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부시와 체니, 알래스카 파괴 '시동'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부시와 체니, 알래스카 파괴 '시동'

'고유가 타개' 명분 '종합에너지법' 밀어붙이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세계 최대의 천연 생태계인 알래스카의 석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차례의 허리케인으로 인한 고유가 타개를 명분으로 '야생동물의 낙원'을 유전지대로 만들어 석유업계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미 상원은 3일(현지시간)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제출한 '종합에너지법안'에서 '북극국립야생생물보호지역(ANWR)에서의 석유시추 허용' 부분을 제외해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의 수정안을 51 대 48로 부결시켰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종합에너지법안은 지출계획이 승인되는 대로 다음주 하원 표결을 거쳐 입법화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미 내무부는 ANWR 연안지역의 '유전개발허용권'(24억 달러 규모)을 2년 동안 미 석유기업에 매각하게 되고 44년 동안 개발이 제한됐던 ANWR이 석유개발업자에게 전면 개방되게 된다.

***NEP, 알래스카 석유개발의 배경**

부시 행정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미국의 석유보고인 멕시코만을 마비시켜 지난 8월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로 폭등한 것을 계기로 종합에너지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ANWR 개발의 시작은 2001년 5월 딕 체니 부통령의 주도로 완성된 국가에너지정책(NEP, National Energy Policy)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니 보고서'로 알려진 NEP는 부시 대통령 당선(2000년 말) 직후 구성된 국가에너지정책개발그룹(NEPDG)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체니는 부통령이 되기 직전까지 자신이 최고경영자로 있던 핼리버튼과 엔론(Enron) 등 석유·에너지 기업들의 자문을 받아 이를 완성했다.

NEP는 걸프, 카스피해, 서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지로부터의 석유수입 확대와 이를 위한 정치·군사적 영향력 강화를 골자로 하면서도 국내적으로는 알래스카 석유를 본격 개발하는 계획을 담고 있었다. 이에 부시 행정부는 NEP 발표 후 환경주의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알래스카 북동부 ANWR의 일부 지역에서 석유시추를 개시했다.

***드디어 꺼내든 카드 'ANWR 석유시추'**

ANWR에서의 전면적인 석유개발을 호시탐탐 노려오던 부시 행정부에게 카트리나와 리타는 더없는 호재가 됐다. 수입 석유 의존도가 높은 데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허리케인으로 인한 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고대해 왔던 종합에너지법안의 의회 통과에 박차를 가했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은 ANWR에서의 석유 생산이 허용될 경우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수입 석유에 대한 의존도 낮추고 가격도 하락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알래스카 석유 개발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ANWR의 석유 개발이 시급하고 환경과 야생생물들에 대한 피해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석유와 가스 개발이 가져올 고용확대도 빼놓지 않는 명분이다.

알래스카주의 상원의원 테드 스티븐스(공화당)는 "수입 석유에 의존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며 "석유 수요를 맞추기 위해 불안정하고 비우호적인 정권들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스는 자원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현재 60퍼센트인 미국의 수입 석유 의존도가 2025년에는 70퍼센트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00만 에이커인 ANWR에서 석유·가스 탐사를 위해서 필요한 면적은 150만 에이커에 불과하며 실제 석유 생산에 필요한 면적은 2000에이커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ANWR 평원에는 최대 16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고 하루 87만6000배럴에서 최대 16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60억 배럴의 매장량은 북미 대륙 유전 가운데 최대 규모로 하루 약 2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이라크에서 20년동안 생산하는 원유와 맞먹는다.

***"석유 수입의존도와 유가안정에 미미한 영향…환경만 파괴"**

민주당과 환경단체들은 그러나 이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하원에서 부결시켜야 한다고 압박하는 한편 소송까지도 제기할 것을 검토중이다.

상원 에너지 및 천연자원위원회 소속으로 종합에너지법안의 수정안을 주도한 마리아 캔트웰 민주당 의원은 "마지막 남은 미국의 야생지역을 파괴하기 위한 속임수로는 이 나라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치솟는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것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환경주의자들은 ANWR에서의 석유 생산이 시작되려면 10년이 걸리고, 2025년까지 최고 산유랑에 도달할 수 없으며,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휘발유 가격과 석유 수입량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미 에너지부의 보고서를 제시하며 반대하고 있다.

ANWR에서의 하루 생산량이 2025년 100만 배럴이 되더라도 미국인들의 하루 원유 소비량인 2000만 배럴의 약 5% 수준에 불과해 그간 미국 원유 공급의 30%를 담당해 온 멕시코만에 비해 크게 못미친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이같은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는 평가다.

환경주의자들은 또 ANWR 인근 푸르도만 유전지대에서 1996년 이후 매년 500배럴의 원유가 유출돼 주변지역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ANWR에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캔트웰 의원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이 적은 미래를 물려줘야 한다"며 "에너지부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석유 회사들이 ANWR에서의 시추를 시작하고 최고 생산량을 기록하더라도 원유 가격은 배럴당 30~50 센트,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1센트 정도만 낮아질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