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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이 2012년 집권? 황당개그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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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이 2012년 집권? 황당개그하냐"

손호철 교수, "양극화로 시민 소멸하고 계급 복원. 정체성 분명해야"

"이 세상에 좌파 정부란 없다. 국가와 좌파는 형용 모순이다. 집권 자체가 우파다. '집권해 한 일 중 하나가 자본가들의 더러운 일이었다'(We did their dirty jobs)는 게 프랑스 좌파정치인의 고백이고, 집권가능성이 높아지자 국제 투기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 우파 정당보다 더 강력한 긴축정책을 약속했던 게 브라질 PT당의 아이러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시대에 과연 일국적 진보 정당이 가능한가. 누가 더 자본의 논리에 충실히 봉사하냐를 놓고 보수정당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 현대 진보정당의 딜레마다."

'독설'로 유명한 손호철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는 16일 오후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의 '쓴소리 X 간담회'에 참석, 주최측의 요구대로 '민주노동당의 위기상황'에 대해 호된 쓴소리를 쏟아냈다.

***"2008년 제1야당, 2012년 집권? 황당개그하냐"**

손 교수는 이날 민노당 4층에서 열린 강연에서 "민노당의 '2008년 제1야당, 2012년 집권'프로젝트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손 교수는 "황당개그를 하자는 건지, 당원들 사기를 북돋겠다는 건지, 만약 이것이 당내 사기진작용이나 외부선전용이 아닌 진지한 고민과 분석의 결과라면, 이는 민노당의 지적 능력에 대한 파산선고나 다름없다"며 "현재 민노당 강령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집권이 가능하다면 내가 서강대 교수직을 내놓겠다. 밥줄을 걸고 말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그는 이어 "방법이 있긴 있다. 만약 민노당이 서구 진보정당의 1백년 걸친 우경화 과정을 초고속으로 압축해 '제 2의 열린우리당'이 된다면 가능하다"며 "그러나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굳이 민노당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단지 유시민이 아닌 노회찬 식으로 사람만 다를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집권, 집권하는데, 좌파 용어중에 가장 잘못된 게 '집권','장악' 이런 용어다. 권력은 물건처럼 장악하는 게 아니다. 권력은 사회적 관계다. 국가의 성격은 장악하는 인적구성원에서 나올 뿐, 국가 자체는 중립적이라는 도구적 관점은 잘못된 것이다"라며 "진보는 사회적 관계를 변혁시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생산관계의 문제, 국가 대변자인 관료·국회의원과 국민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양극화로 시민이 사라지고 계급이 복원"**

손 교수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민노당 지지에 '미온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많은 진보적 지식인들이 민주노동당에 가입 안 하는 이유는, 기아 노조 사태같이 운동이 운동으로 관료화되는 것처럼 '제도화되지 않으면서 조직화'할 수 없는 한, 더이상 당은 유효한 변혁의 중심이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유럽사민주의가 겪은 '1/3의 벽'에 우리 또한 부딪칠 것"이라며 "결국 집권하기 위해서는 탈계급화, 국민정당화해야 하나, 그렇게 노동자를 국민으로 호명하며 집권한 유럽 좌파정당의 역사는 뒤집어보면 동시에 노동자 계급의 자기 붕괴의 역사였다. 앞문으로 승리하고 뒷문으로 패배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혁명과 광기의 순간에는 대중이 지식인보다 더 급진적이고 변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만, 대개 변혁성을 강조하면 전위당, 대중성을 강조하면 선거당의 함정에 빠지는 게 대부분"이라며 "새로운 당이 되려면 전위당과 선거당의 한계를 넘어서 이를 동시에 갖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특히 최근의 빈부격차 확대현상과 관련, "IMF 이후 사회 양극화 현상은 시민이 사라지고 계급이 복원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계급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낡은 계급환원론은 아니다. 여성, 환경등 탈근대사회의 가치를 접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노당 위기 징후, 조기 가시화되고 있어"**

손 교수는 '민주노동당의 위기'도 거침없이 지적했다.

그는 "비례대표가 없었다면 두 석에 그쳤을 정도로 민노당의 원내진출은 제도의존성이 크고, 현재 제2기 정개협의 중대선거구, 광역별 비례대표 도입 논의 등 민노당이 절대 자만하면 안되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노당은 벌써부터 위기 징후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위기의 구체적 징후로 창원시의원 비리, 여성당직자 폭행, 윤종훈 회계사 사건 등 최근 일련의 파문을 비롯해, 의원단과 최고위원회라는 원내외 이중권력 구조도 정파 문제와 맞물려 애초 의도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손 교수는 "게다가 민주노동당의 핵심의제 설정에는 문제가 있다"며 "물론 국가보안법 문제는 중요하고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어차피 국보법 문제는 많은 부분이 무형화됐고 이미 죽어가는 과거와의 쉬운 싸움인 반면, 반면 신자유주의라는 사회경제적 의제는 살아있는 현재와 미래와의 너무 어려운 싸움이다. 극단적인 표현으로 현재 국보법으로 고통받는 27명과 신자유주의로 고통받는 4천만명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민노당의 의제설정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민노당의 소극적인 현실대응, 집권주의의 단면"**

이같은 손 교수 지적에 대해 참석자들은 대부분 공감을 표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노회찬 의원은 "현장에서 느끼는 당의 문제는 목표가 너무 먼 나머지, 당장의 현실대응엔 당이 너무 느슨하고 소극적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열린우리당 당원들이 인터넷 논쟁과 촛불집회로 보여주는 열정에 비하면 비교도 안된다. 오히려 너무 조용한 절간같은 게 현 민노당"이라고 말했다.

주대환 정책위의장은 "솔직히 좀 맛이 가더라도 집권하고 싶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냐"며 "그러나 진짜 가능하냐에 대해서는 굉장한 어려움을 느낀다"며 "우리가 7만당원이라고 자랑하지만, 당원들도 너무 소극적이다. 적극적이면 이렇게 당이 조용했겠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손 교수는 "집권 전에는 할 게 없는 것도 아닌데, 당장의 현실 대응엔 소극적이라는 것이야말로 '집권주의'의 한 단면"이라며 "결국 문제는 민노당이 어떤 정체성을 가질 것이냐로 돌아간다"고 답했다.

그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의 맹아로서의 당이 되려면 옛날같은 근엄함과 헌신이 아닌, 재미와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며 "열정과 동원이 파시즘의 특징이긴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노사모의 반만 하라고 하고 싶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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