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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회고록, 정전협정 논란 불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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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회고록, 정전협정 논란 불씨 되나

정전협정 위반은 남북 모두…"평화협정 전환 계기 돼야"

'북파공작원의 대부' 김동석(82) 씨가 회고록을 통해 북파공작원의 첩보활동과 인민군 사단장 이영희의 납치 사실을 공개하면서 남한에 의한 정전협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 '실미도'를 통해 북파공작원의 실상이 드러나고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북한으로의 무력침투를 기도했던 부대의 존재는 사실상 이미 확인됐지만, 첩보부대의 구체적인 활동상과 무력침투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이번 회고록을 빌미로 남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같은 사실들이 공개됨으로써 남북한이 보다 '자유로운 입장'에 서게 돼 문제 해결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첩보부대 구체적 활동상 공개는 처음**

김동석 전 함경북도지사(예비역 육군 대령)는 23일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 <This man 전쟁영웅 김동석>에서 첩보부대 지대장으로서 동해안을 무대로 활동했던 첩보부대인 제36지구대 활동을 공개했다. 이 지구대는 한국전쟁부터 5.16쿠데타 시기까지 휴전선을 넘나들며 첩보활동을 벌였다.

김씨의 증언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정전 직후인 1954년 2월 인민군 사단장 이영희를 납치한 사실을 기록한 부분이다.

김씨는 "휴전 직후인 1954년 2월 8일 적진에 잠입한 육군첩보부대 제36지구대 공작대원들이 강원도 통천 부근에서 인민군 사단장 이영희를 매복 중 생포해 귀순케 했다"며 생존자인 H, J, K씨의 실명을 소개했다.

그는 "(6.25전쟁 당시) 미 제24사단장 딘 소장이 인민군 포로가 됐고, 미8군 사령관 워커 중장이 중부전선 시찰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거제도 포로수용소장 돗드 준장은 수용소 내 포로들에 의해 1주일 동안 억류됐다"면서 "북한군이나 중공군 장성급이 유엔사에 의해 사망하거나 포로가 된 경우는 알려진 바 없다"며 이영희 생포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영희 사단장 생포 사실은 휴전협정과 남북관계, 그리고 한미관계에 얽혀 (묻히는 바람에) 반세기 동안 소문만 무성했지 공식적으로 발표되거나 기술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첩보부대의 구체적인 활동 루트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제36지구대는 휴전 전까지 원산 남방 고성에 제1지대, 원산만 능도와 여도에 제2지대, 명천 앞 양도에 제3지대를 배치해 기상조건에 따라 월 2~3회 침투공작을 했다"며 "휴전 후에는 강원도 모 해변으로 철수해 공작임무를 계속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남과 북이 상호 무력도발을 금지한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고 '북파공작원은 없다'는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김씨는 '북파공작원은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불문율이 있으나 영화 '실미도'로 북파공작원 실상이 공개됐고 김성호 전 국회의원이 주도해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회고록을 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문화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계기 돼야**

국제법학자인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영화 '실미도'가 나오면서 북파공작원의 존재 자체는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면서 "그러나 남한에서는 여전히 '보내지는 않았다'는 입장이었는데 김 씨의 회고록은 실제로 북한에 공작원을 파견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가 되고, 그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북한도 간첩을 남파했기 때문에 정전협정을 위반한 건 남한만이 아니다"면서 "다만 이번 공개는 '북한만 위반했다'는 우리쪽의 주장을 뒤집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정전협정을 위반했던 게 어디 그뿐이었나. 정전협정에 의하면 군사분계선 위아래 각각 2km 지대에는 전투력을 증강해서는 안 되고 비무장 지대화 해야 했는데 남북 양측에서 초소도 다 만들고 병력도 배치했기 때문에 모두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이런 논쟁들은 의미가 없고, 북한이 이번 회고록을 증거로 '너희들도 위반하지 않았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런 주장 역시 이미 해 왔던 것이라서 남북한에 새로운 논쟁의 불씨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건 비무장지대를 하루 빨리 평화지대화하고, 남북의 내왕과 평화의 상징적인 장소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 공개를 논란으로만 남길 것이 아니라 남북 양측이 의미 없는 정전협정을 하루빨리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호 전 의원 "문제 해결에 굉장한 도움 될 것"**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을 주도했던 김성호 전 의원은 김 씨의 이번 회고록이 상호 납치자 문제해결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회고록에는 북한이 이영희에 대한 송환을 요구했다고 돼 있는데 그건 북한이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회고록이 나왔다고 해서) 북한이 다시 꼬투리를 잡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북파공작원 관련 법을 만들 때 국방부 같은 데서 북한이 정전협정 위반 시비를 걸어올 수 있다면서 법 제정을 반대했는데 지금까지 그런 비난은 한번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신조 처럼 북한이 남한으로 보낸 공작원이 6000명이고, 남한이 북한으로 보낸 게 1만여 명이라는 비공식 통계가 있다. 남북한이 불가피하게 정보 수집을 위해 보낸 측면이 있어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남북한이 공작원 파견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를 풀었어야 했는데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명백한 사실을 서로 부인해 왔던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북한에 납북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영희의 납치는 '납남자' 문제로 서로 납치 사실을 인정하면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며 "그런 사실들이 공개되면 정전협정에 대한 상호 비판에서 오히려 자유롭게 될 수 있다. 문제를 제대로만 인식한다면 문제 해결에 있어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한 정부는 북한에 의한 납치자(납북자) 송환 요구는 하면서도 정부가 직접 보낸 간첩과 공작원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 보면 '제2의 애국자'로 볼 수 있는데 이제는 그 얘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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