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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또 다른 뇌관, 유대인 테러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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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또 다른 뇌관, 유대인 테러조직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6>

이즈음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가자(Gaza)지구의 유대인 정착민 철수작전으로 말미암아 비상이 걸렸다. 철수를 반대하는 유대인 극단주의자들(extremists)들의 저항으로 유혈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이스라엘군 탈영병이 버스 안에서 아랍계 주민들에게 총을 마구 쏴댔던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38만에 이르는 유대인 정착민들(가자지구에는 8,500명)은 합법적으로 총을 지닌다. 중동현지 취재 때 이스라엘 거리에서는 총을 메고 다니는 유대인 정착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유대인 정착촌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공격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무장을 하고 있다. 1967년 6일전쟁 뒤 늘어난 이스라엘 점령지 곳곳에 유대인 정착촌들이 들어서면서 현지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마찰이 잦자, 1970년대 초 이스라엘 국방부는 정착민들의 무장을 허용했다. 문제는 무장을 한 유대인 극단주의자들이다.

일반적으로 유대인 정착민은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한 부류는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된 이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구약성서에 나오는 유대와 사마리아의 옛땅을 되찾는 개척자(pioneer)들로 여긴다. 두 번째 부류는 훨씬 많은 사람들로 이뤄졌는데, 오로지 이스라엘 정부가 대주는 보조금을 바라고 정착촌으로 옮겨간 사람들이다.

가자지구의 정착민은 두 번째 부류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한푼이라도 더 보상금을 타낼 요량으로 집단적으로 변호사들을 만나왔다. 샤론정권은 이들에게 15만 달러에서 40만 달러에 이르는 보상을 해줄 참이다. 일부 가자지구 정착민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겠다고 버텨온 것은 명분이야 어떠하든 더 많은 이주보상금을 타내려는 속셈에서였다.

***유대인 테러조직 카헤인 차이**

미 국무부는 해마다 '전세계 테러보고서'(Country Reports on Terrorism)를 펴낸다. 이 보고서에 나오는 테러단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동지역이 근거지다. 이를테면 하마스(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팔레스타인), 헤즈볼라(레바논) 등이다. 보고서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테러단체는 단 하나. 이스라엘 랍비(유대교성직자)의 아들이 만든 '카헤인 차이'(Kahane Chai)란 조직이다. 이스라엘군복을 입은 채 버스 안에서 총기를 난사했던 탈영병도 '카헤인 차이' 소속으로 밝혀졌다.

이 테러조직의 뿌리는 '카흐(Kach)'. 미국시민권을 가진 과격한 이스라엘 랍비인 메이어 카헤인이 창설했다. 1990년 카헤인이 미국에서 암살당한 뒤 그의 아들 빈야민 카헤인이 카흐의 한 분파로 만든 게 카헤인 차이다. 이들 조직원들의 이념은 "유대인에게 약속된 거룩한 땅에서 아랍인(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평화협상도 거부한다.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들어서는 것에도 결사반대했다.

1994년 한 극우파 유대인이 헤브론의 한 이슬람사원으로 들어가 예배 드리던 29명의 무슬림들을 마구잡이로 쏴죽인 사건의 배후도 카헤인 차이다. 범인 바루흐 골드스타인은 미국인 의사 출신의 극우파 유대인으로 카헤인 차이 요원이었다. 골드스타인의 범죄로 말미암아 하마스(Hamas)의 자살폭탄테러가 시작됐다.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하마스는 자살폭탄 공격을 벌이지 않았다. 유대인 테러조직 카헤인 차이가 하마스 자폭테러의 뇌관을 건드린 셈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테러리즘법 규정에 따라 1994년 카헤인 차이를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규정했다. 지난 4일 이스라엘군 탈영병이 버스 안에서 아랍계 주민들에게 총을 마구 쏴댔던 사건이 터진 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수상은 "피에 목마른(blood-thirsty)" 테러범죄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유럽 동조자들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온 조직의 우두머리 빈야민 카헤인은 2000년 그의 부인과 함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그의 목숨을 오래 전부터 노려온 팔레스타인 저격수의 총을 맞고 죽었다.

그 뒤로 카헤인 차이는 빈야민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일부 온건한 성향의 이스라엘 관리들을 위협해왔다. 2000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티파다(intifada, 봉기)가 일어난 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저지른 여러 유혈사건들의 배후에 카헤인 차이가 관련됐을 것이란 혐의가 따른다. 올여름 가자 철수에 즈음, 더욱 폭력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이다.

***집권 리쿠드당의 장기전략**

가자 지구 유대인 정착촌 철수로 중동 땅에 평화가 온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전혀 아니다. 타고난 강골 아리엘 샤론 총리와 집권당인 리쿠드당의 장기전략은 중동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1967년 6일전쟁 승리 뒤 팔레스타인 전역(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을 군사적으로 강제 점령한 뒤 오늘에 이른 기존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능한 한 시일을 끌며 팔레스타인 지역에 더욱 많은 유대인 정착촌을 세워 이스라엘 영토를 넓혀간다는 것이 샤론 총리와 집권당인 리쿠드당의 장기전략이다.

이런 장기전략에 따라 샤론 정권은 한편으로는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겠다"는 선전을 요란스레 해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요르단강 서안지역 점령지 곳곳에 대규모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추진해왔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가 지난 2월말 특종보도한 바에 따르면, 샤론 정권은 올해 안에 유대인 정착민을 위해 6,391가구의 정착촌들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이스라엘 토지국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에 따르면, 2003년엔 1,225 가구, 2004년에 1,783 가구의 정착민이 서안지역에 새로 건설된 정착촌에 입주했다. 현재 팔레스타인 서안지역에는 모두 120개 정착촌에 22만5천여명의 유대인들이 살고 있다. 이들 정착촌은 언젠가 있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국경선 협상에서 팔레스타인 쪽을 곤혹스럽게 만들 게 뻔하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yahoo.com

(사진 쓰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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