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에서 준비중인 '문화다양성 협약'에 대해 한국정부가 아직 공식적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문화다양성의 날을 맞이해 프랑스의 대표적 권위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주필이자 반 신자유주의 세계화 운동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논객인 이냐시오 라모네(62)가 한국을 방문했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이냐시오 라모네는 현재 파리7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고, 지정학과 국제전략에 있어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전문가다. <소리없는 프로파간다> <커뮤니케이션의 횡포> <제5권력> <21세기 전쟁> 등의 저서를 갖고 있기도 하다.
<프레시안>은 라모네씨를 초대해 23일 오후 본사 사무실에서 대담을 나눴다. 대담자로는 장행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나섰으며, 대담은 문화다양성과 시장개방,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언론의 편집권 독립과 소유지분, 세계화와 EU의 수정헌법등의 주제로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미국의 스크린·방송쿼터제 폐지 요구는 권력 남용"**
장행훈: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무역장벽으로 스크린쿼터뿐 아니라 방송 컨텐츠 쿼터제(국내 방송에 국내 제작된 가요 애니메이션, 영화를 일정비율 이상 포함할 것을 규정) 까지 규정하고, 이 제도의 폐지와 함께 KBS, MBC에 외국자본 참여까지 요구하고 있다. 방송시장 개방 압력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이냐시오 라모네: 이러한 미국 압력에 반대하는 것은 정당하고 당연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문화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시장에서 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이다. 한국시장에 미국 문화를 집어넣기 위한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자유로운 교류를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영화시장의 미국영화 점유율은 50% 이상이지만, 미국에서 한국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1%도 안된다. 미국이 지배적 위치를 가지고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문화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WTO 내에서 과연 문화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끝없는 논의를 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답은 나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에서 문화다양성협약을 추진함으로서 '문화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것을 분명히 하려는 중이다. 미국 움직임에 대한 반대는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더구나 한국의 저항운동은 한국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프랑스를 비롯한 12여개국이 적극적으로 같이 하고 있다. '문화적 예외'야말로 대의이고, 프랑스는 이 이슈를 전 세계화 시키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장행훈 : 스크린쿼터는 GATT 4조에서 인정하고, GATT 시스템을 이어받은 WTO도 인정하고 있는 제도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수년 동안 한미 BIT가 체결되기 위해서는 스크린쿼터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정부를 압박해왔다. 한국의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가 축소 또는 폐지되면 지난 10여 년 동안 투쟁하며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진다고 말하며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라모네 : 스크린 쿼터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여러 번 도입한 제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폐지하는 경향이 일게 됐고, 스크린 쿼터를 완전히 폐지한 나라는 현재 영화산업이 붕괴했다. 프랑스는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압력으로 스크린쿼터를 없앴으나, 대신 다양한 방법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입장권 살 때마다 몇 퍼센트 액수가 국가주관 영화진흥기금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영화산업기금을 만든다. 이게 좋은 이유는 미국영화를 보러 가더라도 프랑스 영화산업계를 돕기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책 외에 티비 상영 쿼터가 있다. 40% 쿼터제로 프랑스 영화산업계를 촉진시키려는 방침이다.
상영관 지원도 있다. 멀티 플렉스만 하지 않도록, 배급 조치에서도 배려한다. 또, 토요일 저녁부터 12시까지 티비에서 장편영화를 상영할 수 없다. 극장에 가도록 유도키 위해서다. 영화를 상영한 지 1년이 지나야지만 티비 상영이 가능하다. DVD 출시도 마찬가지다. 극장에서 충분히 영화가 상영되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같은 영화 지원책이 없으면, 자국영화가 미국의 마케팅 공세로 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렇게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문화적 예외' 지키기 위해 좌우파 힘 합쳐"**
장행훈 : EU헌법에 문화다양성 부문을 명문화하고, 통상 협상에서 시청각 분야에서 상대국의 개방을 요구하지 않을 것을 밝히고 있다. 또한 한 나라가 이 조항을 예외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EU 내 모든 나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가 이에 대해 가장 강력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과거부터 프랑스는 문화를 중시하고 문화다양성에 대해 진보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데 그렇게 된 역사적 맥락이나 배경이 궁금하다.
