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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브라질 룰라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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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브라질 룰라 대통령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66>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는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급격한 권력누수현상을 보이며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집권 노동당과 행정부 고위관리들의 광범위한 부정부패사례가 사실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브라질의 한 언론은 중앙우체국 고위관리가 룰라의 최고위층의 한 간부에게 두툼한 현찰봉투를 건네는 순간을 포착한 몰래 카메라 필름을 방영, 수석장관(한국의 국무총리 격) 조세 디르세우가 옷을 벗는 사태까지 겹쳐 브라질 여론이 들끓고 있다.

브라질 야당의원의 고발로 인해 불거진 이번 뇌물사건을 접한 룰라 대통령은 뇌물의혹을 전면 부인하고“절대로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며 해당 의원을 명예훼손죄로 하원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브라질의 한 언론사에 의해 이 뇌물사건이 사실로 밝혀지자 룰라 정부의 실세 중의 실세이자 오른팔 격인 디르세우 수석장관이 총대를 메고 지난주 자진 사임을 하게 된 것이다.

룰라 정부는 행정부 고위관료들과 국영기업체 고위층과의 뇌물사건 외에도 차기 시장선거에 야당이 협조를 한다면 거액의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기도 하다. 또한 집권여당인 노동당은 야당의원들에게 각종 입법활동에서 여당을 미는 조건으로 매달 세비 외에 비공식봉급(남미 의회와 행정부공무원들 사이에서 관행처럼 이어져온 뇌물)을 3만 헤알(1천2백만원 상당)씩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에서 말썽이 되고 있는 비공식봉급은 정부에 협조한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입각하지 못한 집권노동당간부와 원외당원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지급되었다는 폭로가 뒤따르고 있어 브라질의 뇌물파동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전망이며 룰라의 청렴성과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혔다.

룰라 행정부와 집권 노동당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이번 뇌물사건은 지난 16일 6선 의원이자 소수당인 브라질노동당 호베르투 제페르손 총재의 고발로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집권당인 노동당은 의원매수 의혹 폭로가 결정적인 증거 없이 이루어졌다며 제페르손 총재를 국회 윤리위에 재소를 했었다.

브라질 국회는 여당과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야당들이 합세하여 제페르손 총재를 의원 명예훼손죄를 물어 의원직 박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 공개된 뇌물을 건네주는 장면을 담은 몰래 카메라에는 “이 돈은 뒤탈이 없는 안전한 것이다. 왜냐하면 야당 중진의원인 제페르손의 묵인과 보호를 받기 때문”이라는 대화내용이 담겨있어 제페르손이 브라질국회내의 뇌물관련사건에 깊숙이 연관돼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따라서 제페르손 의원의 징계는 탄력이 붙은 상황이었다.

이에 위기를 느낀 제페르손 총재는 22일(현지시간) 하원 윤리위에 출석, “지금까지 밝혀진 룰라 정부내의 부정부패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정부투자기관과 관련업체, 그리고 정부의 고위공무원들이 담합하여 뇌물이 오간 각종 자료를 공개했다. 또한 입법위원들이 정부의 원안대로 법안통과를 해주는 조건으로 정부투자기관 간부들로부터 3만 헤알이 든 돈가방을 매달 받아 왔으며 자신도 이 가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또한 제페르손 총재는 브라질 국회의 오랜 관행인 야당 전세내기, 표 사오기 등의 사례들을 실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폭로를 하기도 해‘다 같이 먹었는데 나 혼자만 죽을 수 없다’는 물귀신작전을 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제페르손 의원은 30여년 가까지 내리 6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브라질의회의 오랜 관행에 협조해주는 대가로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그의 오랜 정치생명이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리더십부재가 부정부패 키워’**

이번에 터진 브라질의 뇌물파동은 오랫동안 물밑에서 암암리에 성행하다 최근에 공개적으로 불거져 나온 것뿐이며 역대 정권들이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했지만 뿌리깊고 복마전 같은 의회의 부조리를 근절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상처만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민출신인 룰라 대통령은 이번 뇌물사태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할지라도 행정부와 집권당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부정부패를 사전에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하여 즉각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가 이 지경으로 확대되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5월21일 필자의 ‘서방언론들이 본 룰라의 리더십’에서 이미 언급을 했지만 룰라 대통령은 내각과 집권여당인 노동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해 자신의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모양새라고 현지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리더십부재가 행정부내의 부정부패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브라질역사상 최대의 뇌물파동으로 불리는 이번 사태를 대하는 야권은 룰라를 직접 겨냥한 정치적인 공세보다는 노동당과 행정부 고위관료들을 향해 대폭적인 정계개편을 단행하라고 공격수위를 높이고 있는 양상이다.

브라질 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정치권의 일대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모르지만 결국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체념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해 정치권에 냉소적인 남미적인 기질을 나타내 보이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국회와 행정부내에 만연된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사법부에 전달했지만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마냥 세월만 보내는 남미 식의 정치권수사가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사진: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신임 딜마 루세프 수석장관에게 임명장을 준 후 축하를 해주고 있다. 오른쪽은 정부의 부정부패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조세 디르세우. 브라질 대통령궁.

브라질정치권에 뇌물사태의 폭풍을 일으킨 호베르투 제페르손 의원. 브라질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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