 행정부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악당들을 꼽으라면 클린턴 행정부 때의 안보보좌관이었던 샌디 버거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이런 사람들이 포함됩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 아주 새로운 정보들이 대단히 많다는 겁니다. 당신은 책에서 미국 정부가 2~3년 간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무기 사찰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벌인 공작을 매우 구체적으로, 그리고 실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보기에 91년에서 98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특히 마지막 3년간 미국의 관심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라크의 무장해제였나요?

리터: 흠, 사실 미국은 이라크의 무장해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유엔 무기사찰팀(UNSCOM) 창설과 이라크 무장해제를 규정한 안보리 결의안은 단 한 가지 목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 그것은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보복으로 내려진 경제제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제제재를 계속 유지시킬 명분이 필요했고, 그 명분이 바로 무장해제였던 겁니다.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규정한 안보리 결의안 7장 14절에는 '만일 이라크가 무장해제에 응한다면 경제제재는 해제된다'고 돼 있습니다. 이 결의안이 통과된 지 수개월 후, 물론 이 결의안은 미국이 입안하고 통과시킨 것이지요, 당시 대통령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와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는 공개적으로, 사적으로가 아닙니다, 공개적으로 이라크가 무장해제 의무를 완수한다 하더라도 사담 후세인이 권좌에서 물러날 때까지 경제제재는 계속된다고 공언했습니다.

이 말은 이라크 무장해제는 빌미였다는 것, 즉 경제제재를 계속시키고, 그리하여 이라크 정권 교체를 촉발시키는 한에서만 유용한 명분이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죠. 무장해제가 목표가 아니었던 거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제거는 결코 미국의 정책목표가 아니었던 겁니다.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에서 시작돼 클린턴 행정부 8년 동안 계속된 이 정책(후세인 제거)은 현 부시 행정부에 들어와 지금과 같은 재앙을 낳은 이라크 침공으로 이어진 겁니다.

허시: 이 책을 읽고 제가 대단히 놀랐던 것 중의 하나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 3월까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믿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사실과 다르죠. 사실은, 제가 UNSCOM이나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람들과 얘기해 본 바에 따르면, 이들은 적어도 97년 이후에는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또 미 국무부나 에너지부, CIA(중앙정보국)에도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언젠가 후세인과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미국인들의 집단 히스테리를 심판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머리 속에서 항상 맴도는 의문이 하나 있는데요, 어째서 후세인은 그 사실을 스스로 밝히지 않았을까요? 후세인이 '나에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나요?

리터: 물론, 후세인은 우리에게 그런 말을 했지요. 1991년에 이라크는 자체 보유 중인 대량살상무기를 '모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거짓말을 한 거죠. 그들은 핵무기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생물학무기 프로그램도 밝히지 않았으며, 화학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축소 신고했습니다. 후세인으로서는 이란은 물론 이스라엘과 대적하기 위한 전략적 억지능력을 보유하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 사찰팀을 얕잡아 본 건데 그건 큰 실수였죠. 얼마 되지 않아, 1991년 6월에 우리는 후세인으로 하여금 핵무기 프로그램을 실토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어찌나 세게 밀어붙였던지, 그 해 여름까지 이라크는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파기했습니다.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싫었던 거죠. 경찰에게 급습당한 마약판매상이 경찰을 문밖에 세워둔 채 갖고 있던 마약을 몽땅 변기 속에 처넣은 다음 "저, 마약 가진 것 없는데요"라고 시치미 떼는 것과 똑같은 형국이었죠.

그들은 모든 대량살상무기들을 폭파시키거나 사막에 묻은 다음 신고의무를 다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찰팀의 집요한 추궁으로 1992년쯤에는 이라크에는 사실상 대량살상무기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후세인은 왜 자신이 무장해제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까라고 묻습니다. 1992년에 이라크는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파기했노라고, 이제는 가진 게 없노라고 선언했습니다. 1995년에는 대량살상무기 생산을 위한 문서들, 즉 설계도들을 제출했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라크가 자발적으로 이런 일들을 한 것은 아닙니다. 수년간에 걸쳐 사찰팀이 압력을 가한 결과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1995년 이후로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고, 대량살상무기 생산을 위한 설계도도 없었으며, 이의 생산능력도 없었다는 겁니다. 유엔사찰팀이 군축 역사상 최첨단의 기술과 가장 철저한 조사방법을 동원해 이라크의 산업인프라를 샅샅이 조사한 결과죠.

