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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헌법안 통과…불행 끝, 행복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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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헌법안 통과…불행 끝, 행복 시작?

자이툰 부대 주둔지, '화약고'로 부상할 수도

이라크 헌법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아슬아슬하게' 통과됐다. 2003년 3월 미국의 침공 이후 혼란의 늪을 헤매던 이라크가 드디어 새 헌법을 마련하고 12월 15일 총선을 기다리고 있다. 이라크 선관위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은 이라크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길로 가는 문명화된 단계"라고 말했다.

헌법안을 배후에서 주도한 미국 역시 한 숨 돌리게 됐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은 이라크 역사에서 획기적인 날"이라며 "우리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 통과 소식과 동시에 날아든 '이라크 참전 미군 사망자 2000명 돌파' 소식은 이라크의 앞날이 여전히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안전하다는 바그다드의 '그린존' 안에 있는 팔레스타인 호텔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난 것도 마찬가지다.

한편 같은 날 북부 쿠르드 지역인 술라이마니야에서 발생한 2건의 자살 차량폭탄 공격으로 12명이 죽고 2명이 다친 사건은 쿠르드족을 둘러싼 갈등이 향후 이라크 정국의 뇌관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술라이마니야는 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주둔 중인 아르빌 주와 인접한 곳이라는 점에서 헌법안 통과가 자이툰 부대의 안전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수니파, 곧바로 '헌법 거부' 천명**

이라크의 정국에 드리운 암운은 우선 미국 주도의 헌법안 통과에 반대했던 수니파가 개표부정 의혹을 제기하고 새 헌법에 대한 거부 입장을 천명한 데에서 비롯되고 있다.

수니파 지도자인 살레흐 알-무트라크는 이날 새 헌법의 가결은 "부정이 개입된 결과"라며 새 헌법과 이에 기초해 실시되는 총선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수니파 밀집지역에서 반대표를 줄이기 위한 투표함 절취 사건들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수니파 유권자들은 개표과정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저질러진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수니파 정치인과 부족장들의 모임인 '이라크 국민총회' 대변인 아드난 알-둘라이미는 <AP>통신에 "개표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많은 수니파가 개표 과정에서의 부정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니파들은 지난 16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헌법안이 가결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근거로 개표결과가 미국 측에 유리하게 조작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후세인 재판 결과는 또 하나의 뇌관**

현재 진행 중인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재판도 수니파 저항세력의 공격을 전면화시킬 수 있는 주요 요인.

헌법안에 따르면 12월 총선에서 선출된 임기 4년의 의원들이 대통령과 총리 등 행정부를 구성해, 이라크를 통치하는 독립정부를 내년 1월 출범시킬 예정이다. 미국은 이같은 정치일정을 감안해 특별법정으로 하여금 12월 총선 이전에 재판을 끝낼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특별법정이 미국의 통제 하에 있을 때 재판을 끝내도록 함으로써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함과 동시에, 지난 1980년대에 미국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를 제공했던 사실 등 미국과 이라크의 '부적절한 과거'가 후세인의 입을 통해 폭로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니파 저항세력들은 최대한의 공격을 통해 후세인 재판을 새 정권 수립 이후까지 연장시키거나 방해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서둘러 재판을 끝내 후세인 처형을 기도한다거나 미국 법정으로 송환하려고 할 경우에는 수니파 전체의 저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전 잃은 수니파 총공세 우려**

수니-시아-쿠르드의 3개 연방으로의 재편 혹은 3개 나라로의 독립을 상정하고 있는 헌법 자체는 수니파뿐만 아니라 시아파와 전 아랍권이 가세하는 혼란상을 예고하고 있다.

아랍권 언론들은 지방정부에 치안·유전 등에 관한 실권을 주고 연방정부는 외교·국방·재무 등 헌법상의 권한을 부여하는 헌법으로 인해 이라크 영토가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시아파가 60%, 쿠르드족이 15~20%, 수니파가 약 20%를 차지하는 인구분포가 이번 투표 결과(찬성 78.6%, 반대 21.4%)에 정확히 반영됐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밀집한 지역에 유전지대가 주로 분포하고 있어 지방정부 권한이 대폭 강화된 연방국이 될 경우 수니파들이 석유이권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후세인 재판이나 수니파의 공직 진출을 어렵게 만든 헌법 등을 문제 삼고 있는 수니파들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불만요인으로, 자신들이 가난한 소수집단으로 전락할 우려로 인해 저항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되고 있다.

헌법안에 반대했던 수니파 세력을 감싸안기 위해 6개월 안에 헌법안을 수정하기로 약속한 것도 또 한차례의 내홍을 예고하고 있다.

***'이라크전쟁 최대수혜국 이란'의 이라크 '접수' 문제**

한편 쿠르드족이 독립정부 수립을 시도할 경우 이라크 문제는 국경을 넘어 전 아랍권의 문제로 비화될 게 명약관화하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친미정권 수립과정에 적극 협조했던 쿠르드족이 미국의 힘을 빌려 자치국가를 수립하려 한다면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 주변국의 반발과 무력개입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25%가 쿠르드족인 터키뿐만 아니라 이란, 시리아 모두 결사반대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의도대로 이라크 정권이 시아파에게 넘어간다면 중동지역 전체가 더욱 위험한 화약고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이 수니파에 대한 대항세력으로 내세운 시아파가 기실 수니파 못잖은 반미세력이고, 이에 따라 같은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있는 이란의 영향력이 이라크에 미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의 최대 수혜자'로까지 불리는 이란의 지역적 장악력이 커질 경우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가 위태롭게 되고 미국도 이를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을 게 뻔해 중동의 위기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한폭탄 위에 주둔한 자이툰 부대**

이처럼 헌법이 통과돼도 이라크 정국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쿠르드족의 독립 움직임에 따른 중동 전체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쿠르드 지역 한복판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 자이툰 부대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헌법 통과 후 이라크 자치정부 수립일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이라크 내전 혹은 아랍권의 국제전에 휩싸일 가능성이 상존하는 지역이 바로 아르빌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자이툰 부대의 철군보다는 임무를 변경해 이 지역에 계속 머무르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철군이나 감군 등 그 어느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파병 규모는 줄이더라고 기간을 늘일 것이라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여러 상황을 가정해 놓고 준비를 해나가고 있으며 곧 대체계획에 대해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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