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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 '박비어천가' 부르다 목 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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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 '박비어천가' 부르다 목 쉴라

[김주언의 '언터처블'] 앞다퉈 충성 경쟁, "박근혜는 이미 대통령?"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수언론의 '박비어천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이미 대통령이나 다름없는 예우(?)를 받고 있다고나 할까.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실질적으론 '박근혜 추대'로 비판받듯이 보수언론의 대선보도는 '박근혜 찬양'으로 흘러가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대선후보들에 대해서는 야박하기 그지없다. 교묘한 편집이나 비틀기를 통해 그들을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겉으로는 엄정중립을 지킨다고 선언했으나 속으로는 박 의원을 띄우고 야권후보들은 흠집 내는 보도행태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보수언론의 '박근혜 충성경쟁'은 공식출마 선언 기사에서 잘 드러난다. 보수신문들은 박 의원이 대선출정식에서 언급한 '경제민주화 의지'를 홍보하는 기사를 눈에 띄게 보도했다. 경제민주화 의지의 실현 가능성 등을 검증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경제민주화 정책과의 비교도 나열식 언급에 그쳤다. 지난 대선 때 공약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에서 180도 전환한 데 대한 추궁도 없었다. 보수언론의 기사들만 보면 박근혜는 '경제민주화의 기수'일 뿐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11일 "기업책임 다하게 단호히 법 집행"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박 의원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강조했다. "'줄푸세·성장'서 180도 전향…재벌개혁과 따뜻한 시장경제로"라는 해설 기사 부제 "국정운영 패러다임은 '국가에서 국민으로'", "정당한 기업활동은 보장 급진적 정책과는 선 그어'" 등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다른 신문들도 유사하다.

다만,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검증의 잣대를 들이댔을 뿐이다. 11일 <경향>은 "박근혜, 경제민주화에 초점… '국가'에서 '국민의 삶'으로 기조 바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구체적 실천내용 없고 복지·일자리는 재탕"이라고 지적했으며, 같은 날 <한겨레>는 "'박근혜식' 신규 순환출자 규제로는 거대재벌 견제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박근혜의 화장발에 속지 말자'는 비판여론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동아일보>는 박근혜 의원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묘사한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최대한 부정적' 기사를 내보냈다.

박근혜 대선출마와 관련해 11일 <동아> 1면 기사 제목은 "큰 기업일수록 단호한 법 집행"이다. "아버지의 국가주의를 넘어…"국민 한명 한명 행복한 시대로""라는 제목도 눈에 띈다. 박근혜 대선캠프의 기관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반면, 문재인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부정적 내용을 담았다. "지지율 상승세 속에도 '대세론' 못타는 문재인…왜"라는 제목의 기사 부제는 "친노의 기획상품"…'노무현 vs 박근혜 프레임'서 못 벗어나"와 "리더십에 불안감…낙동강 전투 패배로 대선승리 확신 못줘"이다. 제목만 보아도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동아>는 9일에도 박근혜 의원의 캐치프레이즈를 지극정성으로 포장했다. "5년 전 '나를 따르라' 식에서 국민 꿈 실현 도우미 나서"라는 제목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기사 내용도 이렇다. "2007년 경선 당시 내건 '5년 안에 선진국!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은 지도자의 비전을 일방적으로 던지는 듯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엔 주어를 국민으로 돌렸다. '나를 따르라' 식이 아닌 '꿈 실현 도우미'로서의 리더십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일방적 홍보이다.

박근혜 의원에 대한 예우는 이미 상식을 벗어났다. 지난 10일 밤 10시 YTN <뉴스 나이트>에 출연한 기자는 박 의원의 말을 '말씀'으로 추켜세웠다. 평상시 보도에는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하더라도 '말씀'이란 높임말을 쓰지 않는다.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에는 찜찜하기만 하다. 부지불식 간에 나온 말이라고 하더라도 평소 박 의원을 대하는 기자의 저자세가 느껴진다.

