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MBC 사장이 예상했던 대로 사장 취임 첫 내부 임원 인사에서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인사로 보직 본부장·국장의 연령이 기존보다 4~5년 정도 낮아지게 돼 50대 초·중반 간부들이 대거 취재·제작현장으로 돌아가게 됐다.
***‘개혁성향’ 인사들 본부장·국장에 임명**
최 사장은 28일 오후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승인을 받아 단행한 첫 임원 인사에서 기존 임원진을 전원 교체했으며, 국장급에는 MBC 내부적으로 개혁성향을 인정받고 있는 40대 연령층을 대거 발탁·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이날 주요 임원진 명단 발표를 통해 부사장에는 신종인(58) 현 울산MBC 사장을, 이사급인 보도본부장에는 정흥보(49) 현 기획국장, TV제작본부장에 사장공모추천 당시 경쟁 상대였던 고석만(57) 전 EBS 사장, 경영본부장에 남정채(52) 재무운영 부국장, 기술본부장에 이완기(51) 방송인프라국 부국장, 편성실장에 윤영관(50) 시사교양국 위원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라디오본부장에는 김중배 전 사장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정찬형(47) 부장이 거론되고 있다.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고 있는 엄기영 특임이사는 그동안 지방계열사 사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이번 인사에서 결국 유임 쪽으로 결론이 났다.
주요 국장급에는 △보도국장에 신용진(48) 해설위원 △보도제작국장 정일윤(51) 해설위원 △편성국장 유창영(50) 외주센터부장 △시사교양국장 최진용(47) 부장 △예능국장 김영희(45) 부장 △드라마국장 이은규(49) 부장 △홍보심의국장 정길화(46) 시사교양국 부장 △아나운서국장 손석희(49) 부장 △방송인프라국장 박영춘(49) 인력개발부장 등이 각각 유력시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경향은 MBC 내부 개혁세력의 전면적인 급부상이다. 이는 김중배 전 MBC 사장 시절에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도발적’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대부분 노조 집행간부 출신이거나 언론 현업단체 간부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MBC 한 관계자는 “절체절명의 개혁요구에 직면해 있고, 또 이러한 개혁의 완수를 약속했던 최 사장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저돌적으로 현 위기를 타개해 갈 인사들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임명됐거나 또는 임명될 예정인 인사들은 대개 김중배 전 사장 시절 중용돼 이미 MBC 개혁의 미래상을 그려봤던 인사들이어서 내부 마찰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개혁과제들을 풀어나가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MBC노조, 고 전 사장에 대해서는 “반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8일 성명을 내어 이번 인사에 대해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MBC본부는 “이번 인사는 최 사장이 공언했던 대로 연공서열의 파괴와 과감한 발탁을 뼈대로 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우리는 이러한 인사가 능력 본위, 일 중심의 조직을 만들어나가는 데 첫 단추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또 “노조는 최 사장이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도 많은 역량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한다”며 “지역MBC 사장 선임은 더 이상 본사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거나 본사의 본부장 인사에 뒤이은 위로와 시혜의 장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MBC본부는 고석만 전 EBS 사장의 TV제작본부장 임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내놨다. MBC본부는 “노조가 사장 공모 당시부터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반대했던 인사를 중용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 사장은 단지 제작 현장과 경영 일선을 오가며 보여줬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하나, MBC를 떠난 지 오래인 그가 과연 달라진 구성원들의 정서를 적절하게 수렴해나가면서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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