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이어 아마존이 자원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브라질 군부가 지구의 허파이자 자원보고인 아마존을 지킬 수 있는 방위전략 수립을 위해 최근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군이 가진 정글전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베트남의 정글전 노우하우 전수**
대령급과 중령급 장교들로 구성된 베트남전 현장 시찰단은 몇 달 전 하노이와 호치민 시를 방문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월남전 당시의 밀림 속 전투현장을 둘러보고 지하 동굴과 월맹(북베트남)군의 게릴라전술에 대해 상당기간 동안 연구를 하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사실은 최근 브라질의 아마존 방위군사령부(사령관: Claudio B. Figueirodo 장군)와 국방부, '브라질의 군사력' 등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혀졌다.
아마존이라는 천혜의 요새를 잘 활용하면 유사시 최첨단 무기를 무력화시킬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베트남의 대미 전쟁경험이 아마존방위계획을 위해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게 아마존 방위사령부 지휘관들의 판단이다.
아마존 방위사령부는 이 홈페이지에서 "베트남과 중동에 이어 아마존이 외부의 침입으로 전쟁의 위험에 휩싸일 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놓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마존 자체방위를 놓고 세운 작전계획이 미국을 브라질 군의 주적(主敵)으로 설정한 것이어서 흥미를 끈다.
***브라질의 주적은 미국?**
브라질 군부 내 아마존 방위사령부의 이와 같은 전략은 미 마이애미에 본부를 둔 미 남부 사령부(Southcom)의 전력증강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남부 사령부는 이미 파나마, 푸에르토리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아루바 등지에 지상군을 파병해 전진기지를 설치하는가 하면 17개의 첨단레이더 기지를 통해 남미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감시레이더 기지 가운데 3개는 페루에, 4개는 콜롬비아에 고정 설치됐고 나머지 10개는 모바일 형으로 상시 필요한 지역으로 움직이며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방위사령부는 "미국이 미주의 '악의 축'으로 쿠바와 베네수엘라, 브라질을 꼽고 있다"는 설명을 곁들이면서 아마존이 지구 최대의 수자원과 광물,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의 보고임을 강조해 결국 제2의 중동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브라질 군부와 미국의 악연은 지난 1964년 시작된 군사정권 시절부터였다. 당시 미국은 브라질의 무기수입을 전면 통제하고 브라질 군부를 압박했다. 이에 브라질 군사정권은 자체 무기 현대화 계획을 세워 항공모함에서부터 전투기, 원자력 잠수함까지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무기 생산국으로 발전하는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 후 브라질 군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항상 "협력불가"를 외치며 미군이 한발자국도 브라질 국경 안으로 들어설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또 군사 작전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어떤 협조나 지원도 일체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발간된 브라질 국방백서에 따르면 남미의 군사력은 브라질이 1위, 페루와 아르헨티나가 2, 3위이며 그 뒤를 칠레와 콜롬비아, 베네수엘라가 잇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군부는 남미 제1의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군 사기저하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엘리트 의식이 강했던 군부의 소장파 장교들과 하사관들은 그들이 현재 받고 있는 대우로 인해 자신들의 생활수준이 브라질 국민들 가운데 하류층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불만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군 통합 논의도**
한편 브라질 아마존 방위사령부의 방어작전과는 별도로 브라질-아르헨티나 양국 정치권이 아마존 지역에 미군의 상설주둔을 반대하면서 국방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남미의 양대 국가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연합하면 미군이 남미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중미 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라질은 콜롬비아와의 국경만해도 1600km에 이르러 브라질만의 군 병력으로는 국경 방어가 힘에 부치는 현실을 감안한 정치적인 결정이다.
만일 콜롬비아 사태가 확대돼 반군들이 브라질 국경으로 이동할 경우 세계의 보안관을 자처하고 있는 미군이 대규모 군대를 파견해 장기주둔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브라질 군부 내에서 확산되고 있어 아르헨과 브라질의 군 작전권을 통합해 공동으로 남미를 지키자는 협력방안이 양국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과 아르헨 양국은 먼저 양국 군대의 작전권을 통합한 뒤 남미전역에 방위권을 발동해 양국의 영향권을 높이고 미군주둔 가능성을 원천봉쇄하자는 것이 이 논의의 골자다.
브라질 연방하원 내의 국방위원장인 알도 레벨로 의원이 주축이 된 양국 연방 상ㆍ하원 의원들과 외교관계자들은 얼마 전 아르헨티나에서 정례회합을 갖고 "미군이 장기간 동안 남미에 주둔한다면 남미국가들로서는 비극이 될 것"이라며 "이를 피하기 위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군대가 완전한 작전상의 통합을 일궈내야 한다"는 데에 의견 일치를 보기도 했다.
이에 앞서 브라질은 이미 베네수엘라와 경제통합과 군 작전협력 협정을 맺은 바 있다. 펜타곤의 남미전략에 대립의 각을 세운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에 이어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에콰도르가 이에 동조를 하고 나서 이제 중남미는 '반미'와 '친미'라는 지리학적인 새로운 축이 형성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미주대륙을 둘로 나누는 이와 같은 축은 오는 11월 아르헨티나의 항구도시인 마르델 쁠라따에서 열리는 미주정상 회담에서 표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9.11테러와 아프간ㆍ이라크전, 런던테러 이후 미국을 비롯한 30여개국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미주회담의 경호를 위해 아르헨 정부는 육ㆍ해ㆍ공군을 비롯하여 국경수비대와 경찰 등이 동원되는 사상 최대의 경호작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 이 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마르델 쁠라따에 모일 1000여명의 내외신기자들은 벌써부터 차베스를 축으로 아르헨, 브라질, 우루과이로 이어지는 좌파정권들과 미국, 그리고 중남미 친미 정상들 사이의 뜨거운 설전을 정상회담의 의제보다 더욱 기대하는 눈치들이다.
사진은: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아마존 유역. 브라질 정부
아마존 방위사령부 특수부대원들이 아마존 정글에서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브라질 국방부.
마이애미에 본부를 둔 미국 남부사령부의 마크. 중남미 전체 대륙을 작전지역으로 설정했다. 남부사령부 홈페이지.
아마존 방위군 병사의 완전군장 모습. 브라질 국방부.
오는 11월 미주정상회담이 열릴 아르헨티나 마르델 쁠라따. 이 도시는 벌써부터 미주정상회담을 위한 경호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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