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시작된 이민자들의 소요사태가 프랑스 전역과 파리 중심부로 확산되고 다른 유럽국으로도 번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민자들이 이번 사태에 기름을 부었던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가 사르코지를 쓸어버리겠다"**
영국의 <선데이헤럴드>는 6일(현지시간) 소요 이민자들이 10일 간의 소요사태를 끝내는 데 대한 대가로 사르코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총리가 이민자들에 대한 정치적인 보상책을 논의하기 위해 관련 장관들을 소집한 시점에 맞춰 이민자 2세들로 구성된 시위대들이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소요를 조직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신문은 "소요자들의 타깃은 사르코지 장관으로, 그의 강경 발언들이 분노의 초점이 되고 있다"며 '인간 쓰레기들을 거리에서 쓸어버려야 한다'는 사르코지의 발언에 대해 소요자들이 "우리가 호스를 가지고 당신(사르코지)을 쓸어버리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력한 대선후보인 사르코지 장관은 2002년 시라크 대통령 집권 2기가 시작되면서 '범죄와의 전쟁'을 대대적으로 벌인 인물로, 최근에도 '강력범죄 소탕'을 외치며 프랑스 전역의 우범지역에 경찰력을 대폭 강화했다.
이같은 조치로 인해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사는 빈민가를 과잉 단속하고 있다는 불만이 쌓여 왔고, 이번 사태의 불씨가 된 소년 2명의 감전사도 사르코지 장관의 이민자 정책의 결과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사르코지 장관은 올해 초 외곽 빈민촌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이번 사태를 일으킨 젊은 시위대를 향해 '흉악범', '인간쓰레기' 등으로 표현해 시위대의 감정을 자극했다.
***시라크 대통령 경고와 자제 요구**
한편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내무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특별 대책회의를 열고 치안과 질서 회복이 시급하다면서 "폭력과 공포를 확산시키려는 사람들은 검거돼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모두에 대한 존경과 정의, 기회균등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번 소요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이민자 청년들의 실업 문제에도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시라크 대통령은 그간 야당인 사회당뿐 아니라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내부로부터도 폭력 사태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하라는 압력을 받아 왔는데, 이날 발언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이 일반을 상대로 발표한 첫 발언이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도 "법 절차를 서둘러 검거된 사람들을 즉시 특별법정에 세우겠다"며 전국에서 치안조치가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폭력은 답이 아니다"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폭력사태 확대 일로…정부 해결 의지 무색**
이같은 정부의 경고와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이날 저녁에도 서부도시 낭트, 오를레앙, 렌에서 차량방화가 잇따랐고 남부 툴루즈에서는 젊은이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등 폭력행위가 계속됐다.
5일 밤새 전국에서 차량 1300여 대가 불탔고 350여 명이 체포돼 사태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인명피해와 검거를 기록했다.
경찰은 헬기까지 동원해 차량 및 건물 방화 방지와 주동자 체포에 나섰지만 사태는 좀처럼 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프랑스 보험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해 현재까지 100억 원에 가까운 재산피해가 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프랑스처럼 하층 이민자들의 주거 지역이 있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 주변국들에서도 소요 가능성이 점쳐져 각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지낸 이탈리아 야당 지도자 로마노 프로디는 5일 "이탈리아에는 유럽 최악의 이민자 거주지역이 있어 앞으로 폭력사태 발발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프랑스 소요사태 확산을 우려했다.
터키 출신의 이민자들이 300만 명이나 있는 독일의 여당인 기민당의 볼프강 보스바체 부총재는 독일에서도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취재진도 구타당해**
한편 소요사태를 취재하던 한국의 취재진도 현지 청년들에게 구타 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6일 오후 파리 외곽 북동쪽의 클리시-수-부아 거리에서 취재에 나섰던 <동아일보> 금동근 특파원이 북아프리카계 청년들에게 방화 현장에 관한 질문을 하다가 뺨을 한 차례 맞았다.
금 특파원은 "이 바람에 안경알이 깨졌으나 다행히 얼굴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며 "청년들은 카메라 가방까지 빼앗으려 했으나 그들 중 한 명이 말리는 바람에 현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5일 오후엔 파리 북쪽 외곽의 오베르빌리에에서 전날의 방화현장을 취재하고 귀사하던 KBS 취재진이 현지 청년들의 공격을 받아 취재보조원 김 모(31, 여) 씨가 얼굴과 머리를 구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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