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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서민의 '글 못읽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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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서민의 '글 못읽는 아이들'

서울교육청, 기초학력부진 학생 급증에도 예산 대폭 삭감

초·중등학교 현장에서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없애겠다고 공언했던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공정택)이 정작 이와 관련된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렇게 줄인 예산을 중1 진단평가와 초등학교 기초학력고사 등 일제고사 부활에 드는 비용으로 전용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빈부격차 심화로 서민층 자녀 '기초학력 부진' 현상 심화**

지난 7일 서울시 교육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3월말 현재 한글읽기나 쓰기, 덧-뺄셈 등을 거의 제대로 못하는, 이른바 서울지역 3∼6학년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은 1만4천42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18.4% 감소한 수치나, 첫 조사가 이뤄진 2001년의 6천5백30명보다는 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몇년새 기초학력 부진학생이 급증한 것은 2001년부터 장기내수불황이 심화되고 아파트투기 등으로 계층간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서민층 자녀들이 최우선 희생자가 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례로 지역교육청별 기초학습 부진학생 비율은 강남교육청(강남구·서초구)이 1.83%(5백57명)로 가장 적었던 반면, 동부교육청(동대문·중랑구)이 5.42%(1천6백99명)로 가장 많아 이를 입증했다.

따라서 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이들 기초학력 부진학생의 학력 정상화를 위해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지배적 지적이다.

***“부진아 지도 예산 줄여 일제고사 부활 예산으로 사용”**

그러나 서민층 자녀의 기초학력 부진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교육청은 도리어 종전의 기초학력 예산을 대폭 삭감해 비난이 일고 있다.

9일 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정진화)에 따르면, 2005년도 서울특별시 시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기초학력부진아특별지도 예산이 지난해보다 3억9천3백만원이 삭감된 2천3백만원만이 책정돼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교육청은 지난 1월 말 ‘서울학생 학력 신장 방안’을 발표하면서 △초등 3학년 수준의 읽기, 쓰기, 셈하기 능력에 도달하지 못한 기초학습 부진학생은 담임교사와 전담 강사를 이용, 학교에서 책임 지도해 ‘기초학습 부진학생 제로운동’을 벌이고 △이를 위해 기초학습 부진학생 지도비를 현실화하며 △중·고등학교는 교과 담임교사가 맞춤식 지도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교조는 이와 관련, “기초학력 부진아들의 경우 그동안 정규수업 시간에는 담임교사가, 방과 후에는 전담강사가 보충교육을 실시해 큰 효과를 거둬왔으나 이제는 관련 예산의 축소로 모든 책임을 담임교사가 떠맡게 됐다”며 “더군다나 시교육청은 이렇게 줄인 관련 예산을 일제고사 부활에 드는 비용으로 전용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올해 학력신장방안을 위한 중요 사업으로 중1진단평가에 3억4천만원을, 초등학력평가에 5천만원 등 모두 3억9천만원을 책정하고 있어, 부진아 지도비에서 삭감된 3억9천만원이 전액 일제고사 부활을 위한 예산으로 투입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교육예산 축소로 저소득층 자녀 또 타격 우려**

부진아 지도 예산의 축소는 지난해 전반적인 교육예산의 감소 속에 저소득층 자녀들의 지원예산이 크게 타격을 입었던 것과도 연결되면서 또다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기초학력 부진아의 경우 가정에서 학습환경을 지원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강북지역이 강남지역보다 월등히 많은 만큼, 강남·북간의 학력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시교육청이 관련 예산을 반드시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박혜성 교육선전국장은 “시교육청은 최근 일부 언론에 부진아 비율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이용해 학력신장방안의 정당성을 홍보하려고 있지만 평가 위주의 학력신장방안이 부진아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더군다나 부진아 지도예산은 강남·북의 학력격차를 좁히고,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를 위해서라도 원상회복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의 대오각성이 촉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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