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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소클럽', 웃기기라도 하려면…

[기자의 눈] '피감기관과 폭탄주' 의원 징계할 수 있어야

한국 전력에 전기가 꺼졌다. '전기의 소중함을 느껴보고자' 촛불을 켜고 진행된 27일 산업자원부 국감 소식에 머리를 스친 건 애석하게도 '신선함'이 아니라 '황당함'이었다.

2년 남짓 한 정치부 기자 생활에 심심찮게 접하는 이벤트라지만, 그때마다 펜을 놀리기 난감케 하는 게 이날 같은 이벤트다. 왠지 모를 못마땅함이 치밀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잘못을 찾을 수도 없어서, 또 이벤트도 결국 정치 전략의 하나가 아니냐는 주최자의 항변에, 괜히 '꼬인 기자의 꼬투리 잡기가 아닐까…' 하고 스스로 자성하기도 한다.

그나마 '촛불국감'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가 "꼭 그걸 해봐야 아느냐"고 공식적으로 반문해 준 덕에, 기자의 '황당함'이 꼭 혼자의 느낌만은 아니란 자신을 가질 수 있었다.

마찬가지였다. 몇 주 전 여야 의원들이 '폭탄주 소탕 클럽(폭소클럽)'을 만들었다며 '청정정치' 피켓을 들고 환하게 웃었을 때도 같은 난감함과 마주했었다. 국내 최강의 의제 설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고작 '폭탄주를 소탕하자고' 별도의 모임까지 만들고 나선 데 대해 한심하단 생각이 앞섰지만, 자칫 잔 돌려가며 술 권하는 문화를 비호하는 양 비쳐질까 흔쾌히 각을 세우지는 못했다.

망설이던 차에 '폭소클럽'에 태클을 걸어준 것은 의외의 내부 복병이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술자리 폭언' 논란으로 '폭소클럽' 전체가 돌팔매를 맞은 것이다.

주 의원은 '폭소클럽'의 명예를 지키고자 "맥주와 양주를 따로 마셨다"는 고심 어린 해명을 내놨지만, 이는 쓴 웃음이라도 지어 보고자 하던 국민들을 오히려 분노케 하는 결과를 낳았다. 주 의원은 노모까지 거론하며 했던 '폭탄주 소탕' 약속을 어겨 실망감을 준 데 이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면피로 국민들을 불쾌하게 만든 것이다.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을 두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기 전에 말장난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주 의원을 보며, 결국 '폭소클럽'도 이벤트성 말장난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더욱 강해졌다.

이 같은 의심이 억울하다면 '폭소클럽' 스스로 '뇌관을 빼면 폭탄이 아니고…' 하는 식의 말장난이나 하는 모임이 아니라는 증명을 해 보여야 한다. 때마침 민주노동당이 주 의원을 윤리위에 공동으로 제소하자는 제의를 했으니 이를 수용해 '폭탄주를 소탕하고 청정정치를 구현하겠다'는 깜냥의 원칙과 규율이라도 세워보라고 권하고 싶다. 제소 사유도 논란이 되고 있는 '폭언' 부분이 아니라 피감기관과 술자리를 가진 것 자체라고 하니 확실한 '폭소클럽' 규율 위반 아닌가.

폭탄주 소탕은커녕 규율 위반자 소탕도 못한다면 '폭소클럽'은 '웃기지도 않는 이벤트'의 불행한 선례가 될 수도 있다. 전기 없는 불편함을 느끼게 한 '촛불국감'이야 그저 '웃기는 이벤트'로 잊혀지면 그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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