▲ 지난 10일 <연합뉴스> 기사 ⓒ연합뉴스

<연합뉴스>의 도를 넘은 '박근혜 찬양'은 노조의 표적이 됐다. <연합뉴스>는 이날 박근혜 의원 출정식에 맞춰 '박근혜는 누구인가'에서부터 '드레스 코드'까지 20개 이상의 박 의원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다른 기사들도 비슷하지만, 프로필을 다룬 "사상 첫 여성대통령 노리는 박근혜 누구인가"는 지극히 편향적이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내세우는 언론보도라기보다는 박 의원 홍보 전단지라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조선 시대 선왕들의 업적을 찬양한 '용비어천가'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사 분량도 대선출마를 선언한 다른 후보들에 비해 2배 이상이 넘는다.

"육영재단 이사장, 영남대학교 이사장,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내면서 선친의 업적과 역사적 정당성을 외롭게 주장했다", "정치적 혹한을 맞은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소극적 지원의 의미로 정치적 '칩거'를 선택했다", "정치적 언행을 최대한 자제한 침묵의 행보", "세종시 원안고수는 그를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하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각인시켰다" 등 그동안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부분이 모두 박 의원의 장점으로 둔갑했다. 아마도 박근혜 대선캠프의 홍보요원도 혀를 내둘렀을지 모르겠다.

이 기사의 백미는 다음 부분이다.

"애국심, 철저한 안보관, 국가·국민에 대한 사랑은 그가 가진 덕목으로 꼽힌다. 부정부패와 불법에 단호하고, 한번 옳다고 결단한 것을 번복하지 않은 결연함도 그의 장점들로 언급된다."

동생 박지만 씨의 삼화저축은행 비리연루 의혹에 대해 "본인이 아니라고 밝혔으니 그것으로 끝난 것"이란 박 의원의 말과 대비된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도 낯이 뜨거웠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처럼 찬양일변도의 기사를 자기 이름을 내걸고 버젓이 내보낼 수 있는 기자가 몇 명이나 될까.

103일간의 파업 끝에 '보도 공정성 제고'에 대한 노사합의로 업무에 복귀한 연합뉴스 노조는 "기사 꼭지 수와 분량만 봐도 단순히 유력 후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보기에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특히 프로필 기사는 회사 안팎에서 강한 비판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너나없이 '독재자의 딸'을 제목으로 뽑은 외신은 한 줄도 다루지 않았다"며 "연합뉴스 기사를 보고 '박근혜는 이미 대통령인가'라고 묻는 독자들의 지적에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구성원들의 반응도 "참담하고 분통이 터진다"로 요약된다. "기자가 아니라 타이피스트다", "103일간의 공정보도 외침이 무색한 기사다" 연합뉴스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의 일부이다.

보수언론의 야권 후보들에 대한 견제도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의도성 기사가 지난 2일 <동아일보>에 실렸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에 개입한 듯한 정황을 강조하는 기사가 그것이다. 문 고문이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금융감독원의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완화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금감원 국장에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해설 기사에는 문 고문과 저축은행의 관계도표까지 그려 넣었다. <문화일보>도 같은 날 "대선주자 문재인의 저축은행 비리 비호 논란" 사설을 통해 거들었다.

문 고문은 이에 대해 "검찰로부터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어떤 혐의를 받거나 수사·내사받은 사실이 없다"며 "<동아일보>가 이렇게까지 망가졌는지 안타깝다. 참으로 대단한 왜곡능력"이라고 비난했다. 문 고문이 낸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하여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실을 문 고문이 청탁 전화를 한 혐의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처럼 왜곡했다는 것이다. 문 고문 측은 <동아일보>에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문 고문은 자신의 트위터에 "<동아일보>에게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특정정당 특정후보 도우미 역할 하지 말고 공정한 언론 역할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이러한 보수언론의 '박근혜 띄우기'와 '야권후보 흠집 내기' 편파·왜곡 보도는 대선이 가까워져 올수록 더욱 극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역대 대선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특정후보 편들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언론사들은 대선과정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지 않는다. 선거법에 특정후보 지지가 보장되더라도 지지를 표명할 언론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외적으론 공정성과 객관성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대선보도를 보더라고 '박근혜 편향성'은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독자들도 이미 간파하고 있다.

이를 제지하기 위해선 시민사회에서 꼼꼼하게 모니터하고 문제를 제기하여 사회여론을 환기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언론노조와 시민언론단체, 언론학계 등이 중심이 되어 왜곡·편파보도를 감시해야 한다. 언론의 공정한 대선보도만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공고히 하는 길이 될 것이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구호가 실감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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