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8일 한 자리에 모였다. 강재섭 원내대표의 초청으로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저녁 만찬을 겸한 시도지사 간담회가 열린 것. 대권주자들간의 회동으로 관심을 모은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맥주와 소주를 섞은 폭탄주를 마시며 '당의 단합'과 '4월 재보선 승리'를 강조했지만, 웃으며 즐긴 농담 속엔 자리의 주도를 위한 묘한 신경전도 감돌았다.
***이명박 "박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선거에서 이긴다"**
대권 주자들 간의 모임이라는 것을 의식한 듯, 이날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화합'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시도지사장들은 당의 기둥이자 핵심"이라며 "가볍게 얘기를 나누는 자리지만, 당이 어떻게 하면 발전하고 정도를 걸을 수 있을 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가 그동안의 잘못을 지적하고 반성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실천하는 해"라며 "백 마디 말보다 한번이라도 실천하고, 불우한 이웃을 직접 찾아가 주민을 만나 어려움과 고충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시도지사장들과 한 자리에 모이기가 정말 어렵다"며 "작년에는 자주 모이지 못했는데, 올해에는 자주 모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시장도 "박 대표 중심으로 당이 똘똘 뭉쳐야 한다"며 "우리 자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고 당 안팎으로 단합해야 모든 점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이 시장은 "말만 하는 정권에 대해서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이 대동단결해 국민들의 어려움, 고통을 덜어주자"고 덧붙였다.
손 지사도 "박 대표가 어려운 가운데서 당을 잘 이끌어 줘서 당이 부드럽고 의원들이 화합을 잘하고 있다"며, 박 대표의 이날 국회 연설에 대해서도 "오늘 원내연설도 아주 좋았다"고 박 대표를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손 지사는 참석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금기' 사항이던 행정수도 후속대책 문제를 거론, "행정도시특별법과 관련해 경기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큰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서도 "원래 기관들이 만들어진 취지와 효율성을 잘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박 "이 시장, 주목받으려고 늦게 오나", 이 "근처에 있었는데 늦었다"**
이날 모임엔 이른바 '빅3'가운데선 손 지사가 가장 먼저 도착해 정시에 도착한 박 대표를 맞았다.
강원도 양양 지역 산불을 화제로 삼아 박 대표는 "지역에 재난이 있으면 정부가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집이 다 날라 갔는데 새로 집을 지으려면 40%만 지원을 해주고 60%는 융자를 받아야 되더라"며 "융자를 해준다고 해도 어디서 빚을 내냐. 어떻게 보시냐"고 물었다. 이에 손 지사는 "정부에서 항상 걸리는 문제"라며 "정부에선 다 보상을 해주려 하는데 (보상) 기준에 안 들어간다"고 정부측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예정된 만찬 시간인 오후 7시가 넘어서도 이 시장이 오지 않자, 박 대표는 "늦게 오면 주목을 받는데, 박수를 받으려고 늦게 오나"라며 농담을 했고, 강 원내대표가 "제일 가까이 있는 분이 제일 늦는다"고 말했다.
이 시장이 도착하자 박 대표는 "서울에 있으면서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었고, 이 시장은 "이 부근에 있었는데도 늦었다"고 미안해했다. 이 시장은 늦게 온 탓인지, "오늘 밥은 내가 산다"며 "내가 사니 내가 술을 돌리겠다"고 자리를 주도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시장도 참석하자 강 원내대표가 "4.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라고 모임을 주최한 취지를 설명하며 "오늘은 골치 아픈 얘기는 때려치우자"고 말하자, 이 시장은 "언제 골치 아팠나"고 응수했다.
또 손 지사가 "지자체장은 선거에 관여를 못한다"고 말하자 박 대표는 "시도지사장들은 핵심 당원인데 선거 때 아닌 척 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인사말을 끝내고 건배를 하자 김무성 사무총장이 "'위하여'는 크게 해야 한다"고 다시 건배를 할 것을 제의했지만 박 대표는 "소리만 크다고 좋은 것 아니다"고 응수, 김 총장이 "안 먹히네"라며 머쓱해하기도 했다.
이날 박 대표는 소주 폭탄주를 직접 '제조'하며 시도지사장들에게 폭탄주를 돌렸고, 박 대표도 4잔 정도를 마셨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이후 박 대표에게 돌아오는 폭탄주는 안상수 인천시장 등의 '흑기사'가 대신 마셔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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