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연일 철도공사의 유전개발 사업 의혹, 이른바 '오일게이트'의 철저 수사를 촉구하며 관련 정황 증거를 공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촉구하면서 대정부질문과 관련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철저히 추궁해 4.30재보궐 선거까지 정치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이나,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은 "관계자들이 나를 사칭한 흔적이 드러난 미공개 증거 자료를 더 갖고 있다"며 연일 무고함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 "과거의 권력형 비리와 유사한 상황 전개"**
강재섭 원내대표는 8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오일게이트를 철저히 수사하자고 하는 이유는 첫번째로 이 문제가 권력형 비리가 아닌가 하는 것 때문이고, 두번째로는 국민 혈세를 쓰는 국가기관의 모랄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동단계에서 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이번 사건의 4대의혹으로 ▲철도공사가 다른 부처(석유공사)에서도 하지 않은 사업을 관련 부처의 사정도 모르고 추진한 점 ▲담보 없이 막대한 자금이 대출된 사실 ▲64억원의 계약금 등 자금흐름에 관한 문제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업에 대한 권력 실세의 개입 의혹을 지적하며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여당 실세의 개입설이 나돌고, 사건의 핵심관계자가 출국하는 것을 보면 과거의 권력형 비리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맹 의장은 감사원의 조사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관련 실세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이 의원을) 직접 조사한번 안하고 개입 가능성을 부인하며 결론을 내렸다는 것은 감사원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태조사단 단장인 권영세 의원은 철도청이 철도교통진흥재단과 우리은행에 '러시아 유전 사업의 협조'를 당부한 확약서를 공개하며 "이 사건은 철도공사 말단 직원들이 단순히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 철도청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강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대정부질문"이라며 "오일게이트를 비롯한 큰 틀에서 현 정권의 실정과 부패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4.30 보궐선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이 정권의 실상을 낱낱이 알리기 위해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매우 강하게 해야 된다. 현 정권의 실정과 부패, 무능이 얼마나 있었는지 강력히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나를 사칭했다는 미공개 증거 자료가 더 있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공세에 이광재 의원은 "나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줄 수 있는 미공개 자료가 더 있다"고 거듭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야당이 근거없는 공세와 의혹 부풀리기를 계속하면서 정치투쟁화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내가 분명히 한번 더 짚을 수 있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며 "증거자료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증거자료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내가 관여하지 않았고, 나를 사칭한 흔적이 드러나는 자료"라며 "수사가 본격화되면 자료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만약에 이 사업에 대해 확신이 있었다면 산하기관인 석유공사에 부탁을 했을 것"이라며 "내가 외압을 행사했다면 현지에서는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형사조치가 될 가능성도 있었을 텐데 나에게 각종 협박을 했다거나 하는 과정이 없었다"고 거듭 자신과의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 의원은 "이 사건은 근처의 커다란 이권 때문에 출발해서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 같다"며 "철저한 진상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 "허문석이 친노직계 자문"에 의정연구센터 "명백한 허위 사실"**
한편 이광재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정연구센터는 이날 회의를 갖고 이른바 '오일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유전사업자 허문석씨가 의정연구센터 자문역을 해 왔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며 연루 의혹이 이 의원 개인을 넘어 친노직계 성격의 모임 전체로 번지는 것을 서둘러 차단했다.
조선일보는 7일 ▲지난해 7~9월 허씨가 센터 에너지정책 간담회에 자문역으로 참석했고 ▲이광재 의원이 노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의 소개를 받아 허씨를 데려왔으며 ▲센터는 러시아 유전사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소속 의원들이 러시아를 방문, 로스네프트사 간부를 만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의정연구센터 간사인 이화영 의원은 8일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작년 중순에 연구센터는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한 적이 없고 아직까지 그 누구도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바 없다"며 <조선일보> 보도를 부인했다.
이 의원은 "자체적으로 확인해 본 결과, 의정연구센터와 관계있는 그 누구도 해당 기자와 동 기사에 적시된 내용의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며 "보도를 한 기자는 자신이 인터뷰한 의정연구센터 관계자와 소속의원이 누구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의원은 "조선일보사와 해당 기자는 이같은 허위보도로 의정연구센터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의정연구센터는 우선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보도를 요청할 것이며 조선일보사와 해당기자를 허위보도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소 격앙된 이 의원은 "흔히 '조폭언론'이라고 하는데 조폭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공격한다. 누가 뭐 했더라는 '카더라'만 듣고 사람을 패는 것은 양아치"라며 조선일보를 향해 원색적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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