중요한 것은 미 중앙정보국(CIA)도 이 사실을 알았고, 영국 정보기관도 알았으며, 이스라엘과 독일의 정보기관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전 세계가 알고 있었다는 얘기죠. 1995년 이후로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도, 그 생산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이라크가 무장해제 당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은 제로에 가까우며, 따라서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한 이라크는 어느 누구에게도 위협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클린턴, 대선 앞두고 '96년 여름까지 후세인 제거' 명령**

허시: 물론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죠. 스콧이 책에도 썼지만, 스콧이 속했던 조직, 즉 UNSCOM 내부에서 스콧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CIA의 공작들이 진행됐던 겁니다. 그 중의 하나는 이라크 대통령궁에 대한 사찰 요구 등으로 후세인을 자극하면서 그의 암살을 노렸던 겁니다. 자, 들어보시죠.

리터: 네, 맞습니다. 미국의 정책목표는 이라크의 정권 교체였습니다. 처음에는 후세인의 몰락을 기다렸습니다. 경제제재로 후세인을 봉쇄해 놓으면 6개월 안에 스스로 붕괴할 것이라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지는 않았죠. 미국은 이라크인들을 충동질하기 시작했습니다. 75센트짜리 해결책을, 후세인의 머리에 박아넣을 9mm 총알 1개의 값이죠, 수행할 수니파 장군을 물색했습니다. 후세인 제거에 성공하면 그에게 정권을 맡길 심산이었죠. 미국의 체제전환(regime change) 정책이라는 게 얼마나 썩어빠진 정책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것이 체제의 변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의 목표는 바트당을 제거한다든가, 90년대 초의 현대적 민주주의로 되돌린다든가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목표는 단 한 사람, 즉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수니파 장군이 후세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라크를 통치한다 해도 미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거죠. 이는 이제까지 미국 정부가 해온 일이 얼마나 위선적이었던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CIA로서는 후세인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후세인은 아주 효율적인 보안기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상태로 1995년이 되자 후세인의 건재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됐습니다. 클린턴은 1996년 자신의 재선 여부가 걸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CIA에게 96년 여름까지 후세인을 제거하라고 명령합니다. '내가 재선되려면 그 자식이 사라져줘야 돼'라는 얘기죠. CIA는 영국 정보기관에 도움을 청했고, 이들은 이아드 알라위라는 인물을 발굴해냅니다. 많이 들어본 이름이죠. 바로 미군의 이라크 점령 직후 한동안 과도정부의 총리를 맡았던 인물입니다. 이 사람은 이라크 총리가 되기 전에 CIA와 영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돈을 받고 일해온 첩자였습니다. 알라위는 미국, 영국 정보기관의 쿠데타 작전에 협력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후세인을 제거할 이라크 내부의 인물을 찾아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후세인 암살을 위해서는 빌미가 필요했습니다. 그 빌미가 바로 제가 속해 있었던 유엔 무기사찰팀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혹시 이라크가 숨겼을지도 모를 대량살상무기를 수색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CIA는 우리로 하여금 후세인의 경호부대가 있는 시설들을 수색하도록 유도했던 겁니다. 이라크 측이 우리의 접근을 거부하고, 그래서 우리가 철수하면 CIA는 사찰 거부를 명분으로 군사공격에 나서 그 시설에 있던 후세인 경호 병력들을 제거하려 했던 것이죠.

사찰팀이 조사하고자 했던 곳, 제3대대였는데, 그곳에 들어갈 수가 없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CIA는 말하기를 '걱정하지 말게나. 우리가 그 친구들 잘 알고 있는데, 괜찮은 친구들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대는 후세인 제거에 동원될 예정의 부대였던 겁니다. 그런데, 이라크 군정보기관은 이같은 쿠데타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속속들이 알고 있었습니다. 이 부대는 일망타진됐고 후세인 제거작전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죠. 딱 한 가지만 빼놓고 이라크 정부는 CIA가 UNSCOM에 침투, 우리를 이용해 어떤 작전을 벌이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의 비극은 유엔 사찰팀이 이라크에 들어갈 때마다 이라크 사람들은 우리를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해 온 사람이 아니라 자신들의 대통령을 죽이기 위해 온 사람으로 봤다는 것입니다. 이라크 사람들이 제대로 본 거죠.

