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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길 없이 확산되는 룰라 대통령의 '8월 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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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길 없이 확산되는 룰라 대통령의 '8월 위기설'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71>

브라질 역사상 최대의 뇌물파동으로 집권 노동당의 창당멤버이자 당을 이끌어 온 3두 마차 가운데 조세 디르세우 수석장관과 조세 제노이노 당 총재가 정계를 떠난 이후 홀로 남은 룰라 대통령의 최후선택이 남미언론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브라질 정치사를 바꾸며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극빈서민층의 뜨거운 지지 속에 집권해 세계를 놀라게 한 룰라 대통령은 최근 당과 행정부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위기를 초래했고, 정치적 난국을 헤쳐나갈 리더십 부재로 자신과 노동당이 거의 회복불능의 치명타를 입게 한 게 사실이다.

지난 2002년 11월, 65%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룰라는 한때 90%가 넘은 인기도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해 '스타 대통령'으로까지 불렸다.

룰라의 이런 인기는 권력과 돈이 수십년간 형성해 온 검은 고리를 끊지 못했던 브라질 정치계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이 같은 서민 출신에 단순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가진 룰라에게 느낀 동질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룰라 행정부는 구세대 정치인들을 능가하는 부패 양상을 보여 브라질 정국에 총체적인 위기를 불러 왔고 이 위기는 룰라와 노동당을 파멸의 길로 몰아 가고 있다고 남미의 정치평론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한마디로 브라질 국민들은 노동당과 룰라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룰라의 측근들이 브라질 내 일부 언론사 편집장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네며 여론몰이를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미언론들은 같은 언론사들끼리의 문제 확대를 꺼려 이 문제가 브라질 내 언론들 사이에서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야당과 룰라의 반대파들인 브라질 내 엘리트그룹들은 이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삼아 노동당과 룰라를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사면초가' 상태에 빠진 룰라를 향해 노동당 내의 석학으로 불리는 치코 데 올리베라 교수(상파울로대 사회학 교수)마저 "룰라와 노동당은 돈은 가졌으나 권력은 갖지 못한 실패한 정부"라고 비판하고 나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올리베라 교수는 룰라와 함께 노동당을 창당해 '평생동지'라고 불릴 정도로 친 룰라계 인사다. 그런 그가 지난주 말 'BRASIL de FATO'지와의 인터뷰에서 "룰라와 집권노동당은 국가의 장래보다는 당과 노동자들에게만 관심을 기울인 실패한 정권"이라고 몰아세웠다.

올리베라 교수는 또 "룰라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의지도 없으며 혹시 출마한다고 해도 재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이제 룰라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은 브라질 의회 내의 뿌리깊은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의 재선 금지법을 상정하고 관료들과 국회의원들의 부정부패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정치개혁법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것만이 자신과 노동당을 지키는 유일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브라질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나아가 자신은 2006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룰라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브라질 노동당과 룰라 행정부는 집권 초기 경제에는 좌우가 따로 없다는 기조 아래 경제성장 수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브라질의 경제성장 수치가 빈민들의 밥상을 풍요하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남미, 특별히 브라질에선 정치안정이 경제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등한시하고 경제성장지표에 자신을 얻은 이들은 자신들의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해 민생을 팽개쳤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또한 상승기류를 타던 브라질경제는 뇌물파동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긋고 있어 룰라 대통령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브라질 노동당과 행정관료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부정부패는 당 조직 자체가 계보나 보스 정치시스템이 아니라 서로 뿌리가 다른 조합 형식의 집단이다 보니 국가 조직 전체를 컨트롤 할 기능이 전혀 없었다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브라질군부의 움직임 심상찮다'**

한편 남미 현지의 정치평론가들은 '룰라 대통령의 8월 위기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군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경고했다.

룰라 정부는 집권 후 몇 번이나 군인 급여인상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 왔다. 군 봉급을 인상하면 전체 공무원들이 동요하고 인플레 요인이 생긴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공무원들과 노동당원들은 각종 비리에 개입해 돈을 물쓰듯하고 군은 박봉에 시달리며 어려운 생활을 하도록 내팽개쳐져 희생만 강요했다는 불만이 군 전체에 팽배해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룰라 정부를 향해 실력행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군부 전체의 불만이 위험 수위에 오르자 브라질 군부 지도자들은 "룰라 정부가 7월 급여를 어떻게 지불하는가를 두고본 다음 결정하자"고 하급장교들을 달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룰라의 8월 위기설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야당들 역시 8월이 되면 룰라 정부와 노동당 성토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부통령인 조세 알렌까르의 행보가 브라질주재 서방 언론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룰라 대통령의 8월 위기설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지는 두고 볼일이다.

<사진>
위기설에 빠진 룰라 브라질 대통령. 정치동지들 가운데 좌우 양팔을 모두 잃은 룰라를 겨냥해 '8월 위기설'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룰라의 최측근이자 노동당 내의'영국신사'로 불리다 부정부패 혐의로 옷을 벗은 조세 디르세유 전 수석장관.

디르세유의 뒤를 이어 노동당 당수에 취임을 했으나 역시 뇌물관련 혐의로 중도 하차한 조세 제노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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