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원희룡 의원이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극우 논객 지만원 소장과의 공개토론을 신청하고 나섰다. 원 의원은 "지 소장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접할 때마다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나의 억장이 무너진다"며 맹비난했다.
***"국민들에게 맞아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원 의원은 지 소장을 '선생님'으로 호칭하며 "선생님과 진중권씨의 CBS토론을 본 뒤 공개토론을 제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어제의 토론을 내심 기대했는데, 솔직히 말씀드려 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며 "토론에서 간간히 보여준 선생님의 짜증스런 반응에서 행여 선생님이 토론 상대를 격이 맞지 않는 상대로 생각한 탓에 토론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유추해 본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토론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 의원은 지만원 소장의 그 동안의 발언들을 지적하며 맹비난했다.
우선 원 의원은 지 소장의 한승조 교수 옹호발언에 대해 "강도를 만나 중환자실에서 입원해 있는 사람에게 가족 중 한 사람이 '연쇄살인마를 만나지 않았으니, 얼마나 축복이냐'고 말하면 어떤 일이 생길 것 같나"며 "어제는 이전과 달리 '한승조 교수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원 의원은 "백번을 양보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말을 해도 그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 것 같나. 당연히 그 철딱서니 없는 표현 하나만으로도 다른 가족으로부터 엄청난 질타와 항의의 욕설을 들을 것"이라며 "그 말을 듣고 있을 가족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테니 맞아 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고 비난했다.
원 의원은 "이와 똑같은 이치로 선생님과 한승조 교수님이 우리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항의와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 소장 말대로라면 난 양아치에 빨갱이?"**
원 의원은 이어 지 소장의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련한 망언을 맹비난했다.
지 소장은 2002년 모 일간지에 '광주사태는 소수의 좌익과 북한에서 파견한 특수부대원들이 순수한 군중들을 선동하여 일으킨 폭동이었다'는 광고를 내고 뒤 이어 한 인터뷰에선 '광주사태에 참여한 사람들은 70% 가량이 스무살 미만이고, 50%가 넘는 사람이 상업, 막노동꾼 이런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민주화를 했느냐. 광주사태는 양아치들의 축제였다"고 밝힌 바 있다.
원 의원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 '양아치들의 축제'에 매년 꽃을 바치며, 그 넋과 정신을 기리는 이런 나는 무엇이라 말하겠나. 선생님께서 보시기엔 나 역시 '양아치'라고 말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원 의원은 지 소장의 '386세대' 비난에 대해선 "나도 386세대"라며 "나는 수도이전, 호주제 폐지, 친일진상규명, 의문사 진상에 앞장서온 나를 북한의 지령을 받은 386주사파들 중의 하나라고 말할 것인가. 그동안 내가 한 일을 모두 북한의 지령을 받아 진행해 온 대남공작이라 할 것인가. 나를 '천하의 빨갱이'라 부를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원 의원은 "선생님께서도 아시다시피, 나는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원"이라며 "선생님은 '들쥐 떼'와 같은 한국 국민이라 했으니, 이런 나를 가리켜 '들쥐 떼'가 뽑아준 국회의원이라 말할 것인가"라고 지 소장의 국민 비하 발언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어 원 의원은 "어제 토론에서 상대방이 선생님을 가리켜 '임상의학적 대상'이라고 말하자, 선생님은 '이야기할 때 상대방 인격 존중하라! 왜 정신병자라고 하나'며 크게 화를 냈다"며 "선생님 표현을 빌리자면, 선생님의 발언으로 인해 '양아치'에 '빨갱이' 대우를 받아야 하는 내 인격은 어떻게 존중받을 수 있는지 그저 궁금하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당신의 말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사상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원 의원은 지 소장의 발언으로 '보수'가 싸잡아 욕을 먹는 것에 대해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원 의원은 "당신 스스로 '대한민국 대표 보수 논객'임을 자처하는 선생님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언들을 대할 때마다, 또 그 터무니없는 발언들이 마치 한국 보수의 가치와 사상인 듯 포장될 때마다, '젊은 보수,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나의 억장은 무너져 내린다"며 "보수의 사상과 가치를 이해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선생님의 이 같은 발언들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사상이 담긴 것이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토론을 통해 '과연 이 땅의 올바른 보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부디 이런 나의 청을 거절하지 말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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