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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사태, 쓴소리 외면한 결과"

김동춘 교수, "수수방관하다간 민노당에도 불똥 튈 것"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근본원인은 힘으로 밀어부칠 수 있다는 오만입니다. 노무현 정부에겐 교육-복지 정책이 없어요. 없으면 만들어야 되는데 그걸 뭉개고 2년을 갔단 말이죠. 경제는 대안이 없으니 신자유주의 관료들에게 맡겨버리고...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습니까. 과거처럼 힘으로 밀어부쳤던 시대는 갔어요. 준비되지 않은 권력은 범죄에 가깝습니다.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는 거에요. 민주노동당도 여기서 얼마나 다르죠? 민노당을 움직이는 것도 앞으로의 비전이 아닌, 그간 창당에 고생한 사람들의 세력 싸움 아닙니까? 정책은 뒷전이구요."

<사진 1>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26일 진보정치연구소에서 마련한 간담회에서 작심한듯 민주노동당에 대한 쓴소리를 했다. "민노당이 한국의 보수양당 구도에 균열을 내고 어쨌든 지금까지 '버텨온' 것 자체가 성과지만, 현재 자신의 정체성인 비정규직 문제에 소홀하고, 90년대 시민운동의 성과와 실패를 통해 배우려하지 않는 '오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차 사태, 수수방관하다간 민노당에도 불똥 튈 것"**

김 교수는 '기아차 사태와 노동운동'부터 시작했다.

"기아차 사태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가 공정하진 않지만, 이번 사건은 사회적 권력으로 나가지 못하고 기업내 권력 쟁취에만 몰두한 한국 노동운동의 결과다. 민주노총도 리더십 없이 이러한 조합주의적 경향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녔는데, 민노당도 수수방관하지 말고 적절히 개입해야 한다.

외국 사례를 봐도 자기들의 이해관계가 우선인 노조와 정당은 갈등관계일 수밖에 없다. 정당이 어떻게 노조의 요구에 사회적 요구를 결합시키고, 노조와 중산층, 노조와 시민사회가 충돌할 때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노동운동은 그간 쓴소리를 던진 많은 원군들을 쫓아내왔다. 이렇게 스스로의 내부 견제장치를 만들지 못한 불똥은 민노당에까지 튈 수 있다.

지식인 사회 역시 그동안 '노동계급 메시아주의'가 어느정도 깔려 있어 노동계의 약점을 관용적으로 보고, 비판이 '적에게 포위된 이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는 의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기아차 사태는 노동운동이 더 이상 그런 프리미엄을 가질 수 없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민노당은 최근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 안건을 둘러싸고 공식적 언급을 극도로 꺼려 "아직도 민주노총의 눈치를 보냐"는 빈축을 사고, '기아차 사태로 반노동적 여론몰이 말라'는 논평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이 빗발치자 사무총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민노당, 정말 비정규직에 관심 있나"**

김 교수는 "민주노동당이 진정 노동자를 위한 정당 맞나 의아스럽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생산직 노동자 비율은 89년이 정점으로 그 이후엔 선진국보다도 훨씬 빠르게 영세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서비스 노동자가 대부분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12%의 노조조직률이 늘지 않는 원인이 거기에 있다. 그 이후 한국의 노동운동은 파업등 부분적 전투에선 이겨도 전쟁에선 언제나 지는 지속적인 수세국면이었다. 관성화된 총파업이 '시지프의 신화'처럼 이어져온 것이다.

더군다나 90년대 이후 부분적으로 민주화되었지만 자본가 계급의 지배는 훨씬 공고화됐다. 그들의 지배방식도 관철방식도 달라졌다. 법원이 삼성의 변칙상속에 대한 공정거래위의 과징금을 철회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한 단면이다.

한국사회의 노동자 지형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정치를 할 진보정당이 요구되온 것인데, 민노당이 노동자 정당이라지만 이에 대한 어떤 전략이 있는가 의문이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단적으로 최근 중앙위에서 비정규직투쟁본부안이 부결되지 않았나.