허시: CIA의 UNSCOM 침투를 언제 알게 됐습니까?

리터: 정권 교체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죠. CIA의 침투에 대해서 말하자면 어떤 사람들은 제 책임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CIA의 비밀공작요원들을 UNSCOM의 특별활동요원으로 기용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들을 모다즈(Modaz)라고 불렀는데 1992년, 그리고 1993년에 이들의 힘을 빌렸습니다. 이라크에서의 무기사찰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외국 사람들이 자기네 땅에 들어와서, 그것도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 싫어하는 시설들을 조사하겠다고 한다면 순순히 보여줄 나라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이런 일을 가느다란 목에, 샌님 같은 과학자들만으로 해낼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일에는 굵직한 목에, 굵직한 팔뚝을 가진 '어깨'들이 필요한 법입니다. CIA에는 이런 '어깨'들이 많습니다. 이런 친구들이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 물자보급, 계획, 통신 같은 일을 해냈습니다. 네, 1992년 6월부터 이런 '어깨'들을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추가조사를 들어갔을 때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라크 사람들이 제게 와서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리터 씨, 지금 뭐하고 있는 겁니까? 당신은 무기사찰관 아니요, 그런데 왜 이상한 짓들을 하고 다니는 거요. CIA의 쿠데타 시도를 우리는 알고 있어요. 지난 6월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아요."

자, 그러면 6월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당시 우리는 몇몇 도시들을 조사하면서 모종의 서류를 발견했습니다. 그 서류들을 훑어보면서 내 머리를 스쳐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CIA가 우리의 조사를 원치 않았던 (이라크) 부대가 있었는데 그 부대는 나중에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후 후세인에 의해 소탕된 부대였습니다. 바로 후세인 제거에 동원될 부대였으니까요. CIA가 우리를 속인 것이었죠. 후세인 제거를 위해 우리를 이용했던 겁니다. 유엔 안보리의 최강국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이라크 무기사찰을 하도록 했던 미국이 뒤로는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관에게 쫓아가서 '어이, 당신이 우리를 이런 식으로 이용할 수가 있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사찰을 계속하면서 사찰의 당초 목적이 훼손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미 당시에는 썩어빠질 대로 썩어빠진 상태였지만….

허시: 한 가지 묻겠습니다. 만일 클린턴이 착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리터: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라크 문제에 관한 한) 클린턴도 결코 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요즘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회 법사위에서는 부시 행정부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쟁)범죄를 저질렀고, 의회를 속였다는 등의 이유로 말입니다. 뭐, 좋습니다. 잘못을 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요. 하지만 제 말은 부시 행정부에서 그치지 말라는 겁니다. 진짜 초당적으로 이 문제의 책임소재를 따지려 한다면 매들린 올브라이트도 기소하고, 샌디 버거도 기소하고, 지금 부시 행정부가 저지르고 있는 것과 똑같은 범죄를 자행한 클린턴 행정부의 모든 책임자들도 기소하라는 겁니다. 공무수행 중에 거짓말을 한다, 이것은 중죄에 해당됩니다. 탄핵에 해당될 만큼 커다란 범죄입니다. 따라서 이라크 문제로 부시 때리기에만 열중해서는 안 됩니다. 이 문제는 부시행정부의 잘못일 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의 잘못입니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이라는 국가시스템의 조직적 실패, 행정부뿐만 아니라 의회까지도 포함하는 총체적 국가시스템 실패를 이용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의회는 헌법상의 권한을 방기했습니다. 그것도 수년 동안이나 말입니다. 언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라크 사태를 빌미로 언론 때리기를 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이런 측면을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언론은 미국인들이 기꺼이 삼키려 했던 독약을 그저 제공했을 뿐입니다. 우리 미국인들은 이제 3분짜리 이상의 뉴스는 원치 않는 것 같습니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거죠. 따라서 미국인들은 지난 90년대에 후세인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이도록 사전에 프로그램된 로봇처럼 되어서 거짓 명분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을 아무 생각 없이 덥석 받아들인 것이죠. 아마 부시 행정부로선 가장 쉬운 일이었을 겁니다.

