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전국교직원노조과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한나라당은 전교조 부산지부의 '반(反) APEC' 수업자료를 문제 삼은 것을 시작으로 2일 긴급의총에서는 전교조의 교육방향 전반을 정치쟁점화하기 위해 '우리 아이 반듯이 키우기 특위'까지 구성했다.
***"천박한 인간 만드는 반교육적 수업계획" **
이날 의총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모여 전교조 부산지부의 '반(反) APEC' 동영상을 시청하는 자리였다. 전교조가 '부산 APEC 바로알기' 수업을 위한 참고자료로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이 동영상에서는 부시 미국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퍽(fuck)', '새끼' 등의 비속어를 일삼는 인물로 그려져 있고, APEC 회의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설명돼 있다.
의원 60여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17분짜리 원본을 3분여로 편집한 동영상을 관람한 후 전여옥 대변인이 전교조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발견한' <국가보안법 폐지 수업 지도안>을 나눠주며 전교조 주도의 '계기수업'이 지닌 위험성을 알렸다. '계기수업'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교사가 재량껏 정규 수업시간을 활용해 교과과정 이외의 것을 가르치는 수업이다.
전 대변인이 발췌한 <지도안>에는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TV 시사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국가보안법이 계속 존재한다면 나는 통일과 평화의 세상으로 가기 위해 이 법을 끝까지 어길 수밖에 없을 것'이란 방향으로 토론을 하고, 국보법 폐지 집회에서 자주 부르는 민중가요의 가사를 배우는 수업이 계획돼 있었다.
전 대변인은 특히 "아이들이 수업에서 따라 부르게 돼 있는 <몽상>이란 노래 가사엔 '나에게 국가보안법과 안기부를 빌려준다면 한 달 안에 한나라당 간첩단 사건 만들 수 있지, 나에게 국가보안법과 이근안을 빌려준다면 한 달 안에 좃선일보 간첩단 사건 만들 수 있어'란 내용까지 들어 있어 우리를 경악케 한다"며 "전교조 소속 교사라 하더라도 자기 아이들에게는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원치 않을 것이며 이같은 교육을 자기 아이들에게 하는 것에 반대하는 교사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별도의 논평을 통해 "전교조 교사들이 만든 반 APEC 동영상 자료를 보면 이 나라 학생들을 조폭보다도 못한 '천박하고 위험한 인간'으로 대량 생산하겠다는 반교육적 목적이 뚜렷이 담겨 있다"며 "전교조 교사는 전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문제가 아니라 진정한 교육의 문제" **
의총에 앞서 열린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표도 "(반 APEC 동영상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을 잘 기르고 예의를 가르치는 진정한 교육의 문제"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교육 현장이 특정 사상과 편향된 이념의 선동장이 된 것이 놀랍기 그지 없다"며 "사상의 옳고 그름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을 사상적으로 유괴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우선 '우리 아이 반듯이 키우기 특위'에서는 '반 APEC' 수업 현황을 살피기 위한 조사단(단장 임태희)을 3일 부산으로 급파할 계획이다. 나경원 공보부대표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교조의 재량에만 맡겨져 있는 '계기수업'을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을 특위 차원에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학법-교육선진화법 처리 앞둔 '전초전' **
한나라당이 전교조의 계기수업에 대한 강공을 계획하고 나선 것은 이를 정책이슈화해 여권에 뺏긴 여론의 관심을 찾아오는 한편, 향후 사학법 개정을 막고 교육선진화 3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전교조와의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학교운영상 교원단체의 참여를 확대하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에 반대하고, 학교 간 차이의 인정을 허용하는 교육프로그램 평가제 도입과 자율형 사립고 확대에 적극적인 한나라당은 교육문제에 관한 한 전교조와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고 '반 APEC 수업' 논란은 그 전초전 성격이 강한 것이다.
이에 강 대표는 "이 문제는 비단 한 지역의 교육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 한나라당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과도 얽혀 있고 여당이 사학법을 개정하자고 하면서 개방형 이사제를 추진하려는 배경과도 얽혀 있는 종합적인 큰 문제"라며 의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김정훈 의원은 "19세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층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 전교조 교육을 받은 효과도 없지 않은 것 아니냐"며 "전교조에 대항하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선생님 집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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