라모네 : 프랑스는 문화적 예외와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EU 자체가 신자유주의적인 경향으로 나가고 있는데, 이에 반대했던 게 프랑스다. '문화적 예외'란 일반 통상 규정에서의 예외다. 문화는 한 국가와 사회의 정체성을 담고 있고 역사와 전통이 결집돼있기 때문에 다른 상품과는 차별화되야 한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프랑스와 불어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계속 있어왔다. 자유주의적인 경향 속에서 이 움직임이 프랑스 지식인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정치적 경향이 좌파이건, 우파(드골주의적)이건 상관없이 문화적 예외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이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브뤼셀(EU)에서는 프랑스의 예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브뤼셀은 미국과 비슷하다. 이런 상황의 타개를 위해 EU 내 프랑스의 정치력을 이용했고, 프랑스의 문화예술인들을 내세웠다. 그들은 누구보다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식인, 예술인,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문제가 됐다.
***"국제정치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국에 관심 없을 수 없어"**
장행훈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5월호에 한국-일본 역사문제 다루셨던데, 한국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됐나?
라모네 : 우선 국제정치에 관심 가진 사람이라면 2차대전 후 참혹했던 한국전쟁을 생각할 때, 한국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 그 전쟁은 UN이 결정한 전쟁이기 때문에 특별하기도 하다. 독일과 베트남도 분리됐긴 했지만 통일 됐고, 한국이 현재 유일한 분단 국가로 알고 있다. 물론 중국과 타이완도 있지만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본다. 한국은 한국전 겪었고 냉전 속에서 동포끼리 다른 세계에서 대치하며 살고 있고, 동시에 많은 수의 미군이 남한에 주둔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관심의 요인이 됐다.
두 번째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다. 일본은 20세기 초에 제국주의로 인근 국가를 침범했는데, 잔인하고 힘들게 통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최근에 와서 일본사회가 조금씩 전쟁 범죄를 인식하고 있다고 하지만, 예를 들어 독일이 사죄한 것을 보면 비교가 안 된다. 독일은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도 있었고, 전범 중 일부는 실제로 형을 살았다. 또 독일은 국가 차원에서 전쟁범죄와 유태인 학살을 인정했지만, 일본은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 일부 지식인과 시민들이 식민지 시대와 전쟁에 대해 사죄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전혀 없기 때문에 한국이 만족 못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장행훈 : 현재 북핵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동북아 평화와 직결됐다고도 하는데, 이 문제의 돌파구 없이 북한-미국이 현재 '말 전쟁' 하면서 계속 끌고 있다. 라모네씨는 국제 전문로서, 북핵 문제가 해결될 전망 있다고 보나?
***"부시 행정부가 좀더 합리적이었다면, 북핵 문제 달라졌을 것"**
라모네 : 우선 북핵 관련해서 유럽에서 특히 그러는데, 미디어에서 너무 과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은 저는 미국의 공격적 입장 때문에 이 문제가 불거졌다고 본다. 부시행정부가 애초부터 특히 2001년부터 너무 공격적이었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말하고, 부시 보좌진에서 '우리는 베를린장벽, 걸프전에서도 이겼다'며 전쟁을 부추기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북한이 다른 태도를 보여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클린턴 말기만 해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평화적 분위기였고, 실제로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부시 정부 들어와서 달라졌다. 클린턴 정부는 한국의 지향과 똑같았다고 본다. 과연 누가 이 지역에 전쟁 일어나길 원하냐고 물어보면 한국 소련 중국 일본 그 누구도 이 지역에 분쟁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5년전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었고, 지금은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 보유를 밝혔기 때문에 상황은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부시행정부가 좀 더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태도를 취했다면, 특히 한국의 입장을 많이 듣고 공조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장행훈: 노무현 정부의 미국과의 관계는 그 전의 다른 한국 정부와 좀 다르다. 좀더 독자적 태도를 취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한국 내 보수파가 '한미동맹과 한반도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비판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라모네씨가 보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좀 더 독자적인 대미정책이 어떻다고 보나?
***"한국의 대미 독자노선 추구, 당연"**
라모네: 독자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한국을 위해서도 긍정적 변화라고 본다. 물론 한국에 있어 미국의 위치가 중요하지만, 자국의 이해를 위해 독자적인 정책을 취하는 게 더 중요하다. 독일의 예를 들자면, 외교 면에 있어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왔지만, 안보리 비상임국가로서 처음으로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다. 다시 말해서 자국 이해에 따라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제 3자로서 보면 당연히 한국은 북한과 어떤 분쟁도 원치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한국은 분명히 통일 지향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를 봐도 한국에서는 점진적인 통일이 필요하다. 북한이 당장 내일 망한다면 남북 어디에도 도움이 안된다. 독일이 통일된 지 15년 됐는데도 아직도 동독은 힘들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점진적인 통일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한국측의 독자적인 외교는 당연하다.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동맹만을 고수해서는 안된다.
