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은 박 후보의 역대 대통령 묘소 참배와 봉하마을 권양숙 여사 및 동교동 이희호 여사 방문을 '통합정치' 또는 '광폭행보'로 치켜세웠다. 더구나 종합편성채널인 MBN과 보도전문채널 YTN은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을 2시간 가까이 생방송 형식으로 진행해 민주통합당의 비난을 받았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MBN은 무려 2시간을 (박근혜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 과정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며 "역대 대통 취임식도, 2시간 넘게 생방송 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YTN도 비슷한 보도태도를 보였다"며 "박근혜 파격, 통합행보라는 제목까지 친절히 붙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은 방송사들의 이러한 보도태도를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치부하고 앞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보도태도도 '박근혜 띄우기'로 일관하고 있다. 방송3사의 대선관련 보도는 일견 기계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박근혜의 '통 큰 행보'에 민주당의 '딴죽걸기'라는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송 모니터보고서를 통해 "지상파 방송 3사가 박 후보에 대한 비판은 야권의 공세로 몰거나 제대로 다루지 않고 '박근혜 띄우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연합 |
방송 3사는 박 후보의 두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국민대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행보"로 부각시켰다. 역사인식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이 선행돼야 한다거나 사전협의 없이 급작스럽게 방문한 것은 무례라는 비판은 소홀하게 취급했다.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간략하게 전달했을 뿐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확정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방송3사는 "첫 여성대통령 후보", "대통령 딸 출신 대선 후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84.0%의 득표율로 "역대 대선 후보경선 사상 최고 득표율"을 얻었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경선 투표율이 41.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뇌물공천 파문이나 5.16쿠데타 및 유신독재에 대한 역사관, 정수장학회 문제, 사당화 논란 등은 '야권의 검증공세'로 몰거나 향후 과제로 취급했을 뿐이다. 박 후보와의 대담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이 있었으나 짤막한 되풀이 답변에 그쳤을 뿐이다.
특히 MBC '뉴스데스크'의 앵커는 "박 후보가 첫 여성 대선후보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당의 위기 때마다 선거 전면에 나서서 승부수를 던졌고 그것이 적중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며 "2007년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했을 땐 깨끗이 승복해 지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칭찬했다. 노골적인 '박비어천가'인 셈이다.
방송 3사는 새누리당 경선과정에서도 이들 문제에 대한 검증 보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민주통합당의 비판내용을 짤막하게 전하거나 박 후보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시청자들은 무슨 이유로 정수장학회가 해결과제로 떠올랐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5.16쿠데타와 유신독재 등 박 후보의 국가관에 관한 보도는 '반대세력의 공세' 쯤으로 치부될 뿐이다. 구체적인 검증은 아예 없었다. 최근 새롭게 제기된 장준하 선생의 타살의혹은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종합편성채널은 뉴스 시청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해 국민의 관심권 밖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흔히 '좀비TV'로 불리는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합편성채널의 대선관련 보도는 모기업인 보수신문 못지않다. 특히 뉴스·시사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의 무분별한 편파발언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채널A의 <박종진의 쾌도난마>와 MBN의 <MBN 뉴스와이드>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인 '주의' 조치를 받았다.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대선 후보들을 논평하면서 여당 후보는 부각시키고 야당 후보들은 폄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출연자인 이봉규 씨는 '시대흐름'과 '깡'으로 대선을 전망했다.
"시대 흐름 패턴상 지금 여성 지도자가 부각되고 우리나라도 여성 지도자가 나올 타이밍이다."
"깡을 보려면 눈을 보면 알아요. 문재인 후보, 오늘 보니까 눈에 자신감이 없어요. 비서의 눈이야."
"오너의 눈이 아니라 눈치 살피는 그 비서의 톤으로 관훈토론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박근혜 위원장 눈은 살아 있어요. 오히려 너무 살아 있는 눈을 의식해서 살짝 낮춥니다…. 이번에는 박 위원장의 가능성이 가장 높아요."
<MBN 뉴스와이드>는 출연자인 정영진 위키프레스 편집장의 대답이 문제가 됐다. 오명석 앵커의 "대통령 누가 될 것 같아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저는 여기서 내기를 많이 거는데 말이죠. 김두관 지사에게 한 5000원쯤 걸 수 있습니다. 문재인 고문은 너무 노출이 되었어요. 사실 총선에 안 나왔어야 된다고 보거든요."
"박근혜 위원장은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생각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여자 대통령이라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안철수 원장은 지금까지 정치경험이 전무하고 막상 검증의 시간이 왔을 때 혹독하게 견뎌내야 될 텐데 그것에 대해 저는 확신이 없고요."
앞으로 대선이 다가올수록 지상파 방송은 물론, 종편 등 케이블TV의 '박근혜 띄우기'와 '막말 해설'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장악된 지상파 방송은 기계적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교묘한 편집을 통해 박 후보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은 감추려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야당 후보에 대해서는 여당의 공세를 내세워 흠집 내기로 일관할지도 모른다. 지난 4.11총선에서 선거막판에 '김용민 막말 파문'을 집중 부각시켜 새누리당의 승리를 이끌어낸 일등공신도 방송이었다. 종편도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제작비가 적게 드는 대담프로그램 등을 통한 야당 후보에 무차별 공세도 예상된다.
봉건왕조인 조선조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뒤 만든 용비어천가는 선대의 업적을 내세운 찬양가이다. 그러나 내용은 대부분 허황한 내용으로 채워져 사실이라고 믿은 이는 거의 없었다. 임금 집안의 '신화 창조'일 뿐이다. 대선을 넉 달 정도 남긴 시점에서 방송을 통해 불리는 '박비어천가'는 찬양 일변도는 아니다. 약간의 양념을 곁들이지만, 그저 양념일 뿐이다. 공정보도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아마도 시대가 변화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박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그를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빅토리아 여왕에 비유해 "봉건왕조 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우리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새로운 복지평화 국가를 만들 단계에 와 있는데 오히려 이분들 사고방식은 유신과 5.16을 찬양하는 역사의식으로 봉건왕조를 그려낸다"고 힐난했다. 그러고 보니 박 후보가 정말로 찬양 일변도의 '박비어천가'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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