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의 방미를 마치고 22일 귀국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한미동맹이 한국에서 보는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육군 3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강조한 대목을 지적하며 "걱정된다. 미국은 더 이상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놀라길 원치 않는 분위기였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우리가 동북아 평화 선도자 역할 해야"**
노 대통령은 전날 "따질 것은 따지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북아의 세력판도는 변화될 것"이라며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이 '한ㆍ미ㆍ일 남방(南方) 3각동맹'의 한 축을 담당했던 동북아시아 질서는 냉전시대에 만들어졌던 것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그 틀에 갇혀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한미일 동맹 구도의 변화 가능성을 보도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도 23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큰 틀에서 보면 한ㆍ미 동맹이라는 기본 축이 있지만 과거와 달리 북방 3각과 남방 3각 구조가 아니다. 한ㆍ미 동맹이라는 기본 축이 있고, 오른쪽에 일본이 있으면 왼쪽으로 중국이 있는 한ㆍ일 협력과 한ㆍ중 협력, 이런 속에서 우리가 동북아에서 평화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고정된 구도에서 고정된 역할이 아니라 변화된 상황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변동기"라고 말했다.
***한나라 "외교도 포퓰리즘으로 가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에서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남방 3각동맹에 갇혀있을 수 없다는 말은 한미동맹에 구속받지 않겠다는 말인가"라며 "사실 미국에서도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자꾸 놀래기를 원치 않는 분위기였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발언에 대한 진위는 더 좀 파악해야겠지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과거처럼 단순한 말실수는 아닌 것 같다"며 "상당히 연구해서 한 발언 같은데, 그렇다면 상당히 우려된다"고 가세했다. 강 대표는 "한미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는 어떤 측면에선 더 강화해야 되는데, 남방 3각동맹의 틀을 벗어나겠다는 발언은 기존 한미동맹에 큰 우려를 주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외교도 파퓰리즘으로 가고 있다"며 "단순히 넘어갈 것이 아니고, 통외통위를 소집해서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목소리만으로 안보를 지킬 수는 없다"며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의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 돼야 힘을 받는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균형자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나"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동북아 세력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발언도 냉정하게 보면 한국의 안보적 정체성을 의심받게 하는 혼란스럽고 위험한 발언"이라며 "안보문제까지 파퓰리즘이 개입된다면. 두렵고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영선 "대원군 시대의 쇄국-파국 정치"**
외교적 매파로 분류되는 김영선 최고위원은 "대원군식 쇄국정치", "허무외교"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6자회담을 사실상 거부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는 "남방외교와 북방외교를 구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지도자로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현재는 세계경제 체제 속에서 각국의 나라가 생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시대인데, 대원군 시대의 쇄국, 파국정치로는 대한민국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6자회담을 추진하는데, 남방삼각 북방삼각으로 나누는 것은 6자회담을 거부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북한의 버티기를 도와주고 북핵을 용인하겠다는 반어법에 불과하다. 허무 개그처럼 허무 외교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렇다고 실제론 자주외교를 하느냐. 파병도 도독 놈 도망가듯 하고, 미군기지 이전 비용조차 삭감을 못하는 굴욕외교를 한다"며 "실제로 굴욕외교를 하면서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자신이 국가의 원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타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과 정부는 다시는 이런 말이 사석의 농담으로도 나와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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