장행훈 : 오늘 오전에 민노당, 방금은 매일노동뉴스등 한국의 진보세력을 만나고 오셨다. 한국으로 봐서는 5년전, 10년전만 생각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사회 변화다. 지금 민노당등 소위 좌파가 일단은 일부라도 국회에 참여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한국의 진보세력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똑같진 않지만 1981년 미테랑 정권 등장한 후 프랑스의 보수-진보 충돌 있었듯이, 한국도 특히 노무현 정부 들어선 이후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일종의 대결상태 있다. 혹시 한국 오기 전후에 일종의 한국의 이념 대결을 느끼셨는지, 느꼈다면 어떻게 보나?
라모네: 이념적 갈등은 다른 사회와 역사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스페인 정권도 독재에서 민주주의 전이 과정이 2, 3년 걸렸다. 새 헌법 만들고, 새로운 세력들이 처음 등장하는 과정에서는 큰소리를 못내다가 조금씩 소리를 낸 것이다. 81년 사회당이 집권한 것도 큰 사건이다. 왜냐하면 프랑스 좌파세력은 30년동안 야당으로 있었고, 철저하게 소외돼왔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한국에서는 민주주의가 정착돼가는 징후를 발견한다. 우선 새로운 노무현 대통령이 선출되고, 민노당의 원내 진출이 민주주의 정착의 외적인 표시다. 냉전시대나 혹은 독재시대 때 웅크려들었던 세력들이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개혁정부-보수언론 대립, 흔히 볼수 있는 구도"**
장행훈: 사회세력의 변화 관련해 언론 문제를 묻겠다. 소위 좌파 세력 집권 후 보수 언론들의 공격이 심하고 정부-언론의 대립 또한 상당하다. 프랑스에서도 보수신문이 강했지만, 한국은 더 강하다. 흔히 조중동 3대 신문의 시장점유율은 75% 이상이다. 프랑스에서는 르몽드, 리베라시옹등 진보 신문의 영향력이 세지만, 한국은 한겨레, 경향등이 있지만 힘이 미약하다. 최근 한국 정부는 편집권 독립을 위한 편집위원회 규정, 열악한 재정을 지닌 언론에 대한 지원등을 규정한 신문법을 마련했는데, 보수언론은 '이는 국가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개입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
라모네 : 흔히 볼 수 있는 대결구도다. 베네수엘라가 그 예를 가장 심각하게 보여줬다. 너무나 부패된 두 정당이 국민들에 의한 샤베스 정권으로 교체돼 민주적 정권이 시작됐지만, 막상 개혁하려고하니 굉장한 반대가 있었다. 3대 신문 전부와 8개 방송 중 7개 방송이 정부 반대 기사를 계속 쓰고 오보, 정보조작등 여론몰이를 했다. 샤베스 대통령이 역시 허위, 음해성 보도를 규제하는 언론법 만들려고 하고 있고, 물론 이에 기존 언론들은 반대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역시 ' 베네수엘라 법은 과거로의 역행'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적인 정부가 개혁하려면 한국도 이러한 법안이 필요하다. <제 5권력>에서도 썼지만, 미디어가 이미 거대한 권력이 되어 자신의 권력을 제대로 행사 못할 때, 시민들이 제5권력이 돼서 이를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소유 지분의 24%는 기자가, 25%는 독자클럽이 소유"**
장행훈 : 한국의 언론법은 통과됐지만, 막상 시행령이 통과 안 되서 현재 논란 중이다. 정부 법안은 유럽에서는 다 가지고 있는 편집권 독립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 동수 편집 위원회를 만들라는 것이고, 보수 언론들을 이가 언론 자유의 제한이라는 거다. 처음에는 사주 소유 지분을 제한하는 급진적인 법안이 나왔는데, 극심한 보수언론들의 저항과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노르웨이는 40%로 제한하고 있는데, 소유권 제한이 언론 자유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보나?
라모네 : 편집위원회등은 자본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위해 제도적으로도 보장되야 하고 당연히 필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몇 가지 법안이 기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언론회사가 매각됐을 때, 기자들은 소유구조가 바뀌면서 노동환경의 변화로 똑같이 일할 수 없다면 퇴직금등 온갖 배상을 받고 퇴사할 권리가 있다. 편집진이 바뀌어 논조와 편집이 바뀌면 '양심조항'이라 하여, 이를 따르지 않고 떠날 수 있는데 이 역시 퇴직금등 회사가 다 보상해줘야 한다. 최근 다쏘(Dassault) 그룹에서 <르 피가로>지를 인수했는데, 1백20명의 기자들이 떠나겠다고 하고 있다. 이를 다 보상해주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겠지만 해줘야 한다.
