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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이젠 '정상 담판 외교'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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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이젠 '정상 담판 외교'로 가나?

<전망> 남북·북미·북일 고위회담 추진설…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회담 참가국 정상들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남북·북미·북일 간 정상급 만남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잇달아 제기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경수로 제공과 핵폐기의 선후 문제 등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는 상황을 정상들의 의지로 타개해 보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1차 북핵 위기 때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조명록-올브라이트 상호 방문, 2002년 북일정상회담 등을 모델로 '담판'이나 '극적 반전(反轉)'을 꾀하는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김영남 상임위원장 부산 방문?**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APEC 정상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할 것을 가정해 제의한 바 있다"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22일 언급이 대표적이다.

정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북한 지도부를 초청했거나 초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하고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북한이 옵서버로 참석할 수 있는지를 회원국의 의사를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과 미국의 정상급 접촉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았다.

11월로 예정된 제5차 6자회담 전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우리 정부가 주선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 "9.19 공동성명 이전과 이후의 북미관계는 다르다고 보고 또 달라져야 하는 만큼 달라지도록 우리 정부가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라이스 장관의 방북에도 주선자로 나설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정일, 부시 대통령 초청?**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 정상급 인사들의 방북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는 설도 이같은 분위기의 일단을 보여준다.

<연합뉴스>는 23일 대북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이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의 실명을 거론, 방북 성사를 외무성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핵문제 등으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전현직 대통령이나 현 국무장관의 방북은 핵문제 해결뿐 아니라 관계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1차 북핵 위기 때 카터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과 만나 남북정상회담과 핵 동결을 위한 협상 참여 약속을 받아낸 역사적 경험을 또한번 재현해 교착 상황을 타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은 카터의 중재로 열린 협상을 통해 그해 10월 제네바 합의에 서명했다.

최고 지도자의 담판과 결심을 중시하는 북한은 2000년에도 남북정상회담을 시발점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북미 공동 커뮤니케'를 이끌어냈고,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의 방북까지 추진했었다.

***고이즈미 3차 방북?**

중의원 선거 압승 후 북일 관계 정상화를 대외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천명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3차 방북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2년에도 평양을 전격 방문,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국교 정상화 교섭 재개와 일본인 납치문제 등 4개항의 '평양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3차 방북설은 북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9.19 공동성명의 조항에 따라 지난 20일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이 '준비 접촉'을 통해 대화를 재개한다고 밝힌 후 힘을 얻고 있다.

북한도 고이즈미 재임시가 관계 정상화와 경제 협력의 적기로 보고 북일 접촉을 마다하지 않고 있지만, 납치 문제 등 골치 아픈 사안을 푸는 길은 정상회담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제정치적 리더십은?**

6자회담 관계국들의 이같은 움직임 중에서 가장 현실성이 있는 것은 우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추진설이다. 힐 차관보는 지난 16일 끝난 남북장관급회담차 평양을 방문한 정동영 장관을 통해 방북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북한도 9.19 공동성명 후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을 통해 힐 차관보의 방북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현했다. 실무자급인 힐 차관보의 방북이 성사되면 북한은 그를 통해 라이스 장관 등 더 윗선의 방문을 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직은 비현실적인 북미정상회담이나, 북핵 해결에 간접적인 영향밖에 미치지 못할 북일정상회담, 김영남 상임위원장 방문보다 2차 남북정상회담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가를 중심으로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운위되거나 촉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22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 "이제 정상간의 정책 의지를 확인하는 게 상당히 중요한 절차"라며 "정상들이 동북아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 핵심은 남북정상회담이다"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동성명 발표 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제외한 4개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돌려 참가국들의 협조에 고마움을 전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실무자들의 논의가 일단락되면서 최고위급의 정상외교가 절실한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제정치적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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