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60년 전에 마을에 들어온 셰파트가 이제 주는 밥만 먹지 않고 농민들을 물어뜯고 내쫓으려 하고 있습니다. 미친개는 몰아내야지 저절로 양순해지기 바랄 수 없습니다!"
***"평택은 더이상 외롭지 않다"**
무대에 오른 김지태 평택 주민대책위원장이 그간의 울분을 토해냈다.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큰 함성으로 화답했고, 이에 외롭게 싸움을 이어 온 주민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평생 살아 온 마을과 농토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된 평택 농민들은 더이상 외롭지 않았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가 10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와 한반도 전쟁반대 7·10평화대행진'이라는 긴 이름의 집회를 개최한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대추초등학교. 전국에서 모여든 7500여 명(경찰추산, 주최측 1만2000명)의 사회단체 및 노조 관계자와 농민, 학생들로 가득찼다.
이날 오후 2시 경쾌한 풍물 소리가 본대회의 시작을 알리자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손에 든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구호가 쓰여진 노란색, 주황색 깃발을 흔들었고, 매향리가 고향인 가수 안치환씨가 힘차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자 수많은 가족단위 참가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머리 위로 박수를 치며 곳곳에서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더이상 '한반도 방어' 주둔 명분 없어"**
마이크를 잡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용산기지 이전안을 막아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죄한 뒤 "주한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것으로 주한미군은 더이상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있을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택읍 도두2리가 고향인 가수 정태춘씨는 "평화를 꿈꾸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저 또한 언제나 바로 옆에서 그와 함께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집회의 맨 앞쪽에서 목청껏 '주한미군은 이 땅에서 당장 떠나라' '평택기지 확장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던 팽성읍 주민들은 대부분 60~70대. 평생 살아 온 땅에서 떠나야 하는 이들의 표정은 착잡했고, 구호를 외치는 사이사이 굳게 다문 입술엔 근심이 가득했다.
***313일간 매일 촛불집회 열어온 팽성읍 주민들**
행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지난 313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집회를 열어 온 팽성읍 주민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이 '우리 땅은 생명과 평화의 땅, 미군에게 줄 수 없다'는 문구가 쓰인 대형 걸개를 내리며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을 개사해 만든 '나의 사랑 나의 고향',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한 '평택은 우리 땅'을 힘차게 부르자 참가자들은 열띤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평택 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문정현 신부는 "외부에서는 평택 팽성읍 주민들보고 돈을 얼마나 벌었냐고 하지만 우리는 단 한 평도 미군에게 내줄 수 없다"며 "7.10 평화대행진은 시작에 불과하다. 추수가 끝난 9월부터는 본격적인 촛불집회 투쟁을 전국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신부가 '한반도 전쟁 반대 미군기지 확장 저지 반대 선포문'을 한자 한자 힘주어 읽을 때마다 집회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고, "이제 행진합시다. 미군기지로! 인간띠 잇기를 시작합시다!"라는 문 신부의 제안에 따라 참가자들은 '주한미군철수가' '농민가'등의 노래를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간띠 잇기'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100여 명 부상**
행사가 끝난 뒤 집회 참가자들은 대추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K-6(캠프 험프리) 미군기지를 에워싸는 '인간띠 잇기' 및 철조망에 소망을 적은 노란천(소지천) 걸기를 위해 행진하는 과정에서 미군기지를 둘러싸고 있던 6000여 명의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했다.
경찰은 행사 참가자들이 철조망 등 군사시설을 파괴할 것을 우려해 철조망 앞에 3중, 4중의 병력을 배치했고, 일부 행사 참가자들은 행진로 확보 등을 요구하며 경찰과 마찰을 빚어 심한 몸싸움을 벌어졌다.
경찰은 물대포와 곤봉, 방패 등으로 참가자들이 철조망에 접근하는 것을 저지했고, 이에 참가자들도 들고 있던 깃대를 이용해 경찰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행사 참가자 80여 명과 전·의경 20여 명이 심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행사 참가자들은 경찰의 저지망을 뚫고 밧줄과 절단기를 이용해 철조망 일부를 걷어내기도 했다.
***범대위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 물을 것" 경찰 "집회측 과격 폭력시위가 원인"**
한 행사 관계자는 "80여명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고, 25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고, 경찰측 관계자는 "이날 행사가 군사시설을 훼손하는 등 과격·폭력시위로 변질된 만큼 행사 책임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택 K-6 상인연합회',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 준비위원회' 등 일부 단체 회원 70여명은 이날 오후 2시께 평택역 앞에서 미군기지 확장 '찬성'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에게 "미군기지 확장 이전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배포했고, 상인연합회 소속 상인 500여 명은 K-6 기지 정문 앞에서 미군기지 확장 찬성 집회를 열기도 했다.
'미군기지확장저지 범대위측'은 "행사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귀가 도중 상인연합회 회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고, 상인들이 나주농민회 회원들이 탄 버스에 돌을 던져 유리창이 깨지며 농민회 회원 한 명이 눈을 다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