도대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의아하다. 건강한 정책적 경쟁이 된다면 당내 소위 NL-PD 정치적 경향성의 대립도 있을 수 있다. 아쉬운 것은 7,80년대 운동권들이 남북,민족 문제는 알아도 복지등 사회경제적 의제에 대한 감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민노당에 족쇄로 작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된다"

***"왜 '한나라당 연찬회' 끝나기만 기다리나"**

김 교수는 민노당이 그간 자랑해온 '거대한 소수 전략-시민사회와의 개혁과제 네트워크'에도 일침을 가했다.

"시민운동은 그간 민주/반민주, 계급 대 계급에서 잡히지 않는 의제를 발굴해 개척하고 감시운동과 대중접근에 있어 어느 정도의 성과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당장 어떤 일이 터지면 그 사안에 대해 고민해온 사람이 아직 민노당보다는 시민단체에 더 많다.

1994-2004년을 축으로 한 텀이 지났지만 어쨌든 90년대는 시민운동의 시대다. 민노당은 그들의 경험을 배우고 오류도 반면교사로써 활용해야 하는데 원내진출 등 세를 얻은 다음에 오만해진 것 같다. 예전에 심상정 의원실의 손낙구 보좌관이 경제전문가 없다고 한탄하던데, '조금 더 가봐라. 더 많은 문제가 보일거다. 민노당이 뼈속 깊숙이 국가운영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가지려면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열린우리당의 우경화로 민노당의 입지가 넓어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준비된 것이 많을 때에 한해서다. 2월 국회가 시험대다. 한나라당 연찬회 끝나기만 기다리지 말고 민노당이 먼저 대국민 메시지를 치고 나가라. '2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할 것, 저지해야 할 것' 선정하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의제화 전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민노당 '만년 소수당' 안되리란 보장 못해"**

"'만년 소수당' 신세를 벗으려면 지역을 잡아야 한다"는 고언도 이어졌다.

"향후 비례의석이 높아진다고 해도 민노당의 지역 당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지난 총선에서도 2등한 곳이 거의 없는데, 이런 상황은 다음 총선에서도 고정될 가능성이 크다. 50년 보수정치의 권력기반은 기본적으로 지역이다. 노무현 정부도 거대한 보수적 영토에 둥둥 떠 있는 소수세력에 불과하다.

그런데 91년 지자체 실시 후 지방의회와 지자체는 더욱 보수화됐다는 것이 지역운동가들의 판단이다. 즉 지역이 토호들에게 장악됐고, 민주화 경력등 '운동권 프리미엄'도 지난 415 총선을 기점으로 끝났다. 지역운동, 지역정치를 어떻게 하느냐가 민노당의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그런데 노조 소속 당원은 그렇다치고 지역사회에서도 민노당이 선언적 차원의 운동 말고 '선거 때만 등장하는 정치인'과 다른 게 무엇이 있나.

풀뿌리 지역 운동을 키우는 것만이 민노당이 살길이다. 지역의 시민운동 여건은 현재 그야말로 열악하기 그지 없다. 민노당이 최소한 광역권에서라도 풀뿌리 활동가들의 육성과 조직, 홍보등 공동프로젝트가 가능한 센터가 되야 한다.

현재 지역에는 바르게 살기 운동본부등 관변단체의 기득권과 위세가 여전하다. 관변단체에 대한 특혜지원법을 폐지해 여타 시민운동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토호들이 장악한 지역언론에 대항하는 풀뿌리 언론 또한 육성해야 한다. 이렇게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서히 지역주민이 운동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문제는 장기적인 10년 프로젝트다."

***"'너희들은 옳지만 좋지 않아'라는 반응으론 안돼"**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전통적 가치부터 새로운 진보적 가치까지 품는 정당이 됐으면 한다"며 그 사례로 강의석 군과 지율스님의 예를 들었다.

"이 두 건은 한 사람의 진정성 있는 의지가 파장이 굉장히 크고 특히 10대와 20대에게 어필한 예이다. 80년대에는 옳다/그르다가 유일한 판단기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옳아서 지지하기도 하지만 좋아서 지지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점점 후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너희가 옳지만 너희가 좋지 않아'라는 반응으론 안된다. 과거 운동권이 점점 권위적이 되어가는데, 민노당이 특히 새겨들어야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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