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주주총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정식으로 취임한 최문순 MBC 사장이 첫 인사에서부터 파격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어 언론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 사장은 25일 사장공모추천 당시 강력한 경쟁 상대이자 MBC 입사 11년 선배인 고석만 전 EBS 사장을 이사급인 제작본부장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 ‘월드와이드’ 구상과 맞물린 파격 발탁**
25일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사장은 최근 임원급에 대한 인선을 앞두고 고 전 사장을 프로그램 제작의 총지휘를 맡게 되는 제작본부장으로 낙점했다는 것. MBC에 남다른 애정을 가져온 고 전 사장 또한 이같은 제의를 받고 수락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MBC 내부에서는 고 전 사장이 ‘파격’ 발탁된 배경에 대해 최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에게도 밝혔던 ‘월드와이드 MBC’ 구상을 가장 큰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최 사장은 당시 MBC의 주요 재원인 방송광고시장이 성장을 멈추고 있는 추세에서 앞으로 안정적인 수익원 창출을 위해서는 고품질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고가로 해외시장에 수출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 전 사장은 이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현장PD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왔고, 한편으로 방대한 방송사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도 풍부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최 사장은 주로 보도국 또는 보도제작국에서 기자로 활동해와 시사교양·예능·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에서 자신보다 높은 전문성과 식견을 가진 적임자를 찾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다른 관계자들은 40대인 최 사장의 등장 이후 동요하고 있는 MBC 내부를 포용하기 위한 ‘다용도 포석’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여러 면에서 불안감을 갖고 있는 50대 간부층을 겨냥, 올해 58세이자 최 사장보다 11년 입사 선배인 고 전 사장을 기용함으로써 초기에 내부 동요를 진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BS “왜 하필…”, 불편한 심기 드러내**
그러나 MBC 일부에서는 고 전 사장의 발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눈길도 상당수 있다. 이러한 의견들은 대체로 △언론계를 떠나 정치권에 몸담은 바 있고 △이미 EBS 사장직 중도 포기로 방송계의 신뢰를 잃었으며 △과연 MBC 내부에 고 전 사장만큼의 능력을 가진 인사가 없는가라는 물음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최 사장은 일부에서 벌써부터 ‘차기를 위한 와신상담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 정도로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오고 있는 점을 반드시 참조해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다른 방송사이기는 하지만 고 전 사장의 중도 사퇴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EBS 구성원에 대한 배려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EBS 관계자들은 고 전 사장의 제작본부장 내정이 알려진 25일 오전부터 내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등 다른 방송사들은 '빼어난 역량'의 소유자인 고석만 전사장이 MBC의 제작본부장으로 부임할 경우 치열한 시청률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며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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