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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사장 “회사 위해 뭘 내놓을 건지 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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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문순 사장 “회사 위해 뭘 내놓을 건지 묻겠다”

취임사서 인력·조직개편 시사, “더이상 독과점 특권 없다”

최문순 MBC 사장이 예상했던 대로 취임사를 통해 강력한 인력.조직구조 개편 의지를 시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 사장은 “현재의 인력구조와 조직으로는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며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고통분담”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25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통 큰 단결’과 ‘내부혁신’을 주문했다.

최 사장은 먼저, “오늘 이 자리에 선 뒤에야 그동안 역대 사장들이 한 자리에서 이·취임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는 MBC가 얼마나 격변 속에서 진통의 역사를 걸어 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운을 뗐다.

최 사장은 이어 “(MBC 뿐만 아니라)우리 사회도 대립과 갈등의 패러다임에 지배돼 왔지만 이제 사회는 물론 방송 또한 다극 분할.다중 분할의 시대를 맞이하며 격변하고 있다”며 “제가 외람되게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도 이런 (급변하는)충격의 작은 여파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또, ‘관계의 역전’이라는 말을 빌어 △시청자는 더 이상 수용자가 아니라 공급자이고 △광고주 또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들고 찾아가야 하며 △사장.간부들 또한 더 이상 권력을 행사하고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정의 내렸다. 다시 말해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 기존의 특권의식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최 사장의 완곡한 표현이었다.

최 사장이 MBC 내부에 바라는 본격적인 ‘주문’은 취임사 끝 무렵에서 응축됐다.

최 사장은 “사장직에 응모하면서 내걸었던 10가지 개혁과제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풀어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며 “그 방법은 고통분담이고, (재임하는 동안)앞으로 임직원 전원에게 수시로 회사를 위해 뭘 내놓을 것인지를 묻겠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끝으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라도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며 “40년 넘게 가져온 과제들을 빨리 털어내고 MBC의 활력과 자신감을 회복하자”고 호소했다.

다음은 최문순 MBC 사장의 취임사 전문이다.

***<전환의 계곡에 서서>**

먼저 오늘 이 자리를 빛내 주신 이상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님, 김민식 사우회장님, 그리고 이긍희 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상희 이사장님은 학계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언론개혁이라는 화두를 던지신 분입니다. 존경받는 언론학자로 외부의 정치 경제적 압력으로부터 MBC의 경영권을 지켜내기 위해 큰 바람막이가 돼주고 계십니다.

김민식 사우 회장님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MBC를 여기까지 이끌어 오신 선배님들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 선배님들의 노고에 뒤늦게나마 감사드리고 그 영광을 이어 오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이긍희 사장님은 지난 2년 동안 MBC를 이끌어 오시면서 대장금을 비롯한 탁월한 프로그램과 경영 업적을 남기신 분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노심초사해 오신 그동안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면서 그동안 역대 사장들께서 한 자리에서 이·취임식을 하지 않고 이임식과 취임식을 따로 치러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우리 MBC가 그동안 얼마나 격변 속에서 진통의 역사를 걸어 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도 또다시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20세기, 지난 세기는 양극 분할과 대립의 시기였습니다. 식민지배와 피지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남한과 북한, 영남과 호남, 진보와 보수, 사용자와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런 분할과 대립, 갈등과 충돌이 우리들의 행동 양식을 지배한 패러다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갈등을 채 극복하기도 전에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초입에 들어서 있는 21세기는 다극 분할, 다중분할의 세기입니다. 지난 세기의 양극 대립의 쌍들이 빠른 속도로 분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행동 양식, 모순되는 가치 체계가 동시에 공존합니다.

MBC는 물론 방송, 언론 전체가 다극 분할의 세계 속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변화의 한 가운데 들어와 있습니다. 방송은 탄생 이래 가장 급격하고 대규모적이고 질적인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영국의 BBC는 이런 변화를 선택의 확대라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방송 공급이 분할되고 소비도 분할되고 다시 공급자, 소비자가 재편된다.. 이 와중에 누구도 생존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런 급격한 변화 속에서 방송의 개념 자체가 변했습니다.

널리 뿌려 보내준다는 뜻을 가진 ‘방송’이란 단어조차도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공중파로 방송을 받아보는 가구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지금의 방송은 본래 의미의 방송이 아닌 것입니다. 방송이라는 말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방송이 케이블, 위성, 디지털, IPTV에 이르기까지 무한채널, 무한 공간 속에 작은 부분으로 남은 것입니다. MBC는 특권의 자리에서 약탈적 경쟁의 세계로 내던져졌습니다. 독과점 시대의 특권은 이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이 겪고 있는 이런 변화는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제가 외람되게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도 이런 충격의 작은 여파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런 변화와 더불어 우리들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관계도 변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수용자나 수신자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그들이 변화의 공급자이고 우리가 수용자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공급자가 아닙니다.

광고주들과의 관계도 변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광고를 들고 와서 기다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프로그램을 들고 가서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저와 여러분의 관계도 역전됐습니다. 저는 더 이상 권력을 행사하고 지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프로그램 제작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심부름하는 사람입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여러분의 현장이 바로 권위의 발원지입니다. 일일 연속극의 PD가 사장보다 낫습니다. 저는 뒷바라지 하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저는 이런 ‘관계의 역전’을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겸손함 뿐입니다. 그리고 구성원 모두에게 이런 관계의 역전을 받아들여 줄 것을 호소합니다. 프로그램 제작자들, 현장 기자 현장 PD들을 구성원 모두가 전심전력을 다해서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장이나 본부장, 국장, 부장은 프로그램 제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헤쳐 나가기 위해 여러분에게 제시하는 비전은 one MBC, worldwide MBC입니다. 하나의 MBC, 단결된 MBC, 강한 MBC모두 단결해서 세계로 나가자.. 지난 세기의 상처들, 지역 대결, 이념 대결, 계급 대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잊자.. 그 협소함을 한꺼번에 뛰어넘자.. 그리고 세계로 나가자는 주장입니다.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것 외에 우리가 살아남을 길은 없습니다. 이제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세계적으로 행동하자.. 내가 만드는 이 드라마가 과연 중국 시장에서 팔릴 것인가? 이 다큐는 동남아인들이 살 것인가, 이 뉴스는 세계로 내보낼 수 있는 것인가, 이런 것들을 물어야 합니다.

저는 사장직에 응모하면서 10가지 개혁과제를 내걸었습니다. 여러분들 특히 선배님들의 마음을 무겁게 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생존을 위해, 살아남기를 위해 풀어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현재 인력 구조와 조직으로는 경쟁력을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회사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 간단합니다. 고통 분담하자. 우리가 서로 함께 나누어지자 합의만 되면 해결 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저는 앞으로 임직원 전원에게 수시로 묻겠습니다. 회사를 위해 뭘 내놓으실 것인지 묻겠습니다.

오늘 이 순간부터 개인의 이익, 부문의 이익, 직종의 이익, 지역의 이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MBC 공동체의 이익과 MBC 시청자들의 이익이 있을 뿐입니다.

저는 이 자리가 저의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언제라도 책임질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다만 MBC라는 회사를 잘 키우라는 시청자들의 신성한 명령을 여러분과 함께 잘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감, 중압감 또한 무겁게 가지고 있습니다. 40년 넘게 가져온 이 무거운 짐들을 빨리 털어 버리고 MBC의 활력과 자신감을 회복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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