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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은 IT산업의 불모지인가?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70>

한국이 세계최고임을 자랑하는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공학기술(BT).원자력기술(AT) 분야의 최고전문가 15명이 남미에 왔다. 한국의 앞선 기술을 남미에 알리고 현지의 신기술 현황을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유희열 원장을 단장으로 한 과학기술(BT, ICT, AT) 전문가 15명은 브라질을 거처 11일과 12일 양일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의 아르헨티나 국립과학기술연구원에서 '21세기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주제 아래 심포지엄을 갖고 한ㆍ아 양국의 과학기술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러나 이번 심포지엄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언어 문제로 상호간 신기술분야 이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며 IT분야는 해당분야의 아르헨 측 연구발표 내용이 20년 이상 뒤떨어진 것이어서 한국측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IT분야 심포지엄에는 아르헨 국립 코마우에 대학의 교수진이 참석해 '통신분야 통용형식의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하기도 했으나 이들은 한국측 대표들과의 대화에서 한국의 IT에 대한 개념과 설명 자체를 이해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국측 대표는 "아르헨티나는 IT에 관한 한, 개념 자체가 없는 후진국 중 후진국에 속한다"며 "우리와 격차가 너무 심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심포지엄에 한국의 IT관련 파트너로 나선 코마우에대는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네오껜주에 위치한 대학. 아르헨 정부측이 왜 이 대학을 한국의 IT분야 파트너로 선정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만일 아르헨티나에서 IT분야 남미 최고수준이라는 ITBA(부에노스아이레스 정보통신대학교)나 최소한 UTN(국립 기술대학교)의 교수진들이 이 세미나에 참석했더라면 한국측이 아르헨티나 IT산업의 수준과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며 한ㆍ아 양국 전문가들은 보다 밀접하고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도출해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대규모 대표단이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 남미까지 날아와 해당분야 전문가들과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눠보지 못한 채 지방대학의 교수진만 보고"아르헨티나는 IT후진국"이라는 인상을 안고 돌아가게 됐다는 것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 과학기술청의 해외협력국 아구에다 멘비엘레 국장은 "한아 양국이 처음 갖는 이번 세미나에서 한국이 관심을 갖는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아르헨은 한국과 달리 원자력이나 생명공학 분야, IT가 정부와 학술, 민간분야로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세분화 돼 있어 한국의 관심분야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몰랐었다"고 해명했다.

12일(현지시간) 한아 과학심포지엄이 끝난 뒤 양국 대표들을 만나봤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유희열 원장은 "남미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허두를 뗐다.

- 남미에서 처음 갖는 이번 과학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은?

"원자력과 바이오 산업 분야는 서로 협력이 가능하리라 본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논의는 무성했지만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것은 아직 없다. 그러나 성공적인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양국은 원자력과 바이오산업 협력에 관한 권고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 아르헨 대표들은 자기들이 원자력 분야의 강국이라고 했는데.

"원자력 분야는 한국이 세계최고 수준이다. 아르헨티나는 거의 초기 단계로 보인다. 물론 과거에는 이 분야에서 아르헨티나가 앞서 있었으나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미약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아르헨티나 기술의 과거 경험을 살려 함께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핵폐기물처리 문제와 수명이 다 된 원자로 해체 문제는 상호협력이 가능하리라 본다. 원자력 분야는 상호간 연구와 협력이 가능한 분야라는 것을 확인했다."

- 바이오산업 분야는 무슨 말들이 오갔나.

"바이오산업 역시 줄기세포 분야나 복제기술에서 한국은 세계최고를 자랑한다. 한국은 신약과 바이오 칩 분야에 관심이 있는데 이들은 농산물 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GMO(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유럽에서 거부하고 있어 신중히 생각할 사안이다. 또한 이들이 제안한 몇 가지 분야는 함께 연구해 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IT분야의 양국간의 격차는.

