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北 "흑연감속로 포기 대신 경수로 달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北 "흑연감속로 포기 대신 경수로 달라"

[베이징 6자회담] 미 "전리품 챙기나"…협상에 냉기류

6자회담이 짙은 안개 속에 빠져들고 있다. 북한은 '흑연감속로를 포기하는 대신 경수로를 제공하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고 미국 역시 '북한은 협상을 전리품 프로젝트로 여기고 있다'며 맞받아치면서 협상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참가국 어느 쪽에서도 아직 '결렬'이나 '휴회' 얘기는 나오지 않아 회담 자체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고, '절충자'인 중국과 '촉진자'인 한국이 타결 의지를 강조하고 있어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담 나흘째인 16일 참가국들은 다각적인 양자협의와 전체회의 등을 통해 북한의 경수로 제공 요구로 막혀 있는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북측 대변인 "허공에 뜬 권리 아닌 구체적인 것 원해"**

북한은 15일 저녁 이번 2단계 제4차 6자회담에서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북미간의 두 번째 양자접촉과 전체회의가 열린 직후다.

베이징의 조어대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대표단의 현학봉 대변인은 "기본 걸림돌은 경수로 제공에 관한 문제"라며 "우리의 입장은 흑연감속로 체계를 포기하는 대신 경수로를 제공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대변인은 준비해 온 발표문을 단번에 읽어내려 가면서 "경수로 제공 문제는 신뢰조성을 위한 원칙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 대변인은 "조선반도 비핵화에서 기본조건은 신뢰조성이며 여기서 기본은 경수로 제공"이라고 재차 언급한 뒤 "우리는 허공에 뜬 평화적 핵 권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같은 '구체적인 요구'는 그간 경수로를 달라는 요구가 일종의 협상 카드일 수 있다는 분석을 뒤엎는 것으로 '실물'로의 경수로를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경수로가 평화적 핵 이용권의 하위 개념으로, 미래에 경수로를 지을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다는 분석도 깨졌다.

그러나 북한은 원하는 경수로가 신포 경수로인지 제3의 새로운 경수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북 송전 '중대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던 걸로 보아 신포 경수로는 중대제안으로 대체하면서 새로운 경수로까지 보장 받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북, NPT 복귀 전에 경수로 가지려 해"**

현학봉 대변인은 이어 "다른 참가국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이해를 표시했지만 미국은 무작정 경수로를 못 주겠다고 하고 있다"며 "이는 자기가 할 바는 하지 않고 우리 보고 먼저 핵을 포기하라는 것으로, 이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6자가 합의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대변인은 이어 "경수로 문제는 미국이 실제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고 평화공존으로 나오려 하는가 하는 정치적 의지와 관련된 문제"라고 언급했다.

미국측은 북한의 경수로 요구와 자신들에 대한 비난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북한측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수로 문제는 논의조차 돼선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힐 차관보는 "오늘도 회담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고 약간의 교착에 빠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은 협의 시 정말로 외교적인 해결책에 관심을 갖고 물어야 하는데 오늘 협상태도로 봐서는 약간 우려가 된다"며 "경수로 문제를 경제적인 이슈나 에너지 문제로 보기보다 정치적인 이슈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이 협상을 하나의 '트로피(trophy, 전리품)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면서 "북한은 현재 핵비확산조약(NPT)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경수로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왼쪽 주머니'에 있는 카드는?**

그러나 북미간의 이같은 팽팽한 줄다리기에도 불구하고 북미를 포함한 참가국은 아직도 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힐 차관보는 "아직 비행기표를 예약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우리측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오늘 전체회의에서 이번에 원칙 선언을 합의하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의견을 같이 했다"며 회담이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현학봉 대변인도 "조선반도 핵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우리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우리는 회담 성과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신축성을 보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북한은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카드(경수로 제공 요구)는 꺼냈지만 아직 왼쪽 주머니에 있는 것은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며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다른 카드에 주목했다.

협상파인 힐 차관보가 이번 회담에서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돌아갈 경우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난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회담의 진전을 위해 또하나의 카드를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악의 결렬을 피한 채 추석 전 조기 휴회를 통해 후일을 기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16일 전체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