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당대표 비서실장)은 7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발언과 관련해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민노당과 연정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어차피 대선 때에 가면 지역별 연합 등의 형태는 눈에 띄게 마련"이라며 "한나라당도 연정에 관심이 많다.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고, 중부권 신당과도 얘기가 나온다"고 전혀 다른 버전의 연정론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론에 대해서도 언급,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정권 말기엔 늘 내각제 얘기가 나왔고,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개헌은 어느 한쪽에서 거부하면 할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에서 최소한 반이라도 동의해야 되는데 쉽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연이 보고서 색깔 가지고 회의를 하더라"**
유 의원은 최근 김기춘 의원이 당 소속의 여의도연구소 소장에 임명된 배경에 대해 "여연의 구조조정을 위해 임명된 것"이라며 "여연은 당을 위해 필요한 일만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2000년 이회창 전총재 시절부터 3년여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지내기도 했던 유 의원이 이날 "그동안 여연이 불필요한 일을 많이 했다"면서 "작년 여연이 박 대표 이미지 조사를 해서 보고한 적이 있는데, 이때 박 대표는 '누가 이런 일을 하라고 했냐'고 지적했다"고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4.30 재보궐 사조직 문건 파문과 관련해서도 유 의원은 "박 대표가 보고 받을 때에도 문제 표현이 있었지만, 본인에게만 보고하는 줄 알고 넘겼는데, 알고 보니 15부 정도를 배포했고, 표지에도 '대외비', '여의도연구소'라고 버젓이 적혀있더라"면서 "대외비라면 아예 그런 말을 쓰지 말고 폐기했어야 했다"고 일 처리의 미숙함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여연이 왜 생색을 내려 하느냐. 여연은 음지에서 활동해야 한다"며 "지금은 여연 연구원들이 보고서의 색깔이나 종이 질 등을 결정하기 위해 회의를 한다"고 비판했다.
***"여연 독립? 당에서 돈 받지 않으면 가능"**
그는 또 당이 지원받는 국고보조금 30%가 여연에 들어가는 사실을 들어 "당에 돈이 많을 때는 모르겠지만, 후원금도 없는 지금같은 상황에서 이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당 입장에선 매우 중요하다"며 "여연이 당을 위해 꼭 필요한 일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재정 구조를 이유로 유 의원은 당내 소장파 의원들과 여연 연구원들이 주장하는 여연의 독립성 확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여연이 정말 독립하기 위해선 당에서 돈을 안 받겠다고 선언하고 떨어져 나가면 된다"며 "우리나라의 연구소는 돈을 지원하는 곳에 소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여연의 구조조정엔 중진급에 정치력이 있는 김기춘 의원이 적임자"라며 '보수 이미지'를 들어 반대하는 견해에 대해서도 "이미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구조조정 문제에만 신경을 썼다. 이 문제에 관한한 내 신념이 워낙 확고했다"고 박 대표에게도 본인이 강권했음을 밝혔다.
***여연, 당 대표 사조직화 논란 계속될 듯**
하지만 당 지도부의 이 같은 행보는 여연에 대한 당의 장악 시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회창 전총재 시절 여연이 사실상 대표의 사조직처럼 운영됐다는 비판이 무성했기 때문에, 이번에 박 대표가 또 다시 같은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유 의원도 이런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윤건영 전소장이 박 대표에게 주례보고를 할 때 박 대표는 본인이 아닌 공식 회의석상에서 보고하라고 했다"면서 "박 대표는 여연을 사조직으로 운영하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다만 대선 때가 되면 사무처가 바빠질테니 상대 후보의 10년간 발언을 뽑아 보는 등의 일은 할 수 있지 않나"고 선거 때의 여연 역할에 대해서는 여지를 열어 놨다.
***"한나라당은 웰빙당 맞다. 투사가 없다"**
유 의원은 당내 문제와 관련해 김문수 의원이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은 웰빙당'이라고 한 것을 거론하며 "한나라당은 웰빙당이 맞다"면서 "학자와 전문가들은 많이 있지만 싸울 줄 아는 투사가 없다"고 한나라당의 '야(野)성'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상임위인 정무위의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을 거론하며 "김 의원은 야전 능력이 있다"면서 농담조로 "한나라당에 모셔오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혁신위 등에서 주장하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 주장에 대해선 "지금은 전당대회 주장이 쏙 들어간 것 같다"며 "지자체장 공천을 앞두고 당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어렵지 않겠나"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서울시장에 대해 상대 당 후보에 따라 "외부에서 영입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고 언급했다. 그는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진대제 정통부 장관에 대해 "이 총리는 워낙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 이 총리보다 진 장관이 더 껄끄러운 상대"라며 "진 장관은 IT업계 CEO에 정통부 장관을 지낸 만큼 잘 포장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전여옥 대변인이 박 대표의 최측근, 박 대표의 복심 등으로 알려진 데 대해선 "전 대변인은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인데, 박 대표 수행을 많이 해서 그런지 좀 과도하게 알려져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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