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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시한폭탄 '재깍재깍'…박근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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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시한폭탄 '재깍재깍'…박근혜는?

[김주언의 '언터처블'] '박근혜 입김' 벗어나려는 부산일보의 눈물겨운 투쟁

부산일보가 '박근혜의 입김'에서 벗어나려는 편집권 독립 운동이 눈물겹다. 부산일보 주식 지분 100%를 소유한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촉구하는 기사를 다뤘다는 이유로 편집국장을 비롯한 편집국 간부들이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에 맞서 간부들은 출근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회사의 인사권이 무력화한 셈이다. 부산일보 노조는 파업찬반 투표를 거쳐 이미 파업을 결의해놓았다. 언제든 파업에 들어갈 준비를 마친 셈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시한폭탄이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부산일보 노조 제공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은 정수장학회는 자신과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정수장학회 관계자들에게 해마다 고액의 후원금을 받았다. 최필립 이사장 부인, 장남, 장녀, 차녀 등 정수장학회 관계자들로부터 모두 7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무리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특정단체로부터 '연봉처럼' 꾸준히 후원금을 받은 데 대해 무어라 변명할 것인가. '박근혜의 아킬레스건' 정수장학회 문제는 앞으로도 줄줄이 사탕처럼 불거져 나와 그를 괴롭힐 것이 틀림없다.

부산일보사는 지난달 28일 정수장학회 특별취재팀 구성 및 운영을 이끌어온 이상민 사회부장과 송대성 정치부장, 이병국 편집부장을 전보 발령했다. 이에 대해 편집국 부장 및 팀장단은 즉각 인사거부를 결의했다. 회사의 사령장 수령을 거부하고, 기존 직책으로 신문제작에 참여했다. 부산일보 노조는 이번 인사를 편집권을 장악해 정수장학회 관련 기사를 막기 위한 사측의 의도로 보고 있다. 회사도 정수장학회 갈등에 따른 인사이동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명관 부산일보 사장은 "더 이상 지면이 정치 편향성 지적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호진 노조위원장은 "인사가 거부당함에 따라 사장은 스스로 권위를 상실해버린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인사를 통해 편집권을 흔들려는 의도를 당장 멈추고 인사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 부장과 송 부장에게 정직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강행했다. 두 사람은 출근투쟁으로 맞섰다. 회사의 징계에 맞서 출근투쟁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박근혜의 입김'에서 벗어나려는 부산일보 기자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송 부장은 "대선을 앞두고 정수장학회 관련한 편집권 독립 투쟁에 재갈을 물리고자 하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기자의 자존심,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선배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부장도 "이정호 편집국장이 쫓겨난 상황에서 법적으로 싸우는 것처럼 우리도 법적인 싸움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부장은 "징계를 무시하고 정상적으로 출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일보 이정호 편집국장은 현재 '거리의 편집국장'으로 불린다. 이 국장은 신문사 현관 옆에 작은 책상을 마련했다. 신문사 현관문 안에 들어가면 1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7월 11일 법원이 내린 판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부산일보의 편집권 독립 투쟁은 인쇄단계에서 회사가 윤전기를 세워 신문이 발행되지 못하는 사태를 겪었다. 이 국장은 이에 대해 '편집권 침해'라며 맞섰다. 회사는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이 국장에 대해 대기처분을 내렸다. 이후 양측의 소송전이 이어졌고 회사가 제기한 '편집국장 직무집행 중지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안 소송까지는 편집국장 지위를 인정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두 달이 지난 뒤 회사는 포상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국장을 다시 징계했다. 법정 대결도 이어졌다. 법원은 이번에는 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직무정지 및 출입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편집국장은 비노조원이기 때문에 사규만 적용해도 된다는 판단이었다. 이로써 이 국장은 편집국장 직무가 중지됐다. 회사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됐다.

편집국장이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면서 신문사 문 앞에서 싸우는 희한한 풍경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해외토픽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4년 동안 정든 신문사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 옆에 앉아 있는 그의 얼굴에선 '편집권 독립'이란 굳건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정수장학회에 연관된 박근혜 의원이 특정 정당 후보로 대선에 나선다면, 부산일보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편집권 독립은 언론사의 생명이다." 시한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이 국장이 제기한 '대기처분 무효확인' 본안 소송에 1심 선고가 오는 24일 열린다.


▲ 2011년 11일 30일 자 <부산일보>. "부산일보 사측 징계 남발, 노사 갈등 격화"라는 기사가 실린 이날 신문은 인쇄되지 않았다. ⓒ부산일보 노조 제공

문제의 발단은 정수장학회이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의 주식 100%를 갖고 있다. 정수장학회 이사회가 부산일보 사장을 임명한다. 정수장학회는 박 의원의 아버지 박정희가 5.16쿠데타 직후인 1962년 강탈한 부일장학회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장물장학회'란 별명이 붙었다. 1982년 박정희와 육영수의 이름을 따 정수장학회로 간판을 바꾸었다. 박정희·육영수 부부의 개인재산은 1원도 내놓지 않았다. 정수장학회의 역대 이사장 등을 보면 '유신세력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박 의원은 1995년에서 2005년 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20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박 의원은 연간 1억 원에서 2억 3520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사장의 연봉이 공익법 취지나 사회통념상 과다하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세계일보>는 2002년 박 의원이 1998년과 1999년에 각각 받은 1억 원, 1억 3500만 원의 섭외비 대부분을 재단업무 이외 용도로 사용했고,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간 며칠 뒤 박 의원은 소득세 1억 2000만 원을 자진 납부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최근 또다시 정수장학회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박 의원은 정수장학회 이야기만 나오면 자신과 관계없다고 일축한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부일장학회 헌납사건은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로 빼앗긴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정수장학회는 헌납된 재산을 피해자들에게 반납하거나 반납이 안 되면 국가가 대신 배상을 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당시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억지가 많다"며 "자꾸 이런 식으로 틈만 나면 또 하고 또 하는 것은 흠집 내기 위한 정치 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보다 앞서 2004년 부일장학회 김지태 씨의 후손들이 정수장학회를 되찾겠다고 나섰을 때도 마찬가지다. 박 의원은 꿋꿋했다. 그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사퇴할 생각은"이라는 질문에 "잘못된 것이 있어야 사퇴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씨 유족이 국가와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주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2월 "강압으로 주식을 증여한 사실은 인정되나 반환청구 시효가 지나 돌려받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유족은 항소했다.

박 의원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새누리당에도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의 말은 정곡을 찌른다. "정수장학회가 부모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는데 자꾸 자신과 관련 없다고만 한다. 꿩이 대가리를 눈 속에 처박고 숨었다고 하는 격이다." 김태호 의원은 "내 집에 문패 달아놓고 내 집 아니라 하면 누가 믿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은 "정수장학회는 내놓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수장학회 시한폭탄'이 가동을 시작하자 박 의원 측에서도 이를 털고 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의 핵심을 최필립 이사장을 용퇴시키는 데 두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퇴진불가를 고수하고 있는 최 이사장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이사장의 퇴진만으로 정수장학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부일장학회 강탈에 대해 사과하고 명실공히 사회에 환원하는 길만이 해결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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