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시사프로그램인 '시사투나잇'이 행정도시 특별법 통과에 반대하며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과 13일간 단식을 했던 전재희 의원에 대한 '누드패러디' 사진을 지난 15일 방송한 사실을 놓고 뒤늦게 한나라당이 KBS 정연주 사장의 사과를 촉구하며 정 사장을 항의방문하기로 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사투나잇 박세일-전재희 상반신 누드 패러디 방송**
지난 15일 시사투나잇의 '헤딩라인 뉴스' 코너에서 '시사 미술전'이란 제목으로 방영된 이 패러디는 "한나라 화단 박세일 화백의 '수도 상실'이란 작품을 보여준다"면서, 에덴동산에서 사과를 먹고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의 누드그림에 두 의원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 작품을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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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이 패러디를 보도하며 "행정도시특별법 통과에 반대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한나라 화단 박세일 화백의 '수도 상실'입니다. 국회에서 단식했던 전재희 의원과 박세일 화백 자신의 타는 속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그림을 본 전재희 의원 무척 감동하셨나 봅니다"라는 멘트를 함께 내보냈다.
이어 전 의원의 울먹이는 사진과 함께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 이 그림을 보니 심금을 울립니다"라는 자막도 내보냈다.
시사투나잇의 '헤딩라인 뉴스'는 '미디어 몹(www.mediamob.co.kr)'이라는 시사풍자 블로그 사이트에서 제작한 것을 방송하는 코너이다.
***한나라, 정연주 사장 항의방문, 전재희 "대꾸할 가치 없다"**
이같은 방송 내용이 18일 뒤늦게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한나라당은 정연주 사장의 사과와 법적 대응 등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강력반발하고 있다.
방송인 출신의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말 국민이 분노하고 경악할 만한 일"이라며 "공영방송이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법적 대응과 정연주 사장의 공식 사과, 관계자의 엄중 문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풍자를 넘어 음란한 내을용 가지고 정치세력을 비하시키는 이런 일이 과연 계속돼야 하겠나"며 "KBS내에 이러한 것을 걸러내는 여과시스템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김 총장은 "법적, 정치적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며 "한계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 못된 짓을 하는 공영방송사 사장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전재희 의원은 패러디 사진에 관한 내용을 보고 받고 "대꾸할 가치도 없고,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은 밝혔다. 이 측근은 "같이 맞대응을 하면 같은 부류로 취급받는 것 아니냐"며 "박세일 의원도 비슷한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소송 등을 할 생각은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 측근은 "정책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고 이런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파시즘"이라며 "제작진은 말할 것도 없고 KBS내에 컨센서스가 이뤄진 것 아닌가"라고 KBS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소송은 피해 당사자만이 걸 수 있어 당 차원에서 소송까지 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이정현 부대변인은 "지금 법률지원단에서 알아보고 있다"며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혀 추가 강경 조치를 예고했다.
***시사투나잇 "명화를 성적코드와 연결시키지 마라"**
한나라당의 강경 대응에 시사투나잇측에선 "패러디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생방송 시사투나잇 김현PD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패러디의 원작은 '낙원 상실'이라는 명화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콘셉트와 잘 맞아 사용한 것일 뿐"이라며 "명화를 성적 코드와 연결시키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시사투나잇의 다른 PD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좀 심했다는 생각도 하지만, 이전엔 노무현 대통령의 누드 패러디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며 "한나라당에서 과민 대응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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