***"오늘 철군하면 3만 명 희생, 내일 철군하면 9만 명 희생"**

허시: 이라크 침공이 옳은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일은 했다, 아주 질 나쁜 독재자를 제거하지 않았느냐, 이런 얘기들을 합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터: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시켜 준다, 그런 얘기지요. 그러니까 거짓말을 했으면 어떻고, 또 대량살상무기가 없으면 어떠냐, 나쁜 놈을 처단하지 않았느냐는 말이지요.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시켜 준다,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스스로를 미국 시민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결과가 좋다면 무슨 수단을 써도 좋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당장 여권을 찢어버리고 이 나라를 떠나십시오. 이 나라는 헌법이 정한 바에 따른 법치에 바탕을 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은 헌법에 대한 충성을 서약하는데, 헌법에 대한 충성이란 결국 적절한 수단에 대한 충성입니다. 민주주의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매끄럽게 작동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느 때는 적절한 수단을 강조하다가 유독 후세인에 대해서만은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 시켜준다'라고 말한다면, 어디에 경계선을 그을 수 있겠습니까? 후세인과 같은 예외가 자꾸자꾸 생겨나지 않겠습니까?

'이번 뿐만이야, 앞으로는 안 그럴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이 문제는 법치에 관한 문제이고 헌법에 관한 문제입니다. 만일 우리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날조해낼 것이 아니라 그를 제거해야 하는 진짜 이유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허시: 스콧씨가 군대를 잘 아는 분이라는 점에서 이런 걸 물어보고 싶은데, 군부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겁니까?

리터: 군인은 입 닥치고 그저 상부의 명령에만 복종해라,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닙니다. 이라크에서 돌아온 병사가 '이 전쟁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이다, 그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전쟁이다, 나는 더 이상 이 전쟁에 참가할 수 없다', 이렇게 말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미국 사람들도 못하는 말을 군인더러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주문입니다.

제 말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분노하고 저항해야 할 책무를 미국 시민이 아니라 군인들에게만 지울 수 있겠느냐라는 겁니다. 2006년에 선거가 있습니다. 우리 병사가 전투를 거부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이번 전쟁에 찬성한 모든 정치인들을 표로 응징하면 될 것 아닙니까?

허시: 현 상황에서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십니까?

리터: 아니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전쟁에 반대하는 이유는 거짓에 바탕을 둔 전쟁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1991년도에 이미 예견됐던 사태가 바로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세인을 제거한다 해도 그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혼란과 무정부 상태를 맞을 것이라는 점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라크 문제에 대한 우아한 해결책을 원합니다. 제 말은, 바로 그 점이 문제라는 겁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이라크에서 철수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바로 그 태도 말입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이라크 사태에 대한 우아한 해결책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술지팡이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 당장 철수한다 해도 이라크인 3만 명의 희생은 불가피합니다. 유혈사태는 피할 수 없다는 것,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라크인들은 서로를 죽일 것이며, 우리는 이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계속 주둔한다면, 그 때는 3만 명이 아니라 6만, 9만이 희생될 것입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해 보면, 우리가 이라크에 악몽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낸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피해규모를 최소화하는 것뿐입니다. 그것이 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인데,, 불행하게도 이는 정치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해결책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안 돼, 우리는 이겨야만 해, 계속 버텨 봐,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야'라고. 하지만 우리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허시: 전쟁을 확대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시리아, 나아가 이란으로 확전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리터: 현재 우리의 비극은 부시 행정부 내에 전쟁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전투는 말할 것도 없고 군대에조차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정부를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식을 잃는다는 것, 친구를 잃는다는 것, 형제를 잃는다는 것, 동료가 전장에서 죽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모릅니다.

그러니까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의 발언이 나오는 겁니다. 뭐라고 그랬습니까, 그녀가. 전쟁만이 평화와 안보를 지켜준다고 그랬죠. 정말로 전쟁을 안다면 이런 말 함부로 못합니다. 오늘 의회 증언에서는 또 뭐라고 그랬습니까? 미국 국민을 위해 앞으로 10년간 이라크에 시간과 피와 국가적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시리아와 이란이 부시 행정부의 다음번 목표가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현 정부는 (이라크 전쟁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입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의회도 배운 게 없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콘돌리자 라이스에게는 어려운 문제라는 게 없습니다. 자, 그렇다면 미국 국민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무엇을 배웠고, 앞으로 무슨 행동을 할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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