<르몽드>의 경우 기자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도 기자들이 전체주식의 24%를, 독자클럽이 지분의 25%를 가지고 있다. 기자들이 봉급생활자인 동시에 주주이며, 독자도 단순히 읽는 사람이 아니라 주주의 권한을 가지고 독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언론의 소유지분 관련 상황이나 정책은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원칙은 언론의 소유가 집중돼 독점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소유가 집중될수록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이 커지기 때문에 마치 미국의 19세기 말 언론의 상황을 퓰리처와 허스트가 두 사람이 좌지우지했던 것 같은 악영향을 언론에 미친다.
***"프랑스 EU수정헌법 '반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의미"**
장행훈 : 현재 세계화와 시장원리가 마치 하나의 성경처럼 되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한국은 시장에 반대되는 말을 하면 큰 역적처럼 될 정도로 시장주의 세계화의 힘이 굉장히 크다. 이런 상황에서 라모네씨등의 주장과 운동이 성공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고 보나?
라모네 : 우선 저는 세계화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조금씩 이기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는 문제가 있다고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논리는 근사하다. 그러나 세계화가 낳은 현실은 전혀 다르다. 그들은 시장과 자유교육,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주장한다. 주로 마피아 영화에서 많이 보는 건데, 샴페인 잔을 산처럼 쌓아서 위에서 술을 따르면 그 술이 조금씩 밑으로 내려오듯이, 조금만 기다리면 그 세계화의 혜택이 모두에게 갈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세계화의 현실을 보면 밑의 술잔엔 아직도 술이 채워지지 않았다.
이유는 첫번째 잔은 결코 완전히 채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제3세계 국가에서 저개발 상태를 벗어난 나라는 한국과 대만, 두 나라다. 공교롭게 냉전체제 내에서 정치적 요인에 의해서 저개발 상태를 벗어난 것이다. 나머지는 그대로 허덕이고 있다. 세계화를 그대로 도입했던 아르헨티나는 그 자체로 재앙이었다. 대안 세계화의 필요성은 북미 남미 인도 아시아등 모든 지역에 퍼져가고 있으며. 점점 더 깊이 인식되고 있다. 세계화에 대한 반대 움직임은 이번 29일에 있을 EU 수정헌법에 대한 프랑스의 국민투표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장행훈 : 29일날 있을 EU 수정 헌법 국민투표에서 라모네씨말대로 현재 경향대로라면 프랑스에서 '반대 입장'이 이길 것 같다. 프랑스가 'No' 했을 때, EU 전체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두 번째 질문은 공교롭게 지금 프랑스 사회당이 이 투표를 두고 둘로 갈라졌다. 이것이 프랑스 진보세력의 분열을 가져오게 되는데, 투표 때문에 생긴 이 분열이 투표가 끝나면 치유가 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프랑스 외의 유럽 진보세력 분열의 시발점이 될 것인지, 어떻게 전망하는가?
***"프랑스에서 'EU수정헌법' 부결되면, 모든 사회세력의 분리 시작될 것"**
라모네 : 이번 프랑스 국민 투표에서 EU 수정 헌법이 부결되는 것은 일종의 커다란 '문화적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투표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유럽연합 논의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EU를 주도했던 나라로서 프랑스의 '반대'는 지난 40년간의 EU 논의를 중단하는 의미를 가진다. 더군다나 프랑스만 반대하는 것 아니다. 물론 프랑스에서 부결된다고 유럽연합에 심각한 영향이 오지는 않겠지만, 다만 새로운 논의의 장이 생길 수 있다. 몇 십 년간 유럽연합을 이끈 것은 엘리트 관료였고, 그들은 진정한 국민들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만약 프랑스에서 부결된다면, 이 거부의 의미는 지금까지 있었던 엘리트 중심의 유럽연합에 대해 반대하는 사회움직임의 표시다. 동시에 기술관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해왔던 '신자유주의적 EU'에 대해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반대움직임의 승리이자,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에 대한 유럽의 승리다. 지금까지 유럽연합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던 엘리뜨와 기술관료들에게 좋은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실제로 거부한다면 모든 사회 세력이 분리되기 시작하고 우파 정당도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우선 사회당은 분리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사회당 지도부는 당원들이나 사회당에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과 완전히 분리돼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회당 지도부는 이들의 기저를 이뤄주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다. 이는 사회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사민주의 유럽정당이 국민들의 생각과 달리 신자유주의적인 노선을 따라가고 있다.
유럽연합의 통합이 지연되면 결국 미국 좋은 일 아닌가라고 하는데, 현재의 수정헌법이 통과된다면 진정으로 미국의 동맹국이 된다. 헌법내용이 경제적으로 미국의 노선인 신자유주의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고, 군사적으로도 현 나토 체제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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