"아르헨티나는 한국과 비교해 전체 연구분야에 투자하는 비율이 한국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7번째로 미래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는 국가다. IT쪽은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더라. 격차가 너무 심해 당황스러웠다. 다시 말해 우리와 대화상대도 안 됐다는 이야기다. IT쪽은 한국에서는 해당분야 최강팀이 이곳에 왔는데 서로 대화도 안돼 안타까웠다."

- 심포지엄에서 느낀 점은.

"한국에는 남미 전문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무역수치만을 생각해 상대적으로 남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역수치의 볼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IT쪽에 주력할 필요를 느꼈다."

- 브라질에서도 심포지엄을 가졌는데. 브라질은 어땠나.

"브라질은 역동적이고 아르헨티나보다는 모든 기술적인 면에서 앞서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축 처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르헨티나에 와서 한국 정부가 중남미를 위한 과학기술센터를 아르헨티나에 세워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만일 한국 정부가 그런 기구를 남미에 설치한다면 원자력, 바이오, IT 등 모든 기술이 아르헨티나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는 브라질이 이상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아르헨 과학기술청 해외협력국 아구에다 멘비엘레 국장과의 일문일답.

- 한국과 아르헨 과학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배경은?

"지난해 한국의 노 대통령 방아 당시 논의됐던 원자력협력방안의 일환으로 오늘 한아 양국의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양국의 전문가들이 오늘 처음 만났지만 원자력과 바이오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방안을 창출해내는 유익한 모임이 되었다고 본다."

- 이번 심포지엄에서 문화의 차이나 언어문제 등으로 상호간 어려움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처음 만남이어서인지 상호간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기도 했다. 서로간 언어차이를 실감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한국어를 하든지 한국대표들이 카스떼쟈노(스페인어)를 했더라면 이해가 더 빨랐을 것이다. 양국대표들 서로가 외국어인 영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깊은 이해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 한국은 어떤 분야가 앞서 있는 것 같은가.

"IT분야는 의심의 여지없이 한국이 선진국임을 실감했다. 그러나 원자력 분야는 아르헨티나가 상당히 앞서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향후 양국간에 이 분야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심도 있게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대표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보였나.

"한국은 원자력 의학기기 분야와 핵폐기물처리 분야, 코발트치료요법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에서 한국이 요구하는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한국과 달리 원자력이나 생명공학 분야, IT가 정부와 학술, 민간분야로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세분화돼 있어 한국의 관심분야가 무엇인지를 잘 몰랐었다. 우리는 이번 세미나의 내용을 정부와 해당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에게 알려, 내년 3월이나 4월 한국에서 열리게 되는 제2차 세미나를 준비할 것이다. 특별히 국영 원자력연구소(INVAP)에 알릴 한국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아주 많아졌으며 그곳 전문가들이 큰 관심을 가질 것이다."

- 아르헨티나가 자랑할 수 있는 신기술이 있다면.

"아르헨티나의 바이오산업은 아주 뛰어나다.우리는 지난 15년간 생명공학 분야 발전에 전심전력을 기울여 왔으며 아주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우리는 동물과 곡물 등 분야에서 우리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한국에 알렸고 한국대표들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양국관계에 어떤 기대를 갖게 됐는가.

"IT산업 분야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한국이 앞서 있다. 이 분야는 아르헨티나가 배워야 할 것으로 본다.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은 미국식을, 아르헨티나는 유럽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한국의 3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보고 그들로부터 선진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양국의 전문가들 간의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사진:
한국의 신기술 분야 최고전문가 15명이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과학기술연구원에서 제1회 학술세미나를 끝내고 간식을 나누며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김영길

한아 양국대표들이 인터뷰 직전 함께 포즈를 취했다. 좌로부터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아르헨티나 과학기술청 해외협력국 아구에다 멘비엘레 국장, 아르헨 국립과학기술연구원 리노 바라냐오 원장.
한국 대표 유희열 원장. 아르헨 대표 아구에다 멘비엘레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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